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름다운 지출내역

대학생은 본격적으로 생활 반경과 참여하는 활동이 넓고 다양해지는 시기다. 때문에 돈 쓸 일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 돈의 가치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스마트폰 화면 속 전자계산기의 모습이다. 왼편에는 각종 수학기호, 오른쪽에는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고 위쪽의 결과창에는‘우리들의 아름다운 지출내역’이라는 기사 제목이 쓰여 있다.

3,000원 :작은 시작이 큰 실천을 이루는 기부

서울예술대학 미디어창작학부에 재학 중인 김종연 학생(24)은 매년 3,000원의 돈을 기부한다. 기부는 마음 먹기는 쉬우나 실천하기 어려운 일. 작은 실천으로 커다란 일을 만들어내는 일에 김종연 학생은 동참하기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매년 ‘민들레 예술상’을 개최한다. 집이 없는 홈리스노숙인들에게 문예창작 강의를 열고, 우수작을 선정해 수상자에게 집을 임대해주는 방식이다. 시상금은 대중과 기업의 펀딩 공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택 임대를 위한 일정 모금액을 넘지 못하면 행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최소 3천원부터 기부할 수 있는데, 1,500만원이 필요했던 지난 2013년 크라우드펀딩 공모에는 무려3,600만원이 모이면서 더 많은 노숙인들이 문학적 가능성을 배우고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민들레 예술문학상 공모대회 안내 페이지를 캡쳐한 모습. ‘2013년 제2회 민들레 예술문학상 공모대회 / 노숙인의 예술문화적 가능성을 시민과 함께 공유하고, 나아가 노숙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공모대회를 개최하고자 하오니 뜻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다.

“저는 작년 민들레예술상 펀딩 공모에 참여했어요. 비록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예술을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를 실현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상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교육의 연장선으로서 문학상을 제정한다는 취지도 좋았어요. 허투루 쓸 수 있는 작은 돈을 낼 수 있어 저에게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목적 없는 소비나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아니라, 이렇게 기부 방식으로 모인 금액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돌아가는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는 김종연 학생.적은 금액으로도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시야가 더욱 넓어지는 좋은 계기다.

3,500원 :커피 한 잔에 담긴 남모르는 비밀

과제를 하거나 시험 공부를 할 때 카페에 가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집에서는 집중할 수가 없고, 도서관은 너무 조용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적당히 긴장감을 가질 수 있는 카페를 찾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카페라는 공간은 대학생들이 그 이상의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된다.
한 여자가 테라스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커피잔을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여자의 모습은 머리카락과 손밖에 보이지 않고, 여자의 앞쪽에 있는 테이블과 노트북이 흐릿하게 보인다.
때로는, 커피값이 드는 카페의 공간 이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카페는 오랫동안 자기 방처럼 머물며 자기 할 일을 하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 한 잔 값에 남모르는 의미를 둔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밤에 촬영한 어느 카페 간판의 사진. 검은 배경화면 위에 네온사인으로 커피잔과 Coffee라는 글자가 그려져 있다.

“저는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해요. 덥기로 유명한 전주, 이곳에서 여름을 나는 일은 힘겨운 일이에요. 하숙집에 살다 보니 에어컨이 거실에 하나 있는데 세 번 정도 밖에 틀지 못했어요. 틀어도 금방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고, 하숙집 이모님의 눈치도 보이거든요. 너무 더워서 새벽 늦게 잠들면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카페에 가서 공부했어요. 차라리 그게 더 효율적이고 절약적인 것 같아요.”

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윤정 학생(25)은, 살고 있는 곳의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카페라는 대체 공간을 이용했다. 여름철의 냉방이나 겨울철의 난방이란, 자취나 하숙을 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풍족하게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커피 한 잔 값만 내고 필요한 만큼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더 괜찮은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카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공간에서, 대학생들의 대체 공간으로 확대되었다. 때로는 밥값보다 비싼 커피 소비가 대학생에게는 사치스러울 수 있지만, 커피 한 잔에 공간을 사용하는 값을 대체한다. 냉방비나 난방비의 부담을 커피 한 잔 값으로 지출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

5,000원 : 낡을 수록 더해지는 책이라는 가치

스마트폰 화면 속 전자계산기의 모습이다. 왼편에는 각종 수학기호, 오른쪽에는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고 위쪽의 결과창에는‘우리들의 아름다운 지출내역’이라는 기사 제목이 쓰여 있다.
어느 헌책방의 사진. 붉은 벽돌로 된 건물 안에 문 입구가 빼꼼히 나 있다. 입구부터 안쪽까지 책들이 가득 쌓여 있다.대학생들의 책 구입에 대한 지출도 상당하다. 강의 교재로 필요한 서적이나 전공 서적, 취업 서적, 취미 서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예창작학과에 재학중이라책을 구매해야 할 일이 많다는 반진영 학생(24)은 헌책방에서 처음으로 책을 샀던 날에 대해 회고했다.

