새로운 SNS 돌풍!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탐구하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 학교생활 문의, 연애상담,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보를 받아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는 이 페이지들은 대학마다 개설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교내에서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다른 전공, 학년의 학생들의 이야기도 접하고, 클릭 한 번이면 다른 학교의 소식도 받아볼 수 있어 게시물을 받아보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수 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꾸준한 SNS 열풍과 더불어 많은 대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본격적으로 탐구해보자.

ㅇㅇ대학교 대나무숲, ㅇㅇ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ㅇㅇ대학교 훈남훈녀 등 다양한 대학교와 컨셉으로 운영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들의 목록. 이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SNS를 통해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다양한 학교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들. 이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 유형 분석

그렇다면 수많은 대학교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어떤 성격을 띄고 있을까? 그 성격과 종류도 천차만별이지만, 유명 페이지들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유형을 만나볼 수 있었다.

1. ㅇㅇ대학교 대나무숲

ㅇㅇ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 중 하나인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의 모습. 약 8000여명이 게시물을 받아보고 있다.ㅇㅇ대학교 대나무숲 중 하나인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의 모습. 약 8000여명이 게시물을 받아보고 있다.

‘대나무숲’은 학생들이 실명으로 하지 못하는 말을 익명으로 대신 올려주는 페이지이다. 이름의 유래는 신라시대 경문왕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임금님이 당나귀 귀라는 혼자 간직해야 하는 현실을 참을 수 없던 한 노인이 대나무 숲을 보고 외쳤다는 이야기로 이 페이지는 대나무숲을 인터넷 공간에 옮겨놓은 것이다.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의 제보 기입란 중 일부를 캡쳐한 사진. ‘본 제보의 카테고리를 선택해주세요’라는 질문과 함께 인간관계, 연애/짝사랑/썸, 사는 얘기,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관련, 문의/질문/건의, 동아리, 군대, 학교, 종교, 치킨, 덕후, 그 외 등의 선택란이 있다.

제보 방법은 간단하다. 페이지에 명시해놓은 링크를 따라간 후 위와 같이 카테고리 선택을 통해 제보를 하면, 페이지 관리자가 제보의 선정성•파급효과 등을 고려하여 게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근에는 연애 여부나 사람 찾는 흥신소 성격의 제보가 지나치다는 비판에 따라 매칭과 관련된 제보 역시 필터링의 기준이 되었다.

INFO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www.facebook.com/yonseibamboo

2. ㅁㅁ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지의 모습.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학교마크와 성균관대학교 대표 건물인 명륜당이 커버사진으로 페이지 방문자들을 반기고 있다.‘성균관대학교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지의 모습. 6000여명의 사람들이 게시글을 받아보고 있다.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는 대나무숲과 유사하면서도, 제보 방법에 차이가 있다. 대나무숲에서의 제보는 관리자도 누가 제보했을지 모를 정도로 완벽한 익명성을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위의 페이지에서는 메시지를 통한 실명 제보로 관리자는 누가 제보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희망한다면 페이지에 게시되는 글들은 익명 처리가 가능하다. 그 외 운영방안이나 제보 내용들은 대나무숲과 비슷하다.

INFO 성균관대학교 대신전해드립니다 https://www.facebook.com/pages/성균관대학교-대신-전해드립니다

3. △△대학교 훈남훈녀

서울대학교 훈남훈녀 페이지의 로고. ‘Veritas Lux Mea’라고 적혀있어야 할 부분에 훈남훈녀가 대신 자리매김을 한 것이 인상적이다.서울대학교 훈남훈녀 페이지의 로고. 1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당 페이지의 게시글을 받아보고 있다.

훈남훈녀 페이지는 캠퍼스 내의 숨겨진 훈남•훈녀들을 소개하는 페이지이다. 단순히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성격과 인품까지 두루 갖춘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페이지에 소개되는 인물들은 주변인들이 제보를 한 경우가 대다수라 자신에게 도취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 수 있는, 공인된 사람들이 주로 제보되곤 한다.

제보 방법은 훈남훈녀 페이지에 메시지를 통해 소개하고자 싶은 인물사진과 그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코멘트를 남기면 된다. 다만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보를 하는 경우에는 요청에 따라 삭제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INFO 서울대학교 훈남훈녀 www.facebookm.com/snuhunhun

4. ☆☆대학교 엽사배틀

서강대학교 엽사배틀 페이스북 페이지의 모습. 다른 페이지와는 다르게 심플하게 학교로고와 페이지 이름만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유일한 대학가 엽사배틀 페이지로 꾸준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서강대학교 엽사배틀 페이스북 페이지의 모습. 유일한 대학가 엽사배틀 페이지로 아직 활발하진 않지만 꾸준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엽사배틀 페이지는 교내 학우들의 엽기사진들을 소개하는 페이지이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학우의 모습을 보여준 후에 엽기표정, 각도의 중요성, 카메라 효과 등을 통해 극적인 반전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만이 아니라 동기, 과 등 단체사진도 간혹 제보되곤 한다. 제보 방법은 훈남훈녀 페이지와 동일하다.

INFO 서강대학교 엽사배틀 www.facebookm.com/snuhunhun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 Yes or No?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먼저 이들 페이지는 제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식을 통해 대학생들이 갖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열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 점을 악용하여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나 왜곡 등의 인권, 사생활 침해 등의 사례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일례로 모 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는 익명의 제보만으로 사진을 올렸다가 해당 인물의 요청으로 게시글을 내렸어야 했다.

