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성│ 달리는 사람, 쫓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오지레이서 유지성. ‘오지레이서’라는 다소 생소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그는, 2002년 사하라 사막을 시작으로 2013년 아타카마 사막까지 전세계 오지를 누비며 달린 인물이다. 2번의 남극 포함, 24번 대회 완주, 세계 최초로 사막 레이스 그랜드 슬램을 두 번이나 달성. 12년 간 그가 세운 기록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삶이 곧 달리기요, 달리기가 곧 삶인 듯한 그가 그토록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쫓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사진제공 _ 오지레이서 유지성

어느 사막과 같이 황량한 곳에서 트레이닝 복을 입고 모자를 쓴, 빨간 장갑을 끼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그가 제자리에 선 채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다. 그의 몸 부분에는 'Sahara race 2011 / 148'이라는, 출전중인 대회 이름과 참가번호가 붙어 있다.

꿈꾸던 ‘어린 왕자’가 달리는 ‘사막의 아들’이 되기까지

사하라 사막을 걷고 있는 유지성 씨의 모습. 붉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붉은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팔과 발목에는 타는 것을 막기 위해 검은색 토시를 착용했고, 노란색 운동화를 신고 있다.

오지레이서 유지성 씨가 자신의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 앉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누군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듯 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으며, 카키색 짚업 재킷을 입고 있다.
2002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10여년이 넘도록 사막을 달려온 유지성 씨. 사하라 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 사막, 그리고 남극까지 안 가본 ‘오지’가 없을 정도다. 덕분에 ‘오지 레이서’라는 특이한 수식어와 ‘사막의 아들’이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별칭까지 얻었다. 이런 그도 사실 처음부터 달리기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지금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사막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2001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동안 몸을 만들었어요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혼자 준비했어요. 안 뛰어봤으니까 걷기부터 시작해서 빨리 걷기, 5km 달리기를 해 보며 점차 달리기에 대한 감을 늘려 갔죠. 10km까지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 다음 20, 30, 40, 50km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더라고요.”

운동과는 담 쌓고 살았던 그를 사막 마라톤의 세계로 뛰어들게 한 건 바로 사막에 대한 막연한 로망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막’ 하면 <어린 왕자>가 떠오르면서 왠지 모를 낭만과 로망이 느껴졌다고. ‘사막에 가고 싶다’, ‘우주에 한 번 가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오지레이서 유지성 씨가 고비 사막에서 찍은 사진. 하얀 모래의 사막 위에 그가 노란 티셔츠를 입은 채 서 있고, 그의 양 옆 뒤쪽으로 낙타 두 마리가 서 있다. 낙타 위에는 짐과 사람이 올라타 있으며, 다들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처음엔 낙타를 타고 사막 ‘여행’을 가고 싶었죠.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누군가 사막을 뛰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상 해보니까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낭만과 자유, 그리고 우리나라엔 없는 그 ‘무엇’이 그 곳엔 존재하더라고요.”

자유롭게 저 사막을 달려가도 놀라지 말아요

어느 사막 위에서 유지성 씨가 두 팔을 벌리고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붉은색 티셔츠와 베이지색 반바지, 타이즈를 입고 장갑과 모자, 선글라스 등 오지 달리기에 필요한 의상을 갖춰 입고, 한 손에는 다 마신 후 납작하게 만들어버린 물병이 들려 있다.

이처럼 사막의 낭만과 자유를 계속 느끼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강철체력? 끈기? 가장 중요한 건 슬프게도 ‘돈’이었다. 대회 참가비부터 시작해서 갖춰야 할 필수 장비, 용품까지, 모두 돈으로 귀결됐다. 2002년 첫 대회에 참가할 당시, 그도 사정이 넉넉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공중파 방송사와 함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여러 곳에서 협찬도 받아 무사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인 것 같아요. 비용이 꽤 많이 들어도 이 매력에 한 번 빠지면 나오기 힘들거든요. 전 마라톤은 스포츠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해요. 여행과 스포츠가 결합된 문화죠. 단순히 경기에 참가하는 것도 아니고 낯선 곳에 가는 것도 아니에요. 그 안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상당한 자유를 느끼게 된답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있죠. 그걸 만나러 가는 거예요. 그래서 한 번 가면 중독된다고 하는 거죠.”

