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뉴욕 도심을 질주한다, 바이크 메신저

맨해튼의 대표적인 명물로 꼽히는 것은 보통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마천루들이 빽빽하게 솟은 스카이라인. 두 번째는 잠들지 않는 도시의 눈부신 야경. 그리고 세 번째는 도저히 해소될 줄 모르는 교통체증이다.

맨해튼의 풍경사진. 해가 기우는 시간에 수많은 노란 택시들로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빽빽하게 솟은 빌딩들에 드문드문 불이 들어와있다.

맨해튼의 도로는 좁다. 하지만 차는 엄청나게 많다. 한 블록마다 20층은 족히 넘는 빌딩들이 콩나물 시루마냥 자라있으니 사람이 넘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웬만해서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막히는 도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바로 뉴욕 맨해튼이다.

물건을 신속하게 배달해야만 하는 운송업계 입장에서 맨해튼의 교통은 최대 장애물이었다. 맨해튼의 교통체증이 본격적으로 극심해진 1980년대 중반, 결국 사업가들은 맨해튼의 특수한 도로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강구했고 바로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직업이 있었으니, 바로 ‘바이크 메신저’다.

영화 ‘프리미엄 러쉬’의 스틸컷. 두 주인공이 각각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이어 붙인 이미지다. 좌측은 빨간옷을 입은 남성이 자전거를 타며 달리고 있고, 우측은 파란옷의 여성이 빠르게 달리며 오른손으로 쇠사슬을 휘두르고 있다. 바이크 메신저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그린 액션영화 <프리미엄 러쉬>.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바이크 메신저란 말 그대로 자전거를 통해 물건을 운송하는 사람을 말한다. 수많은 사무실이 밀집되어 있는 뉴욕은 서류•부속품 등 비교적 가벼운 물건들을 급히 전달할 일이 많았고, 자전거는 열악한 도로환경에 상관없이 유연하게 운송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맨해튼의 특수한 환경에 맞춰 등장한 이 직업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촬영될 정도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맨해튼 내 운송을 책임지고 있다.

실제로 맨해튼에서 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 메신저의 모습을 이어 붙인 이미지. 좌측은 메신저가 정체된 도로를 향해 달리고 있고, 우측은 다소 한적해 보이는 도로를 여유롭게 지나가는 모습이다.맨해튼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 바이크 메신저.

‘Clementine Courier’은 맨해튼 남부 그랑 스트리트에 위치한 소규모 운송업체다. 2010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11명의 바이크 메신저가 근무하고 있으며, 브루클린•퀸스 등 뉴욕의 5개 자치구 전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수시로 무전기가 울리는 와중에도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준 매니저 Kyle. 그리고 바이크 메신저 실무자 Andy에게 바이크 메신저의 일과 삶을 들어보았다.

Mini Interview 1
바이크 메신저 업체 Clementine Courier 매니저 Kyle

Clementine Courier에서 매니저를 맡고 있는 카일씨의 업무 중 모습 설정샷. 양손에 각각 무전기와 전화기를 쥐고 공격적인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데스크에는 자잘한 메모, 스티커들이 붙어있다.

럽젠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카일이고, 이 회사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전화나 온라인으로 고객들의 주문을 받고, 자전거로 물건을 신속히 배달하는 일을 합니다.”

럽젠Q 바이크 메신저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아주 큰 편입니다. 바이크 메신저는 워싱턴, 시카고, 보스턴에도 있지만 뉴욕이 그 어느 도시보다도 경쟁적이죠. 다른 도시에는 거의 없는 직업이긴 하지만, 여기는 적어도 300개 이상의 회사가 있고 각 회사마다 1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럽젠Q보통 어떤 물품들을 취급하나요?

“서류, 견본 등등 아주 다양합니다. 저희는 특히 패션업계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커다란 쇼핑백을 자주 옮기죠. 작은 냉장고도 몇 번 옮긴 적이 있는데, 가구처럼 큰 물건을 옮길 때는 별도의 화물용 자전거를 사용합니다.”

카일씨의 인터뷰 중 모습. 왼손으로 턱을 긁으며 무언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말하고있다.

럽젠Q바이크 메신저 업체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저희는 주어지는 만큼 일을 할 것이고요. 지금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우리는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고 있잖아요?”

럽젠Q바이크 메신저가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이 있나요?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전거를 빠르게 탈 수 있어야 합니다. 돈을 잘 벌려면 적어도 10분 만에 10블록(3km)을 주파할 수 있어야 하죠. 또, 언제나 프로가 되겠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고요.”

Mini Interview 2
바이크 메신저 Andy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Andy는 Clementine Courier에 들어와 바이크 메신저 일을 한지 2년이 지났다. 담배 피기, 휴가 가기를 좋아한다고 소개한 그 역시 친절하게 바이크 메신저의 삶을 풀어놓았다.

바이크메신저 실무자 엔디씨의 정면사진. 두 손으로 자전거를 끌며 자신 있는 미소를 짓고 있다. 양팔에 그려진 문신, 어깨를 두르는 가방끈과 장착된 무전기가 눈에 띈다.

럽젠Q 바이크 메신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원래 텍사스의 식당에서 배달 일을 하다가 이 회사로 들어왔습니다. 조금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감수하고 있죠.”

럽젠Q 바이크 메신저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각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일은 반복되고 힘든 직업이죠. 하지만 저는 일을 하면서 자유를 느낍니다. 대부분의 맨해튼 사람들은 사무실에 갇혀서 일하지만, 저는 도시 곳곳을 누빌 수 있으니까요. 또, 여자들 구경하는 것도 좋고요.(웃음)”

엔디의 근무 중 모습 설정사진.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다.

럽젠Q 바이크 메신저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적도 있을 것 같아요.

“오가는 사람들과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운송품을 다 쏟아버릴 때면 난감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 때는, 제가 부정적인 환경에서 자랐다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가뜩이나 바쁜데 누군가 욕을 할 때입니다. 매번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는 것이 제일 어려웠죠.”

럽젠Q 일을 하다 다친 적은 없으신가요?

“자잘한 상처는 종종 입습니다. 업무 중은 아니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 치여서 어깨를 다친 적도 있죠.”

럽젠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일단 열심히 일을 해서 작은 동네에 집을 장만하고 가족, 여자 친구와 함께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전망대에서 찍은 맨해튼의 야경 사진.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 가로지르는 강의 풍경이 일품이다.

위대한 결과물은 결코 한 개인으로부터 탄생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노고가 모여서 비로소 맨해튼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완성할 수 있던 것이다.

도시화와 교통체증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오늘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바이크 메신저의 중요성은 쉽사리 줄지 않을 것이고. 대한민국도 도시 포화상태에 이르면 언젠가 바이크 메신저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사람의 안전. 아무리 중요한 배송이라도 결코 몸 상하는 일 없이, 모든 바이크 메신저들이 무사히•안전하게 도시를 누빌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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