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입학은 같지만 졸업은 아니란다

입학은 같았던 대학 동기들. 눈 깜짝할 사이에 A는 유학을 위해 먼 타국 땅으로, B는 인턴차 서울 소재 회사로, C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노라며 지방에 내려가 있다. 학교 캠퍼스를 함께 거닐었던 것이 엊그제 같지만 어느새 우리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이처럼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것일까?

흰 테이블 위에 인형 네 개가 서 있다. 중세시대의 인형처럼 보이는 사람의 모양 인형들이 서 있고, 왼쪽에는 두 인형이 붙어 있고 앞에 '인턴?'이라는 흰 종이가 함께 서 있다. 가운데 인형 아래에는 '휴학?'이라는 문구가, 오른쪽 인형에는 '재학생?'이라는 문구가 각각 함께 서 있다. 사진 오른쪽 위에는 '뿔뿔이 대학생_휴학 편, 입학은 같지만 졸업은 아니란다'는 기사 제목이 써 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대학 친구. “요즘 학교에서 왜 이렇게 안 보여?” 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건 “나 휴학했잖아~”라는 대답. “아, 그랬었나?”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곤 하는 상황. 과거에는 거창한 목표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휴학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으로 클릭 한 번이면 휴학 신청이 되는 시대다. 입학을 같이 했다고 졸업도 같이 하는 시대는 원래 없었다. 대학생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휴학에 대하여.

뿔뿔이 대학생 휴학 <인턴 생활>

어느 잡지에서 클로즈업해 촬영한 '휴학'과 '인턴'이라는 글자들. 왼쪽 사진은 사진 안에 들어 있는 '휴학'이라는 글자를 클로즈업해 찍은 것, 오른쪽 사진은 본문 중 '인턴'이라는 글자를 클로즈업해 찍은 것이다.

처음 휴학을 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학교 중간고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매일 밤을 지새우게 했던 과제도 잠시 안녕이다. 그러나 사실 휴학의 주된 이유는 인턴 생활 혹은 대외 활동인 경우가 많다. 학교 생활은 잠시 접어두고, 쉴 틈 없이 처음 마주하는 회사 프로세스에 뛰어들어 일하다 보면, 이것이 진짜 휴학(休學)인가, ‘휴~ 학교 가고 싶다’는 넋두리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회사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친구들은 언제 만나지? 2013학년도 가을학기를 휴학하고 인턴 생활을 한 임주리 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Mini Interview 1
임주리(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1학번, 5학기를 마친 휴학생)

임주리 씨의 사진. 흰색과 빨강색이 섞인 스냅백을 쓰고 회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임주리 씨가 어느 카페 테라스 앞에 앉아 있다. 그녀의 앞 테이블에는 와플이 놓여 있다.

“휴학 할 때는 휴학을 해도 만날 사람은 만나려고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어차피 하게 된 인턴도 서울 쪽이고 학교도 서울, 친구들도 수도권에 사니까 당연히 하루 일을 마치면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정리될 인간 관계가 정리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휴학 전에는 휴학 후의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이 그다지 없었던 임주리 양. 그러나 실제 휴학을 하고 인턴 생활을 시작한 임 양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친구를 만나고 싶은데, 9시부터 6시까지 회사 업무를 마치고 나면 기운이 다 빠지는 거예요. 몸이 힘드니까 정말 친하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도 괜히 만나기가 부담되더라고요. 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중간고사다 기말고사다 해서 학기를 보내느라 바쁘고, 함께 휴학한 친구들은 또 각자의 일과가 있고요. 남자 친구들은 오랜만에 군대 갔다가 휴가 나와도 못 보는 경우도 많아요.”

인터뷰 당시 곧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떠날 예정이었던 임주리 양은 남는 시간에는 프랑스어 공부도 하고 프랑스 생활에 대비하느라 더욱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미 6개월 동안 학교를 비웠는데, 앞으로 또 6개월 동안은 한국을 떠나있게 되는 것이다. 대학 동기들과 만나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해도 다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립다는 임 양은 걱정이 많다.

