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천 안에 있는 패턴을 만드는 일 내지는 짜임을 선택하는 일에 불과했었던 텍스타일 디자인. 하지만 이제 텍스타일 디자인은 패션이라는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어 인테리어와 액세서리에 적용되는 섬유소재 및 생활용품, 자동차, 선박, 항공 등 다양한 산업용 소재와 디자인 분야까지 ‘모든 사물의 표현 처리’라는 광범위한 분야를 일컫는 말로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분야가 되었다.

사진제공_텍스타일 디자이너 서밀하

서밀하씨의 텍스타일이 적용된 스카프, 의자, 쿠션, 액자, 커튼이 담겨있는 사진이다.
텍스타일 디자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된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서밀하 씨의 작업은, 의상을 뛰어넘어 인테리어 소재까지 넓게 적용되어 있다.

TEXTILE = IDENTITY

텍스타일 하나로도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버버리 체크’라는 아이덴티티로 15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브랜드다. 쉽게 말해 텍스타일 하나만 잘 만들어놔도 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텍스타일 디자인은 의상 그 이상의 부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이다.

텍스타일 디자이너의 사전적 의미는, 각종 천이나 섬유제품 개발을 위해 실의 종류, 제직 방법, 패턴, 컬러 등에 관한 디자인을 하는 일인 것으로 설명된다. 기존의 의류나 잡화 등 패션 아이템에만 한정된 일을 할 것이라 여겼던 텍스타일 디자이너의 역할이 좀 더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진정한 미학을 곳곳에서 발견하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미(美)에 대한 욕구’에 다름아닐 것이다.

Mini Interview
텍스타일 디자이너 서밀하

프리랜스 텍스타일 디자이너 서밀하는 다양한 소재의 물성을 이용한 수작업 텍스타일 아트웍을 바탕으로 각종 패브릭 소품과 조명기기 등을 제안한다. 한국의 전통과 서양의 컬러를 결합시킨 작업을 주로 하는 서밀하 씨. 올해 말 개인 전시와 내년 밀라노, 파리 컬렉션 준비를 하고 있던 그의 스튜디오를 찾아가보았다.

서밀하의 스튜디오 모습 중 일부. 옥색 벽 위에 흰색으로 Suh Milha라는 그의 이름과 함께 나비 문양이 새겨져 있다. 흰색 원통 모양의 조명이 몇 개 달려 있다.

럽젠Q 처음으로 ‘텍스타일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낀 건 언제인가요?

"저는 학부 때 의상, 텍스타일 전공을 했었어요. 1학년 때는 의상과 텍스타일을 동시에 배우고 2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는 과였죠. 처음에는 의상을 공부하고 싶어서 들어간 학부였지만 막상 배우다 보니 옷을 만드는 데에는 패턴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텍스타일 디자인은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새로운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의상 디자인보다 조금 더 확장된 분야였죠. 다시 말해 의상 디자인보다 확장된 것을 하고 싶어 시작했고, 지금은 인테리어 텍스타일까지 하고 있네요.(웃음)"

서밀하 씨가 화면 오른쪽을 응시하고 있다. 하늘색 셔츠를 입고 뿔테 안경을 낀 모습이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서밀하 씨

럽젠Q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무엇인가요?

"트렌드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해요. 굉장히 매력있는 게, 패션계는 트렌드 발표 5년 전부터 예측을 해요. 즉, 현재의 유행은 이미 5년 전에 정해져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매쉬 소재와 같은 청량감이 있는 소재들도 이미 예전부터 준비되어 있던 것이에요. 신소재라는 것이 개발되고, 원사 자체를 그것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텍스타일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트렌드를 보는 눈이에요. 분석을 통해 트렌드에 맞는 소재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해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죠."

