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살롱 | 무중력 당신을 만나는 곳

유자살롱. 그들은 그 이름부터 따뜻하고 달콤했고, 함께 나눈 이야기는 봄바람처럼 편안하고 훈훈했다. 추운 겨울,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봄을 그리고 있던 그곳의 문을 열었다.

유자살롱의 활동 모습. 어느 건물의 베란다 같은 공간에서 유자살롱이 나란히 앉아 각자의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베이스, 드럼, 기타, 아코디언, 기타를 들고 연주하고 있으며 그 뒤로는 초록색 나무들과 햇빛이 비치는 모습이 보인다.

유유자적, 할래?
유자살롱은 ‘유유자적 살롱’의 줄임말이다. 이들이 말하는 유유자적이란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도,
유자살롱의 작업실 한 켠의 모습. 키보드, 앰프, 컴퓨터 모니터, 헤드폰 등이 복잡하게 책상 위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이다.
한가한 휴가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내가 진짜 나일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새로운 정의의 유유자적을 표방하는 유자살롱은 인디밴드이자, 사회적 기업이자, 대안 교육기관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대안 교육기관 ‘하자센터’. 영화, 연극, 클래식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중심으로 대안 교육이 이루어지는 이곳에 유자살롱은 처음으로 대중 음악의 깃발을 꽂았다. 실용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드물었다. 독학으로, 공연 한 번 해본 적 없는 방구석 기타리스트들이 인디 음악의 꿈을 품고 모여들었다. 입시 음악 학원을 시작했다. 대놓고 싼 가격에, 대놓고 취미를 목적으로 하는.

이 값싼 대안 교육기관을 찾은 것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혼자서 생활하는 ‘무중력 청소년’들이었다. 딱 한 달치 학원비를 들고 찾아와 매일 같이 기타를 빌려 연습하던 친구도 있었고, 학교를 그만두고 2년 동안 바깥을 나가지 않고 생활하던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수업은 어느새 기타, 베이스, 드럼, 미디, 작곡 등 대중음악 전반을 가르치는 종합 클래스가 되었다. 매일 악기만 배우기가 심심해서 외부 활동을 넣었고, 그렇게 ‘집 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이나 <스윙 걸즈>처럼 음악으로 대동단결하는 이야기들은 계속 있어왔어요. 그만큼 음악은 에너지가 있거든요. 사람들 속에서, 함께, 무언가를 맡아서 하는 그 느낌이 대단하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무중력 청소년들이 잃어버린 관계, 소속감, 열정… 그것들을 되찾아 주는 방법으로 음악을 이용하기로요.”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의 숫자는 1년에 5~6만 명. 하루에 100명 씩 관두는 꼴이다. 기초 학력에 가까운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오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 흔한 일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결핍을 안고 자라요. 소속감이 없는 거죠. 그나마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교과서가 체질에 맞지 않는 아이들은 그 곳에서도 스스로 존재감을 잃어가요. 그래서 그 결핍을 바꾸고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어요.”

유자살롱이 영감을 얻는 도구들. 만화책 'H2'가 바닥에 가득 깔려 있고 이 위에 야구 글러브와 야구공이 하나씩 놓여 있다. 무작정 악기를 가르치고 연습하는 식으로 할 수는 없었다. 음악이 공부가 되는 순간 그 에너지는 반감하기 때문이었다. 대신 ‘뭐하고 놀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쭈뼛거리는 아이들에게 먼저 좋아하는 노래를 시작했고, 만화책을 교과서로 썼다.

“일정 시간 동안에는 꼬박꼬박 일종의 ‘잉여짓’을 해요. 밥 먹고, 영화 보고, 만화 보고, 산책하고, 농구하는 것들. 진짜 관계는 목적이 없을 때 생기는 거거든요.”

