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의 건전한 밤

1년 동안 무수히도 많은 곳을 발로 뛰며 취재해 온 럽젠 기자들. 정작 그들이 위로와 휴식을, 깨알같은힘을 얻었던 곳은 따로 있었다. 120% 검증 완료, 럽젠 19기 기자들이 공개하는 ‘우리 학교 잇플레이스’.

“지금 내리실 곳은 홍대 입구, 홍대 입구역입니다.”
익숙한 지하철 방송이 흘러나오고 우르르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내린다. 홍대 앞. 그렇다, 이곳은 밤에 놀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바로 그곳이다.단순히‘놀기 좋은 곳’의 이미지를 넘어 유흥의 이미지가 강한 곳이기도 하다. 술집부터 클럽에 이르기까지.괜스레홍대에서 논다고 하면 연인에게는 쭈뼛쭈뼛, 부모님께도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홍대에도아늑하고 조용하고 건전한 공간은 당연히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연인, 그리고 부모님께 당당해 질 수 있는 홍대의잇플레이스!홍대에서의 건전한 밤, 충분히 가능하다.

밤에 즐기는 집밥 같은 편안함,‘김씨네 심야식당’

어두운 밤에 찍은 김씨네 심야식당의 간판 사진. 동그란 원형 간판에 불이 켜져 마치 보름달처럼 보인다. 간판에는 한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러스트 그림과 함께 네모난 도장으로 찍은 듯한 ‘김씨네 심야식당’ 로고가 쓰여 있다.
야심한 밤, 밤이 깊어갈수록 배는 고픈데 주위에 보이는 것은 소란스러운 술집과 24시간 편의점 뿐이다. ‘일본에는 <심야식당>이라는 드라마까지 있던데’라 중얼대며 입맛을 다시던 당신 앞에 꿈처럼 나타난 진짜 한국판 심야식당이 있다. 바로‘김씨네 심야식당’이다.

‘김씨네 심야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조그만 실내에 조금 당황할 수 있다. 그러나 곧 그 소박함과 아늑함을 살펴보다 보면 마치 일본의 어느 한 가정집에 방문한 느낌이 들 것이다. 저녁 6시에 문을 열어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하는 심야식당은 사케나 맥주 등의 주류도 함께 판매하고 있으나 일반 술집처럼 소란스럽거나 시끄러운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 매력이다.
김씨네 심야식당의 내부 모습. 일본 이자까야처럼 나무 테이블이 사각형을 그리며 바깥쪽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사각형 안은 부엌이고, 테이블은 물결무늬처럼 되어 있어 사람들이 물결무늬에 맞춰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물병과 술병, 컵과 수저 등이 놓여 있다.
메뉴판을 펼치면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대사가 곳곳에 숨어있다. 숯불 데리야끼 전문이라고 당당하게 적어놓은 맛집답게 소고기, 돼지고기, 치킨 데리야끼부터 연어, 새우, 닭똥집, 두부 데리야끼까지, 들어보지 못한 데리야끼천지다. 여러 종류에 샐러드에서 탕에 이르기까지, 심야 식당이라 메뉴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김씨네 심야식당의 내부 중 위쪽 천장에 달려 있는 것들. 왼쪽 사진은 위쪽에 걸려 있는 작은 칠판으로, ‘’Today’s Special’ 메뉴를 몇 가지 적은 것과 그 옆에 한 짧은 머리와 수염을 갖고 있는 한 남자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옆에서 본 일러스트의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는 그림이 천장에 붙어 있다.
김씨네 심야식당의 내부 중 위쪽 천장에 달려 있는 것들. 왼쪽 사진은 위쪽에 걸려 있는 작은 칠판으로, ‘’Today’s Special’ 메뉴를 몇 가지 적은 것과 그 옆에 한 짧은 머리와 수염을 갖고 있는 한 남자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옆에서 본 일러스트의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는 그림이 천장에 붙어 있다.
김씨네 심야식당의 두부 샐러드와 숯불 데리야끼. 왼쪽 사진은 두부 샐러드로, 커다란 흰 접시 안에 네모 반듯하게 썬 두부와 야채가 쌓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숯불 데리야끼로, 커다란 흰 접시 안에 숯불에 구운 듯한 고기와 야채들이 샐러드와 함께 얹어져 있다.
두부 샐러드와 숯불 데리야끼를 한 젓가락씩 들어올린 모습. 위 사진은 두부 샐러드를 한 젓가락 들어올린 것으로, 살짝 튀긴 두부와 야채들이 함께 들어올려져 있다. 아래 사진은 숯불 데리야끼를 한 젓가락 들어올렸으며, 고기와 양파, 파프리카 등이 보인다.두부를 큐브 형태로 크게 썰어 넣은 두부 샐러드는 와사비 소스가 더해져 한입에 두부를 넣었을 때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샐러드 위에 살짝 튀긴 두부를 아낌없이 얹었는데, 한 입에 넣고 씹었을 때 두부의 겉의 바삭함과 속 안의 몰캉한 맛이 어우러져 입 안을 채운다. ‘김씨네 심야식당’의 대표 메뉴, 숯불 데리야끼는 고기 한 점 한 점에 베어 있는 숯불의 풍미가 입맛을 자극한다. 함께 곁들여 나온 단무지와 함께 먹어보자. 단무지 하나도 그냥 단무지가 아닌 레몬즙이 밴 단무지이기 때문이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을 느낄 수 있다.

