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입학은 같았던 대학 동기들. 눈 깜짝할 사이에 A는 유학을 위해 먼 타국 땅으로, B는 인턴차 서울 소재 회사로, C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노라며 지방에 내려가 있다. 학교 캠퍼스를 함께 거닐었던 것이 엊그제 같지만 어느새 우리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이처럼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것일까?

대학생, 특히 남학생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군대! TV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통해 대중에게도 꽤 친숙해지기도 한 군대는 대학생들이라면 주변에 다녀온, 혹은 곧 다녀올, 그리고 떠나보낼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공감가는 사안이다. 군대는 과연 남녀 대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성별에 따라, 그리고 처한 상황에 따라 군대를 다르게 느끼는 남녀 대학생 4명을 만나 그 한풀이(!)를 들어보았다.
책상 위에 군모와 군화 하나가 놓여 있다. 사진 위에는 ‘뿔뿔이 대학생 <군대 편> :군대로 인한 대학생들의 뿔뿔이 현상’이라는 기사 제목이 쓰여 있다.

남자들의 대담
군대를 빨리 다녀온 남자 vs 군대를 늦게 다녀온 남자

우리나라 남학생들은 보통 1학년 2학기나 2학년 1학기가 끝나면 군에 입대한다. 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금 먼저 혹은 조금 늦게 군대에 다녀온 남학생들을 만나 각각의 장단점을 알아보았다. 두 학생 모두 ‘제대 후 학교 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단점이라 고백했다. 먼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이석진 씨(김천대학교 간호학과 11학번)의 고충을 들어보자.

이석진 씨“군대를 일찍 다녀오다 보니 학교 생활에 아쉬운 점이 있어요. 제대 후 학교에 복학했더니 모두 새로운 얼굴이더라고요. 저와 같이 수업을 듣던 남학생들은 아직 군복무 중이고 여학생들은 다른 학년이 되어버렸죠. 학교 수업 따라가기도 바쁜데 교우 관계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물론 지금은 적응해서 학교를 잘 다니고 있지만요.”

군대를 다소 일찍 다녀오니 남자 동기들은 아직 군에 있고 군대를 가지 않은 여자 동기들은 학년이 달라져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군대를 늦게 다녀와도 이와 같은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 군대를 2학년 2학기 종료 후에 다녀온 김경현 씨(세종대학교 행정학과 09학번)의 이야기다.

김경현 씨“결국 남는 건 동기밖에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무리 친한 선후배 사이라 해도 동기만한 친구는 없는 것 같아요. 군대에 가기 전에는 항상 붙어 다니던 동기들이, 군대에 늦게 갔다가 복학하니 다 뿔뿔이 흩어져 있더군요. 대부분 해외에 나가 있거나 각종 고시 공부를 하는 고시생, 취업 준비생이 돼 있었어요. 얼굴 한 번 보고 싶어도 너무 바빠서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수 없네요.”

군대를 일찍 가나, 늦게 가나 제대 후에는 입대 전 함께 했던 동기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이렇게 학교 안에서 동기를 만나지 못하는 슬픈 현실 말고도 학교 외적으로 개인적인 고충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석진 씨는 군입대 전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았던 그 때가 가끔은 그립다고 답했다.
이석진 씨의 군제대 당시 모습. 어느 시골 마을로 보이는 길거리에서 함께 제대하는 군 동료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다. 군복을 입고 팔 소매를 걷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들은 길거리 한가운데에 서 있는 ‘사방거리’라 쓰인 비석 양 옆에 나란히 서 있다.

이석진 씨 “행동이 예전보다 조심스러워졌어요. 사실 군대를 가기 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우선순위로 두고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하며 지냈거든요. 하지만 군대에 다녀온 후에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기더군요. 그러다 보니 군대에 가기 전보다는 행동에 제약을 받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군대를 조금 더 늦게 갔으면 더 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군대에서 생각의 깊이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가끔 들어요.”

반면 군대를 늦게 다녀온 김경현 씨는 군대 선임과의 나이 차이 문제를 지적했다. 군대를 늦게 가면 갈수록 선임의 나이는 더욱 어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 어린 선임들에게 별 것도 아닌 일로 지적을 받을 땐 속으로 엄청 화가 났다고. 하지만 ‘나이’가 아닌 ‘계급’ 중심 사회인 군대에선 이는 억울해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김경현 씨 “보통 대학생의 경우, 1학년 마치고 미련 없이 겨울에 입대하거나 혹은 신입생 후배들과 친해지기 위해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에 입대하잖아요. 그래서 군대를 늦게 가면 늦게 갈수록 결국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훈련소에서는 나보다 한참 어린 빨간 모자의 조교한테, 또 자대에 오면 한참 어린 선임들에게 존댓말을 써야 해요. 사실 군대에선 당연한 것이지만, 결론적으로 늦게 간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점에선 군대를 일찍 다녀온 석진 씨가 부러워요.”