임주리 양의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들. 왼쪽 사진은 그녀의 회사에서 바라본 창문 풍경으로, 높은 빌딩임을 짐작할 수 있게 아파트와 각종 건물이 작고 낮게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프랑스어 교재 한 쪽을 펼친 모습으로, 시간에 대한 페이지인 듯 교재에 시계 그림이 잔뜩 있다.

Mini Interview 2
이지민(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0학번, 7학기를 마친 휴학생)

이지민 양의 사진. 여름에 촬영한 듯 간편한 티셔츠와 하늘색 치마를 입고 주황색 백팩을 맨 채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다. 반면, 역시 2013학년도 가을학기를 휴학한 이지민 양은 휴학 하기 직전에 ‘1년의 반이라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친구들에 대한 고민도 가지게 되었다.

“휴학을 하기 전, 선배, 그리고 동기들과의 마지막 대학 생활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도 큰 고민거리였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한 이유일 수도 있지만, 8학기를 앞둔 상황에서 졸업을 맞이하는 동기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2013년 하반기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거든요. 눈에서 안 보이면 마음에서도 차차 멀어질까 봐, 일상을 공유하지 못하면 서로 소홀해질까 봐 섣불리 휴학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아요.”

캠퍼스 커플(Campus Couple)이기도 했던 지민 양은 함께 학교에 다니는 즐거움을 알고 있었기에 휴학을 하기가 두려웠다. 졸업을 하고 나면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을 짐작한 터라 더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휴학을 하고 나서는 이러한 걱정을 조금 덜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남자친구,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지만, 사실 원래부터 친한 친구들은 계속 연락이 닿게 되어 있더라고요.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의 입장에서 상대를 이해해주고 함께 고충을 나누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죠.”

이지민 양은 오히려 휴학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고민을 없앤 경우이다. 서로 다른 경험을 통해 더욱 다양해진 이야깃거리와 자주 보지 못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 나오는 돈독함은 쌓여갔다. 또한 한 학기 휴학을 하면서 얻게 된 베트남 해외 봉사의 기회와 두 번의 인턴 생활은 그녀의 경험은 풍성하게 했다.

지민 양의 휴학시절 모습. 베트남 봉사활동 현장에서 찍은 것으로, 왼쪽 사진은 어느 집 짓는 현장에서 짧은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낀 채 삽으로 벽돌 사이를 시멘트로 칠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베트남 현지 아이들과 어느 교실에서 풍선을 함께 들고 찍은 그녀의 사진.

“걱정과는 달리, 전 휴학 생활을 상당히 알차게 보냈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서 인턴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현장에 녹아 들다 보니 휴학 안 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휴학? 우리도 할 말 있어요!

민영 씨의 사진. 어느 강연장에서 찍힌 듯한 사진으로, 검은 코트에 빨간 니트 워머를 손목에 낀 그녀가 강연장 앞쪽을 바라보고 있다.
2013년에 6학기를 마친, 소위 ‘스트레이트’ 졸업을 노리는 민영의 한 마디

“휴학을 하면 뭔가 그 시간만큼의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부담이 있어요. 친구들보다 빠르게 사회에 나가게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요.”

페이스북 남자 프로필 기본화면 사진. 흰 실루엣의 남자 모양이 하늘색 배경 위에 있는 모습이다.  ‘삼수+군대’에 휴학 선택권이라곤 없는 익명의 제보자, 그의 한 마디!

“제가 삼수생인데다 남자인지라 군대도 다녀와서 휴학한다는 것은 생각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이번에 동생이 고3이라 제가 한 학기라도 빨리 졸업하는 게 부모님께 덜 부담이 될 것 같아요.”