Location 상수역 4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가 열매 어린이집 골목으로 우회전. 쭉 걷다보면 오른편에 위치. 이리카페 맞은편.
Price 두부 샐러드 15,000원, 데리야끼 덮밥 돼지고기/치킨 8000원, 소고기 10000원, 고양이 맘마 8000원
Open 오후 6시~새벽 5시. 일요일 휴무
Info 02-6339-1366
Top! 간판이 작으니 눈 크게 뜨고 찾을 것. Today special 메뉴를 주문하면 평소보다 할인된 가격에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밤 늦게도 즐기는 공연과 커피, 카페 ‘제비다방’

제비다방의 간판을 촬영한 것. 왼쪽 사진은 제비 다방의 원래 이름인 ‘제비다방’이 흰 궁서체로 쓰여진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또다른 이름인 ‘취한 제비’가 흰 궁서체로 쓰여진 모습이다.
‘제비 다방’의 간판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비밀은 바로 저녁 6시만 되면 제비 다방이 ‘취한 제비’가 된다는 것. 간판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낮에는 질 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다면 저녁에는 술 한잔과 함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가 된다.
제비 다방의 내부 모습들. 왼쪽 사진은 커피가 내려지고 있는 카운터와 2층 전경을 촬영한 것으로, 테이블이 곡선 모양으로 가운데에 놓여 있으며 테이블 뒤로 부엌이 있고 점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1층에서 공연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으로, 안쪽의 공연장 앞에서 사람들이 둘러앉아 악기를 만지듯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복층으로 구성된 ‘제비다방’은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 돋보이는 매력이 있는 공간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마치 나만을 위한 공연장에 와 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층 어느곳에서나 1층이 내려다 보이는 구조로, 1층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며작지만 아기자기한 무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름 그대로 옛날 다방을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인테리어도 돋보인다.
제비 다방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의 모습. 2층의 철제 난간 사이로 보이는 1층에는 만화책을 꽂아둔 책장과 기타, 마이크, 의자 등이 자세히 보인다.
제비 다방에서 만날 수 있는 구운 가래떡과 커피. 나무 플레이트 위에 가래떡을 구워 하드 아이스크림 정도의 크기로 꼬치에 꽂아둔 것이 눈에 띈다. 가래떡은 판에 구운 듯 줄무늬처럼 구운 자국이 있다. 가래떡 옆에는 머그컵이 놓여 있는데, 흰 컵에 제비 그림과 함께 ‘제비다방’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아무렇지 않게 널부러져 있는 기타들과 만화책, 보드 게임들에 둘러 쌓여‘제비다방’의 대표 간식 구운 가래떡과 제비 마크가 새겨진 컵에 담긴 커피 한 잔을 마시다 보면, 마치 인디 밴드의 작업실에 놀러와있는 느낌이 든다. 매주 목/금 오후 9시, 토요일 오후 8시부터는 공연도 진행되니 어쩌면 진짜 인디 밴드들의 작업실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듯하다.

1층에서 올려다본 제비 다방 천장의 미러볼. 1층의 테이블에 앉아 올려다본 듯한 높이로, 만화책이 꽂힌 책장 옆 허공에 천장에서 매달려 내려온 듯 보이는 미러볼 하나가 보인다.