여러 가지 이유들로 군입대 시기에 후회를 느낀 이들. 그래도 제대를 하고 난 그들은 군대에 대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또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곳으로 회상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그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석진 씨 “군대는 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사회에서 당연시 여기며 살아왔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죠. 제가 만약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소중함을 지금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지 몰라요. 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인간관계를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군대라는 집합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저도 몰랐던 제 성격의 장단점들을 발견했죠. 이는 지금 학교생활 하는데, 그리고 앞으로 사회생활 속에서도 저에게 커다란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군대 두 번은 절대 못갑니다!(웃음)”

김경현 씨의 군 제대날 모습. 군 건물 유리문 앞에서 김경현 씨와 그의 동료들이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운데의 김경현 씨는 동료들에게 안겨 있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손 등에 가득 둘러싸여 있다.

김경현 씨 “저도 석진 씨 말에 동감해요. 군대에서의 2년은 나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어요. 대학에 들어와서 친구들과 맨날 놀러 다니고 술도 많이 마셔서 공부와는 거의 담을 쌓고 지내던 날들이 많았는데, 군대에서 2년을 그냥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잠자는 시간을 줄여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죠. 군대에서는 보통 22시가 되면 잠을 자야 하지만, ‘연등’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평일엔 23시, 주말엔 24시까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있거든요. 그래서 전 이 시간을 꾸준히 활용하여 내가 계획을 세운 공부를 꾸준히 했고 준비했던 자격증을 몇 개 따기도 했죠. 그러나 제대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네요. 하하.”

잠깐! 군대 늦게 다녀와 아쉬웠다는 바로 그 김경현 기자가 쓴, ‘군대’ 하면 ‘군대요리’! CLICK!

여자들의 대담
군대로 남자친구를 보낸 ‘고무신’ 여대생 vs 단 한번의 휴학 없이 스트레이트 졸업한 여대생

전역일 계산 어플을 캡쳐한 모습. 계산기 부분에는 ‘1년 10개월 9일 22시간 09분 06초 남음’이라는 글귀와 함께 ‘런닝맨, 진짜사나이, 무한도전 97번 보면 제대!’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흔히들 군대는 남자들에게만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확실히 남학생들은 군대 때문에 휴학도 해야 하고 군생활을 꼭 해야 하는 입장이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군생활을 하지 않는 여학생들도 직간접적으로 군대의 영향을 받는다.

박현지 씨 “고무신이 된지 50일이 갓 지난 초보 고무신이에요. 남자친구가 곁에 없어 외롭고, 또 그립네요. 몇달 전까지만 해도 항상 연락하고 붙어 지내던 남자친구가 입대를 하면서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 그 허전함과 상실감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지금은 조금 적응이 돼 괜찮지만, 입대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또 반대로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힘들어 할 때 제가 곁에 있어주지 못해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얼마 전 남자친구가 군에 입대해 고무신 신세를 면치 못한 박현지 씨(서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10학번)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그녀의 경우는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잘 지내다가 갑자기 군대 때문에 생이별을 한 셈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밸런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등 각종 기념일을 남자친구의 부재 속에서 쓸쓸하게 지내야 하는 상황. 고무신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이런 고무신과는 별개로 군대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이가 있다. 군대 때문에 반드시 2년 휴학을 해야 하는 남학생들과는 달리, 휴학할 이유가 없기에 단 한번의 휴학 없이 4년 스트레이트로 졸업한 이수민 씨(서울여자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졸업, 현 CJ 근무)의 사례다.
이수민 씨가 취득한 상장. 흰 종이 위에 ‘2012 하반기 신입사원 OJT 우수상’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이수민 씨“주변 여자친구들을 보면 군대에 다녀오는 남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졸업, 빠른 취업 준비를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남자들은 군대에서 2년 동안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고 제대 후 하고 싶은 일을 빠르게 찾는 거 같다고도 하고요. 고무신이신 현지 씨도 이 부분은 잘 아실 거예요. 저도 어느 정도 공감은 가요. 허나 제가 군필자분들보다 2년 덜 고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남자 분들이 2년 동안 군에서 사회와의 관계를 배우는 시간이 저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그런 상대적인 어려움은 있는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군에 있든 없든, 여대생들에게도 군대는 여러 의미로 다가온 듯 보였다. 한편 남자친구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고무신에게도 과연 좋은 점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에 대해 박현지 씨는 고무신이기에 겪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박현지 씨 “고무신이 되니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입대식날 처음으로 남자친구 부모님도 뵙고, 군대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하고, 입대식 행사도 경험해봤죠. 그리고 남자친구랑 편지를 주고받는 소소한 재미가 생겼어요. 서로 주고 받는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간절하게 기다리는 만큼 편지를 받을 땐 무척 행복하죠. 남자친구가 힘들고 바쁜 군생활 와중에 펜으로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쓴 편지를 받아 읽을 때면 그 동안 힘들었던 것이 싹 풀립니다.”

