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속 두 개의 목소리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취업을 앞둔 청년들의 겨울은 계속 된다. 이 겨울, 청년들은 어디로 가는가? 삶을 마주한 그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 카페로 보이는 책상 위, 두 명의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있는 듯 두 사람의 손이 테이블 위에 얹혀져 있다. 왼쪽 사람은 두 손을 뻗어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고, 오른쪽 사람은 그냥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있다. 그들 앞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물컵과 커피잔, 가방 등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사진 위에는 '두 개의 목소리'라는 기사 제목이 쓰여 있다.  저 멀리 뻗은 길, 끝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한 치 앞의 땅바닥, 그마저도 흐릿하다.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자 누군가 소리친다. “조금만 더 힘내봐! 네가 용기 낸 만큼, 노력한 만큼 더 멋진 길을 달릴 수 있을 거야!” 옆을 둘러보니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고 달려나가고 있다. 숨을 몰아 쉬고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발을 내디디려는 찰나, 누군가 또 소리친다. “달리라고만 하지 말고 쟤 상처 난 발 좀 봐. 신발이라도 신게 해 줘!” 상처투성이 맨발로 선 채, 나는 달리지도, 달리지 않지도 못한다. 찬바람 속 두 개의 목소리 사이에서.

첫 번째 목소리: 달리니까 청춘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그 모든 고생이 앞으로의 긴 여정에 분명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대는 삶의 초석과도 같이 여겨진다. 앞은 누구나 볼 수 없는 것이기에 가끔은 암담할지라도 젊음을 연료로 달려가는 청춘들이 있다. 세상은 그들을 응원한다. 이 모든 고생이 결국에는 결과로 와 닿을 것이라고. 달리니까 청춘이라고.

풀밭에 풀과 들꽃들이 우거져 있고, 그 가운데를 반팔 티셔츠를 입은 한 소년이 달려가고 있다. 하늘은 노을이 지는 것처럼 노랑과 주홍빛이 섞여 있고, 소년이 달려나가는 앞쪽은 동네처럼 집들의 형태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김취준(26세, 취업준비생) 씨는 오늘도 자격증 시험 대비 학원에 간다. 토익 점수도 따 놓았고 대외활동도 두어 개 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가끔은 버거워 숨이 찰 때도 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아픔이 결국 고스란히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도 열심히 살기로 한다.

“가끔은 너무 좁은 취업문 앞에서 절망도 해요. 오로지 노력만으로 되는 세상은 아니라는 것도 느끼고요.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하는 이유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해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대기업에든 원하는 직업에든 척척 붙는 사람들은 그만큼 자기가 더 많이 노력한 거 아닌가요? 그런 걸 보면 노력한 만큼 대가는 주어지는 것 같아요. 인내하고 준비하다 보면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각자가 원하는 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부족함을 외면하고 핑계를 찾기보다는요.”

이열심(24, 대학교 3학년) 씨는 인턴을 하고 있다. 임금은 적지만 일을 배울 수 있고 취업 기회도 주어지는 터라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지금은 조금 힘들지라도 청춘이기에 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 경험들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청춘이기에 도전하고 부딪혀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때로는 아프고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그게 다 제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으로 남더라고요. 제가 적은 임금을 받지만 일하며 배울 수 있는 인턴을 선택한 이유예요. 취업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고요. 모든 일은 해봐야 아는 것 같아요. 전 젊잖아요, 지금 부딪치지 않으면 영영 못하게 되고 결국 미련이 남을 것 같아요. 인턴이든 취업이든 창업이든 고시준비든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열정을 불태우며 준비하겠어요.”

두 번째 목소리: 네 탓이 아니야

어두운 터널과 같은 곳이 보이고, 나머지는 캄캄하다. 터널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 세 명의 남자가 서 있고, 이들이 터널 안을 들여다보듯 하는 이쪽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불쑥 다른 목소리가 고개를 든다. 젊어 스스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그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 세상이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어쩌면 세상은 응원이 아니라 달리라고 채찍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파야만 청춘인가? 청춘이 왜 아파야만 하는가?

윤청춘(23, 대학교 3학년)씨는 한동안 유행했던 ‘청춘 지침서’나 20대 자기계발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삶을 하나의 기준에 맞춰 계도하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청년들의 아픔을 청년들의 몫으로만 돌리고 노력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지금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제 영어 점수가 모자란 탓이고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경험이 부족해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세상은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정말인가요? 근본적으로 기업이 정규직 채용 대신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무급 인턴으로 정당한 임금도 받지 못하지만 경험이라는 이름 하에 그저 견디라고만 하는 현실이 문제 아닌가요? 분명 사회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면서 개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가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는 것조차 철없는 20대의 징징거림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죠. 우리를 3포세대*로 만든 건 사회인데 그 책임마저도 청년들에게 전가하는 것 같아요.”

*3포세대: 현실적인 문제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야만 하는 세대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청춘 지침서, 20대 자기계발서의 리스트들이다. 왼쪽부터 '청춘, 판에 박힌 틀을 깨다', '청춘, 거침없이 달려라', '지겹지 않니 청춘 노릇', '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등의 책 리스트들이 있다. 최학생(27, 취업준비생)씨는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 꿈이 가장 먼저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그 다음으로 내건 현실적 조건마저도 취업의 문턱을 쉽게 넘길 수는 없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라고 해요. 그게 정말 가치인지 아니면 ‘값어치’인지 모르겠지만요. 그러면서 동시에 사회 탓만 하지 말고 눈을 낮추라고도 하죠. 어디까지 낮춰야 할까요? 턱없이 높은 연봉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자르지 말라는 것도 아니에요. 정당한 임금과 법에 근거한 적절한 대우를 바라는 것인데도 취업 눈높이가 높다고 하면 청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청년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사회도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정답은 없다, 선택이 있을 뿐

어느 우거진 숲길, 양 옆으로는 짙은 갈색의 나무들이 빼곡하게 서 있고 가운데로 오솔길이 하나 나 있다. 오솔길 위에는 길다란 나무처럼 생긴 물체가 곡선 모양으로 꼬불꼬불하게 연결되어 있다. 청춘의 자락에서 청년들은 선택을 한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메우거나, 아니면 부조리한 틀을 깨거나. 그러나 두 개의 목소리 모두 온전한 선택지는 아니다. 때로는 웅크려 찬바람으로부터 잠시 몸을 숨기는 것도 필요하고 때로는 쌓아 올린 탑을 무너뜨리려는 손길을 쳐낼 줄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내 탓이오’, ‘사회 탓이오’라고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사회를 돌아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 이후의 길이 어디로 향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여기 두 개의 목소리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올라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청년들과 그 방법, 그리고 당신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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