Location 상수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출구 뒤편으로 5분만 걸으면 바로 왼편에 위치.
Price 구운 가래떡 5000원, 아메리카노4500원, 레몬차 5000원
Open 오전 10시~새벽2시. 공연 시간 목/금 오후 9시, 토 오후 8시
Info 02-325-1969
Top! http://www.jebidabang.com에서 자세한 공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밤과 음악 사이, 홍대에서의건전한 밤을 위한 LP Bar ‘게리슨’

게리슨 바의 내부 모습. 회색의 노출 콘크리트 벽으로 된 실내가 보이고, 안쪽 벽에는 LP가 가득 꽂힌 책장으로 된 벽면이 보인다. 벽면 쪽에서는 사람들이 LP를 구경하거나 직접 틀어보고 있고, 가게의 가운데에 자리한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게리슨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이 멈춘 공간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이곳은 혼잡한 홍대의 소음을 단번에 방음해주는 방공호 같은 공간이었다. 2만여 개가 넘는 LP판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공간 자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듯했다. 벽면 가득 꽂혀 있는 LP판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LP 도서관에 온 기분이 들 것이다.

게리슨 바에 있는 LP 턴테이블의 모습. 턴테이블 하나를 클로즈업한 것으로, 까만 몸체 위에 LP판 하나가 올라와 있고 그 위에 턴테이블의 바늘이 올라가 있다.게리슨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LP를 골라 틀 수 있다. 익숙한 국내 가수 조용필, 들국화에서부터 어려운 이름의 외국 가수에 이르기까지. 어렸을 적, 뮤지션을 꿈꾸셨던 사장님의 편식 없는 음악적 취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이처럼 다양한 LP판이 준비되어 있으며, 자신이 직접 가져온 LP판을 트는 것도 가능하다. 내가 선택한 LP판이 턴테이블에서 돌아가고,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릴 때, 그 짜릿함과 두근거림은 뮤직 플레이어로 기다림 없이 음악을 들을 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게리슨 바에서 LP판의 모습. 왼쪽 사진은 LP판이 가득 꽂힌 책장 중 하나를 찍은 것으로, LP판 사이사이에 색인을 붙여놓듯 가수명을 적어둔 것이 보인다. 가수명은 왼쪽부터 차례대로 ‘조용필’, ‘들국화(전인권)’, ‘조영남, 김도향’ 등이다. 오른쪽 사진은 LP판이 가득 꽂힌 책장을 옆에서 촬영한 것으로 LP판과 책장 앞에서 책을 보듯 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음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점포가 아니다 보니 음식 메뉴의 폭은 넓지 않지만, 대신 외부 음식을 가져와서 먹을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배달시키는 것까지도 괜찮다는 호탕한 사장님의 넓은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원한다면 LP를 직접 작동시켜 볼 수도 있는데, 이는 대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고, 기성 세대에게는 옛날의 향수에 흠뻑 젖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게리슨 바의 내부 공간. 벽면에는 LP가 가득 꽂힌 책장이 서 있고, 책장 앞에는 책상 위에 턴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으며 책상 위 스탠드가 이를 비추고 있다.
그저 매끄러운 디지털 음악이 아닌, 가끔씩은 튀기도 하는 LP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빠르게만 흘러가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Garrisun’의 테마 음악이 야자수 그늘 아래의 온도를 뜻하는 28 a l’ombre–J.F. Mourice인 것도 이 때문인 듯 싶다. 야자수 그늘 아래에 누워 있듯 평온하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게리슨’의 운영 방침이다. 이만하면 부모님과 늦은 밤, 홍대에 함께 가도 떳떳한 ‘건전한 밤’ 되시겠다.
게리슨 바에서 만난 소품들. 왼쪽 사진은 게리슨 바에서 집은 어느 LP판으로, 가운데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프랑스어가 적혀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게리슨 바에 있는 LP판 중 하나의 표지로, ’28 a l’ombre’라는 타이틀과 함께 어느 바닷가에서 젊은 여인이 상반신 누드로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린 모습이 보인다.

Location 홍대커피프린스 1호점 왼쪽 편 지하 1층
Price 파스타 샐러드 16,000원, 불고기 20,000원, 샷(데킬라, 잭콕, 아구와 밤, 예거 밤 등) 1잔5,000원
Open 오후 7시~새벽 2시(주말 새벽 4~5시까지 영업)
Info 02-776-7936
Top! LP판을 직접 작동시켜볼 수 있는 행운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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