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배우 조련사, 브로드웨이의 작은 배우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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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거리들이 몇 개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인 뉴욕의 월 스트리트(Wall Street),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대로(Hollywood boulevard),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미국 공연예술의 성지, 뉴욕의 브로드웨이(Broadway)가 바로 그곳이다.

브로드웨이를 가리키는 표지판. 표지판 뒤로는 공연장들의 네온사인이 보인다.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 이곳에서는 늘 수많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Darren Johnson @Flickr)

뉴욕 맨해튼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를 잇는 거리를 지칭하는 브로드웨이. 이곳에는 대규모 상업 극장들이 모여 있으며, 그들은 뮤지컬과 연극, 다양한 쇼의 작품들을 공연한다. 1900년 42번가에 처음 세워진 한 극장을 시작으로 점차 번창하여, 지금은 수십 개의 극장이 이곳에서 활발하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제 ‘브로드웨이’라는 단어가 미국의 연극과 뮤지컬계를 통틀어 일컫는 의미로 통하고 있을 정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라이언킹>, <시카고>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브로드웨이에서 화려한 명성을 떨쳤고, 그 결과 이런 작품들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익숙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뮤지컬, 연극, 버라이어티 쇼의 배우들은 어떤 모습인가? 혹시 그들은 노래와 연기, 혹은 춤과 언변에 능한 ‘사람’인가? 물론 그 생각도 틀리지만은 않다. 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 사실을 추가해준다면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 말도 못하고, 노래는 더더욱 불가능하며, 현란한 춤은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누구 못지않게 브로드웨이의 한 부분을 무게감 있게 채우고 있는 또 하나의 배우가 있다는 사실 말이다.

동물들이 출연한 영화의 포스터들. 왼쪽부터 마음이, 워 호스, 워터 포 엘리펀트 작품들이다.동물 배우들이 출연하여 활약한 영화들. 왼쪽부터 <마음이>, <워 호스>, <워터 포 엘리펀트>.

그렇다. 당당하게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동물 배우들. 개, 말, 코끼리 등 영화나 드라마, 혹은 CF에 출연한 동물 배우들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비교적 주변 환경의 제약이 적은 영화 촬영에 비해, 수많은 관객들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동물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무대 위에서 우리가 동물 배우를 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브로드웨이 무대를 앙증맞게 누비며 열연을 펼치는 동물 배우와, 그들을 만드는 자타 공인 최고의 브로드웨이 동물 배우 조련사를 만나보자.

Mini INTERVIEW
동물 배우 조련사 Bill Berloni

‘구조견들을 훈련시켜 무대 위로 나아가게 한 그의 위대한 헌신은,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와 풍부한 창의력에 대한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말은 2011년 빌 벌로니(Bill Berloni)가 연극계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토니상(Tony Awards)’을 받을 당시 나온 말이다. 유기견을 비롯한 구조견들을 캐스팅해 훈련시켜 연극, 영화, 광고 등에서 활약하게 한 빌 벌로니,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동물 배우와 실제 배우, 그리고 빌 벌로니가 뮤지컬 리허설을 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 왼쪽부터 뮤지컬 ‘애니’의 주인공인 9살 소녀 Issie, 강아지 Sunny, 그리고 Sunny를 훈련시키는 동물 배우 조련사 Bill Berloni다. 왼쪽부터 뮤지컬 <애니>의 주인공인 9살 소녀 Issie와 강아지 Sunny, 그리고 Sunny를 훈련시키는 동물 배우 조련사 Bill Berloni.

럽젠Q 동물 배우와 동물 배우 조련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무대 위에서 하는 연극이나 영화, 혹은 TV에 출연하는 동물들을 훈련시킵니다. 한 마디로 말해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해줄 동물 배우들을 당신이 영화나 무대, TV에서 볼 수 있도록 찾는 것이지요. 동물 배우들은 그저 등장만 할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주연을 맡기도 해요. 그런 상황을 위해 제가 데리고 있는 동물들을 훈련시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저는 지금 뉴욕에 살면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갈 동물 배우들을 가르치고 있지요.”

럽젠Q 동물 배우들을 캐스팅하실 때, 그들에게 필요한 특별한 조건이 있나요?

“당연히 있어요. 예를 들어 뮤지컬 <애니>의 주인공인 ‘샌디’라는 겁쟁이 강아지가 필요하다고 요청받으면, 저는 그 역할에 가장 잘 맞는 강아지를 찾죠. 개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가장 잘 맞는 역할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샌디’라는 역할은, 평소에는 차분하지만 어떨 때는 매우 활발해야 해요. 그래서 성격과 맞는 강아지를 잘 파악해야 하죠. 모든 창조물은 본능이라는 게 있어요. 배우는 환경과 타고난 성격도 모두 다르고요.”

럽젠Q 동물들도 성격이 다양한가요? 그렇다면 그들의 성격은 어떻게 파악하시나요?

“모든 살아있는 것은 성격이 있어요. 제가 데리고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들은 모두 유기견이나 구조된 강아지, 고양이들이에요. 그 중 어떤 동물은 누군가에게 학대당했던 기억이 있는 구조견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어요. 이렇듯 태어난 환경과 자라난 환경 모두의 영향을 받으며 성격이 결정되죠. 동물들도 사람만큼 다양한 성격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훈련법과 가르침이 달라요. 전 매우 어렸을 때부터 농장을 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동물들과 가깝게 지냈어요. 제 소중한 친구들이었죠.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나쁘게 굴면 그들은 나와 놀지 않겠죠. 그러면 외로워지는 거예요. 나는 그들과 놀기 위해, 그들이 도망가지 않게 하기 위해 배워야 했어요. 그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친해지죠. 그게 내가 동물을 컨트롤하는 방법이에요. 동물도 사람과 같아요.”