또 다른 나를 향한 손길

유자살롱의 멤버 전조, 아키, 하즈, 후멍은 모두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전조는 사회학과를 졸업해 대안 학교 교사 활동을 했고, 아키는 작편곡가로 뮤지컬에서 일을 했다. 하즈는 인디밴드 활동 경력이 있고, 후멍은 유자살롱의 기타리스트이자 회계 담당자다. 이들의 시작이 무작정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돈이 되지 않아도 이 프로젝트 만은 꼭 지키겠다는 마음은 현실에 부딪혔다. 처음 아이들을 가르칠 때 1인당 월 9만원의 돈을 받으며 생활했다. 차라리 편의점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고전하던 유자살롱에 기회가 찾아왔다. 가수 서태지 팬클럽이 결성한 기부 모임 ‘매니아 기빙 서클’이 유자살롱의 후원자로 나선 것이다. 10대 때 서태지의 음악으로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자란 만큼, 이제는 그 음악의 에너지를 돌려주고 싶다는 뜻이었다.

“2년 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던 친구가 저희와 스스럼없이 농담을 하고 놀 정도로 변했어요. 그 친구를 보면서 학교를 나와서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소위 ‘은둔형 외톨이’들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유자살롱의 공동대표 전조 씨의 인터뷰 도중 모습. 유자살롱의 사무실 안에서 전조 씨가 회색과 남색이 섞인 야구점퍼를 입고 한 손을 들어 보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앞에는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고, 그의 뒤로는 주황빛 전등과 모형 나무, 기타 등의 악기들이 놓여 있다. 학교를 그만둔 무중력 청소년 대부분은 집에만 갇혀있어, 그들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멤버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학교와 청소년 기관을 방문하고, 아이들을 유자살롱으로 데려왔다. 유자살롱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변한다. 다른 일들에 의욕을 보이고, 더 공부하겠다며 대학에 진학한다.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유자살롱도 변해갔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갈수록 내가 어떻게 컸는지 잘 모르고, 까먹어요. 그런데 어린 친구들을 가르치다 보면 모든 애들한테서 내 모습이 보이죠. 수십 명의 내가 돌아다녀요.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내 과거를 볼 줄 알아야 소통하는 법을 알고 성장할 수 있어요. 값진 경험이죠.”

무중력에서 관계를 찾아라

유자살롱의 ‘집 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는 지금 7기를 모집하고 있다. 유자살롱이 정한 무중력 청소년의 범위는 만 15세에서 24세까지. 그 폭이 보통 청소년의 기준보다 꽤 넓다. 3개월의 프로젝트 기간을 마치면 유자살롱은 정기 공연을 연다. 그쯤엔 아이들도, 멤버들도 매일같이 나와 공연을 준비하기 바쁘다. 그리고 그 바쁜 와중에서 유자살롱은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썸머 워즈>라는 영화에서 이런 말이 나오거든요. ‘세상의 비극은 모두 두 가지, 배고픈 것과 외로운 것에서 나온다.’ 그런데 공연 전날, 다같이 모여 밥을 먹으러 갈 때의 우리는 다같이 내일 할 즐거운 일이 있고, 함께할 사람들이 있고, 밥을 먹으러 가고 있죠. 인생에 이 순간만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해지는 순간이에요.”

왼쪽 사진은 유자살롱의 전조 대표가 인터뷰 도중 자신의 뒤 벽에 걸린 티셔츠를 한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그 티셔츠 한 장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사진으로, 흰색 티셔츠 위에는 남자와 여자가 나무에 매달려 놀고 있는 듯한 그림 아래에 'It's not your fault'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유자살롱은 ‘직딩예대’도 운영한다. 직장에 나가 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의사소통만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사회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대상이 다를 뿐 그 원리는 모두 유자 프로젝트와 같다. 그리고 그들에게 해주고픈 말 역시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과 같다.

“‘It’s not your fault.’ 저희의 모토예요. 어떤 일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건 노력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게 돼요. ‘내가 노력을 안해서’, ‘내가 남들보다 부족하니까’라면서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요? 방황을 더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해진 경로를 이탈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내 자신을 찾는 시간들을 보내라는 거죠. 내가 진짜 내 모습으로 있으려면 먼저 진짜 내 모습이 뭔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런 긍정적인 방황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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