뿔뿔이 대학생 휴학, 각기 다른 ‘휴학의 의미’

“휴학하고 뭐해?”가 당연한 질문이 되어버린 요즘. 휴학이 쉴 휴(休)자에 배울 학(學)을 쓰는 휴학이 맞나 싶다. 그러나 그 의미가 어찌 되었든, 대학생들에게는 이처럼 친구들과 선후배와 뿔뿔이 흩어져야 함에도 휴학을 선택하게 했던 나름의 ‘휴학의 의미’가 있다.

Mini Interview 3
쉼표를 찍는 휴학 : 박종홍(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08학번, 2013년 가을학기 휴학생)

박종홍 씨의 사진. 한강에서 요트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회색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그가 강물에 뜬 요트 위에서 닻을 올리기 위해 끈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휴학생들과는 달리, 박종홍 군은 딱히 특정한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휴학한 것은 아니다. 정말 쉬고 싶기도 했고, 그저 이런 저런 생각할 거리들이 많은 것 같아 휴학을 선택했다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시죠. 빨리 졸업해서 자리 잡아야 하지 않겠냐거나, 할 것도 안 정하고 학교도 안 다니면 놀기 밖에 더하겠느냐며 고민을 하세요. 저도 하나 둘 학교를 떠나는 친구들이나 선배들을 보면 싱숭생숭하기도 하고요.”

그 역시도 걱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느 휴학생들처럼 휴학하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그림을 그려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를 다니기만 하자니 그것도 일종의 시간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자, 휴학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휴학하고 나서 진전이 있었냐고요? 글쎄요(웃음). 그래도 후회는 안 해요. 처음부터 이루고자 하는 기대치가 낮았으니 실망도 적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후배들이 저와 같은 이유로, 특별한 할 일 없이 휴학한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 거예요. 왜냐고요? 그들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 또 지금껏 열심히 살았다면 한 번쯤 쉬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어느 책에서 클로즈업해 찍은 글귀. '아무것도 안 할 자유' 라는 글귀를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이다.

휴학을 하고 나서 꼭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가 있을까? 꼭 목적 있는 휴학만 해야 할까? 종홍 군의 이야기는 휴학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곱씹어 보게 한다.

Mini Interview 4
내 삶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휴학 : 김지나(서강대학교 경제학과 10학번, 2013년 봄학기 휴학생)

김지나 씨의 사진. 바깥공간에서 널어둔 흰 천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흰 천 위에는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한 사람의 형태가 보인다.

3년 동안 쉼 없이 학교를 다니고 나니 대학 생활 이후 삶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서 휴학을 선택했던 김지나 양.

“저에게 휴학의 의미는 ‘선택과 추진’이었어요. 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찾고자 하는 것이 휴학의 목적이었죠. 목표의 불확실성 때문에 더 이상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휴학 때 뭘 했냐고요? 공모전 준비를 주로 했어요. 제가 평소 고민하던 진로나 꿈에 관련된 공모전이요. 오전 시간은 용돈 벌이를 위한 아르바이트로 채웠고, 보통 저녁 때 공모전 준비를 했죠. 친구들이요? 다들 한창 달려가고 있는 시기잖아요, 우리. 서로 조금 연락이 소홀해도 이해해주곤 했죠. 뿔뿔이 흩어진다는 게, 물론 떨어짐의 의미도 있지만 각자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테이블 위에 작은 크기의 인형이 둘러서 있다. 인형들은 얼핏 보면 서로를 마주보고 둥글게 서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바깥쪽을 보고 둥글게 서 있어 곧 떠날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수많은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휴학을 선택하기도 하고, 쉼 없이 달려온 일상에 지쳐 휴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첫 번째 건널목에서 쉬고, 어떤 이는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쉬지 않고 나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뿔뿔이 각자의 길을 향해 흩어지는 것처럼 보여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놓치지는 말자!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곧 다시 모이는 것과 다름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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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야 휴학이라는 단어때문에 기사를 챙겨보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안 할 자유. 마음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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