“저희 학과의 특성상 책 읽을 일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책을 구매하는데,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대출 기간에 한계가 있고, 소장하고 싶은 책도 있거든요. 하지만 지출이 생각보다 많아서 고민이 많을 때 중고 서점을 알게 되었어요. 중고라고 해서 다 노랗고 눅눅한 책이 아니더라고요. 물론 헌책방에서도 구하지 못해 새 책을 사야 할 때도 있지만, 헌책방에서 오래되었지만 내용은 유구한 고전 문학 같은 책을 많이 사기도 했어요. 값은 절약되는데 가치는 두 배가 되는 느낌이 들었죠.”

반진영 학생은 실제 정가의 1/4 가격으로 책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했다. 거기에 청계천, 대학로 부근의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책을 구매하거나, 혹은 자신이 필요하지 않게 된 책을 되팔면서 효율적인 책 소비를 하고 있었다.책은 책으로써의 기능을 할 때보다, 그 책을 읽은 사람에게 오는 영향력에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자신만의 효율적인 책 소비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17,900원 :처음으로 진 빚, 학자금 대출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광고 페이지를 캡쳐한 모습. 남자와 여자 대학생 한 명씩이 사진 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고, 하늘색 화살표가 화면을 채우고 있으며 ‘부담은 줄이고, 내 꿈은 키우고’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학자금 금리 인하 3.9%  2.9%라는 수치도 함께 보인다.졸업한 지 1년이 되었다는 최 양(26)은 대학생 시절, 그리고 취업 후 월급을 받는 현재까지도 부담하고 있는 지출 내역 중 하나로‘학자금 대출’을 꼽았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당시 3학기 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은 최 양은 학교 재학 당시 부담을 덜었지만 난생 처음으로 ‘빚’을 지게 되었다.한 학기 대출금에 대한 상환금이 17,900원으로 총 3학기 분량에 해당하는 53,700원이 자동이체 된다는 것. 매달 납부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이것이 바로 ‘빚’이라는 점이다. 비싼 등록금이지만 그렇다고 학교를 휴학하면서 돈을 벌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고 했다.

“사업에 망하거나, 보증을 잘못 서는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만 빚이 생기는 줄 알았어요. 당시에는 방법이 없어서 학자금 대출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감만 더해진 것 같아요. 지금도 월급이 들어오면 항상 53,700원이 빠져나가 있어요. 한달 교통비나 휴대전화 요금 정도 되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엔 학자금 대출을 해서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큰 부담인 것 같아요.”

한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대학생 중 65.1%가 학자금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휴학을 결정한 학생 중 32.1%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을 결정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국공립 대학 등록금이 가장 비싼 우리나라에서 공부를한다는 것은 돈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대학이 학생에게 ‘빚’을 지게 하는 것, 그렇게 공부한 이후에도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은 대학생에게 주홍글씨처럼 남겨질 것이다.

199,900원 :최저가 항공권, 최고의 여권

명지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시진 학생(25)은 지난 한 해 동안 휴학을 하고 여행을 다녔다. 6개월 정도 학원 강사, 식당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번 돈을 가지고 곧바로 여행을 떠난 것. 군 제대 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이시진 학생은 막연한 상실감 때문에 여행을 결정했다. 곧바로 현재를 마주하기보단,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최소한’의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넓은 초원이 검게 보이고, 붉은 하늘 아래 석양이 지는 모습을 담았다. 초원 위에는 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고, 이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오로지 여행에 갈 최소한의 목돈을 벌어 한 달 동안 인도를 떠난 그. 돌아와 다시 2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이번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한 달간 다녀왔다. 그렇게 바짝 번 돈으로 최소한의 조건의 여행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느 헌책방의 사진. 붉은 벽돌로 된 건물 안에 문 입구가 빼꼼히 나 있다. 입구부터 안쪽까지 책들이 가득 쌓여 있다.

“저는 제가 겪은 아픔만이 가장 큰 아픔인 줄 알았어요. 저에게 낯선 땅에서 생각해보니 세상은 저를 배제하고도 여전하게 흐르고 있었고, 대단한 일 또한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아르바이트로 고생한 만큼 번 돈을 가지고 바로 여행에 몽땅 써버리는 일을 선택한 건, 우리 나이에 뭘 해야 할 지 고민이 있을 때, 그럴 시간에 여행을 가게 되면 시야도 트이고 미래를 구상하는데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는 한 해변가에 체류할 적에, 바다를 눈앞에 두고서도 해산물 한 번 먹어보지 못하고 일주일을 매일 한 끼 식사로 버틴 적이 있다고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빵과 잼, 현지에서 사먹을 수 있었던 컵라면을 먹으며 바라본 신혼여행지의 해변은 꽤 씁쓸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시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여행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후 곧바로 여행 떠나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지출내역을 보면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꿈을 꾸는지 조금은 볼 수 있다. 돈이 많을수록 좋다는 물질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비에 가치를 느끼고 돌아볼 수 있는 가치로 생각하는 일은, 실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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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 짱이죠ㅋㅋ 가끔 엄청 귀한책을 구하는 행운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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