럽젠Q 텍스타일 디자인을 하는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앞서 말씀드린 트렌드에 기반을 둔 리서치를 하죠. 그리고 나서 영감을 받은 자연물을 기반으로 아트워크 작업에 들어가요. 보통 저는 펜 드로잉을 위주로 작업을 해요. 그 다음엔 드로잉을 디지털화 시켜서 일러스트레이터 작업을 하고 패턴화시키는 거죠. 이런 식으로 패턴 하나를 완성시키면 그 패턴을 사용하게 될 국가나 지역에 따라 색깔이나 소재를 변형시켜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레드 계열은 인기가 많은 반면 블루계열은 인기가 없어요. 하지만 유럽 같은 경우는 그 반대죠. 마지막으로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사항에 따라 수정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거예요."

여러 종류의 텍스타일을 가진 천들이 있다. 서밀하 씨의 작업물로, 다양한 색과 패턴을 가진 천들이 흰색 선반에 걸려 있다. 서밀하씨의 어패럴 작업들.

럽젠Q 패턴에도 종류가 있나요?

"네, 패턴을 적용시키는 매체에 따라 달라져요. 인테리어의 경우에는 패턴의 방향성이 보이는 것이 집을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 좋고요. 옷 같은 경우 패턴 방향이 보이지 않는, 무작위로 섞인 패턴이 좋아요. 옷을 만들 때는 신체의 구조에 따라 천을 회전시켜야 해요. 만일 천을 잘라서 옷을 만들었을 때 방향이 보인다면 팔 부분은 세로고, 몸 부분은 가로로 만들게 되죠. 이럴 땐 패턴을 무작위로 배치함으로써 방향 때문에 천의 불필요한 부분을 버리지 않게 되는 거예요. 아트워크에 따라서도 바뀌죠. 예를 들어 꽃을 소재로 아트워크를 완성시켰다면 그 꽃과 줄기의 방향을 생각해서 어떤 패턴과 잘 매치될지 골라요. "

서밀하 씨가 텍스타일 작업을 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 앉아 흰 천 위에 조각칼 같은 도구로 텍스타일을 꾹꾹 누르듯 작업하고 있으며 사진에서는 그의 손, 테이블 위의 텍스타일 결과물, 그리고 테이블에 놓인 컵과 차주전자 등이 보인다. 작업을 하는 서밀하 씨의 모습.

럽젠Q 아트워크 작업의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저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심지어 이번 모란꽃 같은 경우 서도호 씨가 작년에 리움에서 했던 전시, <집 속의 집>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제작했어요. 반투명하게 만든 서도호 씨의 집을 보고 ‘모든 게 투명해진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졌고, 투명한 꽃을 생각해보았어요. 그래서 엑스레이로 꽃을 촬영하기까지 했죠.(웃음) 그리고 전시 도록이나 고서까지 많이 참고하는 편이에요. 사실 옛날 작가들이나 미술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잖아요. 하지만 도시에 살다 보면 자연을 느끼기가 좀 힘들죠. 그나마 이곳 삼청동에는 숲도 보이고, 기와도 보이고 정독도서관도 보이고, 또한 워낙 기발한 생각들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많으니까 작업들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죠. 그리고 여긴 미술관 천국이니까,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 가서 쓰윽 보고 와요. 일단 미술관이 많아서 좋아요. 근처에도 계동 쪽에 아는 작가들이 많아서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편이에요."

텍스타일 디자인이 가장 발달한 북유럽의 경우 일상 속에 구석구석 녹아든 패턴들이 그들의 일상 곳곳에 구석구석 녹아들어 한층 더 풍요로운 인상을 심어준다. 단순히 어패럴을 넘어서 일상의 모든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특수 산업분야까지 적용되는 분야 텍스타일 디자인. 어쩌면 일상 속 우리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디자인이 아닐까?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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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런 패턴도 그냥 만드는게 아니었군요. OTL,...! 좋은 지식 알아가요 :D
  • Mary J. 마징가

    정말 창의적이고 멋있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 윤수진

    텍스타일 디자이너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네요 :) 이렇게 또 하나 새롭게 배워갑니다~~ 수고하셨어요 서우 기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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