대학생들의 흔한 관심사인 ‘연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 페이지를 통해 연애초보자들은 이성에게 잘 보이는 방법, 상황에 맞는 데이트 코스 등 경험자들의 직접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제보보다는 ‘ㅇㅇㅇ 씨 여자친구 있나요’, ‘버스에서 마주친 빨간 모자 누구예요?’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제보가 잇따라 페이지의 성격이 중매 사이트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 경우도 있었다.

건전하지 못한 토론으로 이어지는 제보도 있다. 특정인을 저격한다든가 정치와 종교와 같이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한 성격의 제보도 간혹 발견되곤 한다. 또한 실명제로 운영되는 페이스북의 방침에 따라 심각하진 않지만 욕설과 비방으로 이뤄진 댓글들도 드문드문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페이지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흥행과 동시에 발생하는 불가피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페이지 관리자들도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해결책을 강구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성균관대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제보를 하기 위해 방문하면, 상단에 고정된 게시물로 아래와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성균관대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제보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 타인과의 마찰을 낳을 수 있는 제보, 개인의 가치관에 개입하는 제보,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사진 등과 같은 규칙에 어긋나는 글을 제보할 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성균관대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제보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 만약 상기의 규칙에 어긋나는 글을 제보할 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출처: 성균관대학교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일부 발췌)

이와 같은 규칙을 통해 관리자는 익명의 제보자들이 보내온 글들을 각 페이지의 기준에 따라 게시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게시글이나 댓글이 문제가 될 시에는 여러 명의 관리자들의 동의 하에 삭제를 결정하여 신중한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노력하고 있다.

Mini Interview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페이스북 페이지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관리자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왜 굳이 나서서 학생들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 왔을까. 그리고 시작 단계부터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왔을 그들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을까. 직접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관리자에게서 답을 들어보자.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대표 캐릭터. 학교를 상징하는 모자에 대나무를 물고 있는 남학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캐릭터 뒤로는 연세대학교 로고가 자리잡고 있다.연세대학교 대나무숲 대표 캐릭터. 학교를 상징하는 모자에 대나무를 물고 있는 남학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럽젠Q 어떻게 해서 페이지를 운영하실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창시자가 제 지인이라 저에게도 ‘연대숲’을 열어보는 게 어떠냐고, 재미있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 때는 ‘서울대학교 대나무숲’도 좋아요 100개 정도의 크지 않은 페이지였어서 아무 부담 없이 시작했던 것이 이렇게 커진 거죠."

럽젠Q 해당 페이지가 학생들의 소통의 장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말했듯이 저렇게 가벼운 계기로 시작한 게 이렇게 커져서 꽤 놀라워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연대 같은 경우는 최근 세연넷(연세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도 사용자가 많지 않고, 연앱이라고 불리는 연세대학교 어플리케이션의 한 줄 게시판도 여러 이유 때문에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거의 예전의 고민을 털어놓는 것보다는 하나의 커뮤니티 느낌이 강해진 것 같아요. 학기 초에는 셔틀 줄 새치기하지 말자고 제보가 여러 번 온 이후에 지금은 셔틀에서 새치기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정도니까요."

럽젠Q 페이지를 받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해관계에 따른 충돌이 늘었을 것 같아요. 이처럼 관리자님이 직접 나서야 할 문제들이 늘지는 않았나요?

"가장 힘든 점은 점차 유저들이 많아지면서 요구들이 늘어가는 것이였어요. 초반에는 관리자들이 웃긴 ‘드립’을 많이 쳤는데, 점차 ‘왜 글에 드립을 치느냐’부터 시작해서 관리자들이 단 댓글을 비방하는 댓글들도 많아졌죠. 관리자들이 많아지면서(현재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의 관리자는 총 14명이다.) 다양한 댓글이 달리고 다양한 말투를 갖고 있는 것도 문제였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타교생들도 보다 보니까 학교와 관련된 문제들을 어느 정도까지 공개해야 하는가도 애매해졌고요. 한번은 고발성 제보를 올렸다가 당사자나 과 회장 등에게 항의를 받은 적도 있었죠."

럽젠Q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하면서까지 대나무숲 페이지를 유지해오신 것을 보면 관리자님께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게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로 시작한 의문이 하루에 300여개의 제보를 받는 페이지로 변했어요. 제보들을 보면 정말 세상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대학생들에게는 참 친한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나 비밀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걸 그냥 쌓아 놓는 게 아니라 올려지진 않더라도 어딘가에 내뱉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재미로 누구를 저격하고 친목을 하는 페이지가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들은 무슨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어떠한 삶을 사는지도 알 수 있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대숲의 순기능이 더 좋게 쓰였으면 좋겠어요."

럽젠Q 앞으로 페이지 관리는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연대숲 같은 경우는 다양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 예시로 ‘연대숲 #xx번째 제보’라는 용어 대신 대나무숲의 의미를 살리자는 의미로 ‘연대숲 #xx번째 외침’이라 부르고 있고, 제보를 분류하는 카테고리에 ‘치킨’, ‘덕후’ 카테고리도 추가됐어요. 관리자들이 너무 강하게 댓글을 다는 것 아니냐는 제보를 수용해 요즘은 말투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연대숲은 늘 ‘관리자들이 갑이 되면 페이지는 망한다’라는 말을 새기면서 사용자들의 제안을 잘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운영해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와 같이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의 활성화에는 많은 관리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했다. 지나친 익명성에 따른 공격적인 제보, 건강치 못한 토론이 이어지더라도 다양한 기준을 통해 글을 선별했던 관리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가상하더라도 제보를 하는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사용자들의 올바른 의식이 없었더라면 헛된 물거품이 됐을 것이다. 이처럼 서로가 존중하고, 협의해나가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대학가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단순한 SNS 문화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만의 작은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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