두 강아지 배우와 함께 웃고 있는 빌 벌로니의 모습. 사진을 찍은 장소는 마룻바닥과 커튼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공연 연습장으로 보인다.  뮤지컬 <애니>에서 Sandy 역을 맡은 Sunny와 Macy, 그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빌 벌로니.

농장에서 자란 그는 2살 때부터 동물들과 뒹굴며 자랐다. 그들이 곧 형제였고, 친구였으며, 가족이었던 것이다. 원래 꿈이 배우였던 그는 18살 때 처음 극장에서 배우로서의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애니>를 담당하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동물 배우를 훈련시키는 일을 돕게 되었다고.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가까웠던 그이기에 누구보다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었단다. 그가 처음부터 동물 배우 조련사를 꿈꿨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훈련시킨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가고 그 뮤지컬이 흥행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이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동물들과 함께 일할 때 그의 재능을 가장 발휘할 수 있다는 그는, 생각해보면 동물들이 먼저 그 자신에게 찾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럽젠Q 영화 촬영을 위한 훈련과, 연극 무대를 위한 훈련은 어떻게 다른가요?

“사실 연극과 뮤지컬보다는 영화나 TV 광고 촬영이 훨씬 수월해요. 왜냐하면 촬영 세트장에서는 주변의 산만한 요소나 방해물들을 치우거나 옮길 수 있고, 또 제 자신이 카메라 뒤에 앉아서 동물 배우들을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만약 실패했을 땐 다시 촬영하면 그만이잖아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달라요. 무대 연기를 위해 동물들을 훈련시키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죠. 관객들에게 동물 배우가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하라고 지시할 수도 없고, 만약 실수해도 다시 돌아가서 시도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게다가 제가 무대에 올라가 그들을 지도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우리는 동물 배우의 상대 배우에게 배우이자 동시에 조련사로 행동하도록 연습을 병행하게 해요. 배우가 실수하면 동물도 실수해요. 무대에서 동물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배우의 집중력이 그래서 가장 중요합니다.”

빌 벌로니씨의 강아지 Macy가 연기하는 모습. 무대 위에 아역 배우와 함께 앉아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보인다. 뮤지컬 <애니>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coolmompiks.com)

럽젠Q 동물들과 잘 소통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그건 어렵지 않아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해요. 당신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길 원한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걸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들과 소통하는 것에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동물에 대해, 그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 우리와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어떤 편견도 갖지 않는 사람으로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대우는 같아야 해요. 동물도 마찬가지고요. ‘넌 누구니?’, ‘너에 대해 말해줘.’, ‘넌 뭘 좋아하니?’와 같이, 우리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들을 동물들에게도 똑같이 해주세요. 소통은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하니까요.”

럽젠Q 동물 배우 조련사라는 일이 매력적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37년 동안 이 일을 해왔어요 이 일은 저에게 엄청난 즐거움을 줘요. 뮤지컬 <애니>가 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하기 전까지는 동물들이 영화에 출연했던 적은 있어도 무대에 올리는 건 전례가 없던 일이었죠. 저는 이 일을 통해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동물 복지에 대해 말하고 교육했어요.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죠. 어쩌면 그게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예요. 내 동물 배우가 충실히 연기를 했을 때 그것을 무대 밖에서 지켜보는 기분은 정말 놀랍고 경이로워요. 그것은 제가 옳은 방법으로 그들을 가르쳤다는 것이고, 그들과 옳게 소통했다는 거니까요. 저는 그들과 소통하는 일을 사랑해요.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만큼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죠. 그들을 보호소에서 처음 데려와서 훈련시키고, 무대 위에서 성공시키는 것은 저 자신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이고, 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어요.”

배우들을 훈련시키는 스튜디오 창틀에 걸터앉아 있는 빌 벌로니의 모습.

럽젠Q 동물 배우 조련사로 일하시면서 생긴 변화가 있나요?

“물론 있어요. 저는 아직까지 동물 훈련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없어요. 제가 아직 그들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는 아직 학생이고, 그들은 여전히 나를 놀랍게 하는 스승이에요. 제가 그들을 더 잘 알려고 할수록 그들은 더 잘 반응해주고, 제가 더 발전할수록 그들은 더 행복해 해요. 조련사는 그들에게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저는 더 잘 듣는 법을 배웠어요. 좋은 청중이 되는 방법이요. 잘 들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잖아요.”

럽젠Q 럽젠 독자들에게 동물들에 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나는 사람들이 동물을 더 잘 대우해주는 걸 볼 수 있기를 바라요. 언젠간 보게 될 거란 걸 알고요. 이건 저의 사회적이고 이상적인 꿈이에요. 제가 살아있을 때가 아니라면, 제 딸이 그런걸 보길 바라고요. 우리는 그들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거니까요. 제가 했다면 누구나 이 일은 할 수 있어요. 당신이 듣고자 한다면 그들은 말할 거예요. 당신이 그들을 더 존중할수록 더 따를 거고요. 개는 동료애를 가지고 있는 동물이라서, 사람을 좋아하고 빨리 친해질 겁니다. 그들에게 소리치고, 그들을 고립시키거나 학대한다면 그들은 당신을 두려워하고 도망가겠죠. 항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Human nature is Animal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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