그의 손과 맨발을 찍은 사진이다. 왼쪽 사진은 그의 왼손을 촬영한 사진으로, 일상 생활 중 촬영한 것임에도 남들의 손보다 전체적으로 살짝 부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그가 맨발을 촬영한 것으로, 큰 상처는 없지만 곳곳에 붉은 붓기의 흔적이 보인다.

이런 그가 대회를 버티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이 문화를 만들고 이끌어 가는 것이었다. 사막 마라톤은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 시장이 형성된 분야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돈벌이는커녕 편견마저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확신을 갖고 우직하게 밀어 부쳤다. 그가 시작하고 견뎌낸 결과, 지금은 적어도 ‘기초’가 생겼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10년을 버티는 게 참 힘들었어요. 외국은 사막 마라톤이 이미 ‘비즈니스화’되어 있거든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해 깃발을 꽂으려면 돈이 많든가, 심지가 곧든가, 머리가 좋든가 해야 해요. 저는 다른 건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저에게 많이 모여들었어요. 제 능력이 부족한 부분을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들이 채워주었죠. 또 트렌드에 대한 ‘촉’이 밝은 편이었고요. 판을 잘 벌렸다고 할까? 기획력을 잘 발휘했던 것 같아요.”

흔들림 없이 달리는 방법, 네가 원하는 ‘무엇’을 향해

오지레이서 유지성 씨가 강물을 헤치며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찍은 사진. 어느 사막 속에 발목 정도까지 차오르는 강물이 있고, 유지성 씨가 이를 걸어가고 있다. 검은색 쫄반바지를 입고 무릎까지 오는 검은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착용한 그의 다리만 보이고, 발목까지 차오른 강물이 역동적으로 첨벙거리고 있다.

달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건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였다. 그는 이 질문에 ‘별 생각 안 한다’고 답했다. 기껏해야 ‘배고프다, 뭐 먹을까’같은 원초적이고 단순한 생각들을 한다고. 마라톤은 자연과의 싸움이고, 나 자신과의 싸움인데 머리 속이 복잡하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간다고 했다. 최대한 머리 속을 단순하게 하는 게 그의 경험이자 비결이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발간한 책도 무려 3권. 작가로서 그가 지향하는 모습도 궁금했다.

“개그작가? 유머작가? (웃음) 전 진지한 거 싫어해요. 진지함은 어떻게 보면 포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작가로서, 또 오지레이서로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겠다’라는 건 없어요. 그냥 매사에, 특히 제가 속해 있는 분야에서는 맛깔나게 살고 싶어요. 과거엔 저 같은 사람이 ‘Minor’였거든요. 이제는 저처럼 독특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목받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똑같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교체가 가능하잖아요. 전 누군가와 교체가 불가능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오지레이서 유지성 씨가 자신의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 두었다. 노트북 옆에는 그의 스마트폰과 안경, 커피잔 등이 놓여 있고, 카키색 짚업 재킷을 입은 유지성 씨가 카메라를 향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그는 덧붙여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네비게이터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람들에게 ‘이런 길도 있다’고 소개하고, 누군가가 이 길을 가려고 할 때 동기를 부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안내자가 되고 싶다고. 특히 남들과 똑같은 길로 달려가고 있는 요즘 청춘들에게 말이다. 또한 그는 요즘 대학생들이 너무 쉽게 무언가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떤 삶을 향해 달려가면 좋을까.

“네 인생, 네가 살아라! 자꾸 다른 것에 의존하지 말고 자기 인생은 본인 스스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믿기를 바라요. 자신을 믿지 않으니까 구원의 메시아 같은 존재를 자꾸 찾게 되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멘토링 강연, 자기계발서만 좇게 되고.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은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해요. 자신을 믿기 시작하면 그게 하나 하나 긍정적인 행동으로 드러나게 돼요. 자기 인생의 결과는 결국 자신의 선택, 노력, 책임에 의한 거예요. 자기 자신을 믿으세요.”

끝으로 그에게 달리기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새로운 생명, 새로운 인생, 나를 살게 만드는 원동력,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 제 2의 인생’이라고 연달아 답했다. 너무나 확고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말이다. 지금 당신에게도 있는가. 당신을 살게 하는 ‘무엇’이.

유지성 씨의 친필 사인. 'To. LoveGen. 자신을 믿으세요. 인샬라!' 라는 말과 함께 친필 사인이 그려져 있다. 사인 위아래로는 '2014. 1. 14 유지성'이라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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