박현지 씨의 남자친구가 쓴 편지 뭉치들. 흰 봉투 위에 같은 주소가 쓰여 있고 ‘군사우편’ 도장이 우표와 함께 찍혀 있다. 편지는 대략 6~7개 정도로 보인다.
고무신이 되면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남자친구와 공유하며 더욱 애틋해지는 것 같다는 박현지 씨. 이 또한 나중에 돌아보면 좋은 추억이 되어 있지 않을까.

반면 요즘 대학생들이라면 각종 어학연수와 인턴 등의 경험을 하기 위해 휴학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수민 씨는 왜 휴학을 한 번도 하지 않고 바로 취업 준비를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이수민 씨 “대학 시절 1년 중 5개월이 방학인데, 굳이 휴학까지 하며 더 쉬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어요. 방학 동안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 이를테면 여행이나 영어공부 등을 모두 할 수 있었죠. 대부분 휴학하고 놀기보다는 인턴을 하든지, 어학연수를 가든지, 자기 발전을 위해 그 시간을 쓰는데 전 운 좋게도 저에게 맞는 교내 영어 프로그램을 만나 학기 중에 공부할 수 있었어요. 굳이 대학생 때부터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아서 인턴도 지원하지 않았죠.”

또한 이수민 씨는 같이 어울리던 학과 친구들도 모두 스트레이트 졸업을 해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원이 된 이후 이 길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군대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을 때 ‘우리를 지키는 고마운 분들이 많은 곳이지만 굳이 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한 반면, ‘고무신’ 박현지 씨는 군대에 대해 애절하게 표현했다.

박현지 씨 “수민 씨는 아마 이해 못하실 수도 있지만 저에게 군대란 ‘성숙’의 의미예요.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내면서 성숙해져 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리움, 외로움 같은 슬프고 힘든 감정을 스스로 견뎌내면서 내면적으로 견고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스스로 감정 조절하는 법도 배우고요. 또 상대적으로 저만의 시간이 많아지고,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성숙의 시간을 거쳐 2년 후에는 저도 남자친구도 지금보다 더욱 좋은 모습이 되어 있겠죠? 이렇게 군대는 저에게 특별하고 새로운 경험과 의미를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오늘도 Stay Positive!

다양한 인터뷰이를만나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일체유심조’, 즉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군대가, 또 그로 인한 결과가, 여전히 고통스럽고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학생들은 군대에 일찍 가든 늦게 가든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최대한 극복하려는 듯 보였다. 마찬가지로 군대에 남자친구를 떠나 보낸 여학생은 그 시간을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스트레이트 졸업을 택한 여학생도 군 생활을 한 남학생들에 비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며 휴학을 하지 않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 했다.

주어진 상황이 어떻든 그에 대한 선택과 책임은 본인의 몫! 군대로 인해, 혹은 군대가 꼭 아니더라도 어떤 일로 인해 오늘 당신의 삶이 고되고 어렵더라도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어보자. 뿔뿔이 흩어져 버린 마음 다시 주워 담아 보자. 이 위기를 극복하고, 그로 인한 ‘고통’을 ‘긍정’으로 승화하다 보면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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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체유심조라는 말좋네요^^ 전 남자가 아니라 군대는 잘모르지만 공감되는 내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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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군대는 여자에게도 알게모르게 영향을 주는 거 같다능ㅋㅋ 일체유심조,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어렵지만 한번 굳게 마음 먹고 정진하면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아여!*.*

  • 김경현

    진주시 금산면 속사리 사서함... 아직도 잊을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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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ㅋㅋㅋㅋ이 기사가 경현 기자로 하여금 머나먼 추억 속에 젖게 했군요^^ 근데 사진 다시 보니까 경현기자 저 때 진짜 귀여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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