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닥불은 빛이 될 수 있을까?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취업을 앞둔 청년들의 겨울은 계속 된다. 이 겨울, 청년들은 어디로 가는가? 삶을 마주한 그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 산의 절벽에서 한 사람이 뛰어내리려는 듯한 포즈로 한 발을 떼어 올리고 있다. 그 뒤로는 넓게 펼쳐진 산과 햇빛이 보이며 이 햇빛 때문에 모든 것이 그림자로만 보인다. 사진 왼쪽 위에는 ‘우리의 모닥불은 빛이 될 수 있을까?’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 모른다. 좋은 날을 위해 웅크려야 하는 날도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시간을 견뎌 꽃이 피는 날을 마주한다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20대의 삶이 그런 순환 속에서 지속될 때, 추위를 지나기 위해 열심히 지펴온 모닥불은 과연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을까.

불을 지펴야겠다

어느 방 안에 짙은 갈색의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그 위에는 “need work”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최근,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기 위해 ‘창업’을 무리하게 하는 대학생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사회가 바라보는 대학생의 취업은 ‘이제 곧 나아질 것이다’ 라며 희망 어린 시선을 띄어 왔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 힘들게 공부해 대학에 왔지만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 오거나, 혹은 목적 없이 과열된 ‘스펙 쌓기’에 동요되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사회로 나가기 위한 과정으로 대학생활을 이야기 한다면 조금 생각해볼 문제들이 있다.

대학생이 되면 여러 가지의 행보를 택할 수 있다. 대외활동이나 공모전 입상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생도 있고,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대학생도 있다. 어학연수를 위해 외국으로 가거나, 학점 교류로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다양한 양식으로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이 모두 ‘취업’이라는 종점으로만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일단, 불을 지펴보고 그 불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차차 생각해볼 일이다.

취업자 증가폭’에 대한 통계청의 그래프이다. 2012년 10월에는 취업자 수가 40만명 정도 되고, 고용률은 60.1%였다. 그러던 것이 2013년 7월~10월과 비교해 보니 2013년 7월에는 취업자 수가 36만 명까지 떨어졌다가 8월에 44만명, 9월에 46만, 10월에는 47만명으로 증가했다. 고용률 또한 60.4% 선을 유지하고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근래 취업자가 47만 6천여명이 증가했다. 반가운 일이지만, 실질적인 속내를 따지고 보면 ‘양’은 늘었으나 ‘질’적으로는 떨어지는 취업률이었다. 공미숙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임시직과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업자의 감소폭이 축소되면서 전체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40만명 이상의 증가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연령대의 실업률은 증가했고, 정부가 주도한 임시직•비정규직 위주의 추경 편성 일자리 사업으로 고용된 측면이 크다. 따라서, 50대 이상의 장년층의 취업률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질보다 양’이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청년 실업자 100만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이 되기 위한 몸부림은 끊이질 않는다. 참신한 인재,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선 기본적인 스펙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를 계발하며 사회와의 접속을 시도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포돌이 마스코트가 그려져 있다. 왼쪽에는 경찰 제복을 입고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포돌이, 오른쪽에는 마찬가지로 경찰 제복을 입고 경례하고 있는 포순이다.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김홍기(25) 학생은, 오전 5시 30분에 기상해 노량진으로 향한다. 학교에 갈 시간에 노량진으로 학원을 다니게 된 그는, 학원 일과가 모두 끝난 후 독서실에서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한다.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게 되면 그의 일과는 모두 끝난다. 이러한 일상의 반복은 사실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때처럼, ‘시험’을 통해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 학창시절의 입시와 다를 바 없는 취업이기도 하다.

“요즘 4학년 학생들은 학점 관리도 하면서 취업을 대비해 스펙을 쌓죠. 욕심은 높은데 현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에 입사하기도 하고, 혹은 입사를 하더라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둘 것 같은 회사에 들어가다 보니 휴학을 하고 시간을 갖는 친구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경쟁률은 치열하지만, 준비 과정이 비교적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시험’이라는 객관적인 결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공무원 준비가 더 낫다고 말하는 김홍기 학생. 그는 원래 공대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졸업 이후 취업에 대한 보장도 없을 뿐더러, 비싼 등록금 부담으로 ‘의무 경찰’ 군생활에서 느낀 적성을 바탕으로 경찰 공무원에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전공인 호텔경영학과 관련한 전문적인 소양을 키우기 위해 필리핀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UP대학에서 HRIM(Hotel, Restaurant, and Institutional Management)을 전공하고 있는 이승재(25) 학생은 ‘관광 산업’이 발달했다는 점과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가지고 필리핀으로 교환학생을 오게 되었다.

“곧 있으면 취업을 해야 할 시기인데, 저는 영어실력이 꼭 필요한 전공이기 때문에 이곳에 왔어요. 현지에 있으면서 영어도 배우고, 관광 산업이 잘 되어 있는 나라의 손꼽히는 대학에서 전공을 배운다는 것은 배우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에요. 국내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 제 취업의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게 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필리핀 UP대학의 모습. 낮은 건물의 앞에 건물 입구가 보이고, 중세시대 건축물처럼 웅장한 장식이 되어 있는 건물 입구 위에는 ‘U.P. in thwisayas’라고 쓰여 있다. 건물 입구 양 옆에는 앉아 있는 누군가의 동상이 두 개 서 있다.그는 UP대학에서 단순히 전공 공부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경영’이라는 서비스직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그룹 활동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배우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현지인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고, 혼자 있을 때에도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한다. ‘외국에 가면 언어가 저절로 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다르게 자신의 전공과 영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환 학생 생활을 하는 사례였다.

4학년의 대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지만, 일보 후퇴하여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의 전공을 조금 더 심도 있게 배우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 다시 말해 ‘학생’이라는 신분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 대학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흑백 사진 속에 대학교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대학원 석사를 밟고 있는 박혜령(25) 학생은 연구소에서 대부분의 하루를 보낸다. 정보 디스플레이를 석사 전공으로 정한 뒤, 매일같이 9시에 출근해 10시에 퇴근한다. 평일엔 실험을 통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주말에는 교수님과 함께 그 결과를 가지고 세미나를 한다. 기업과 함께 실험을 진행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취업하는 것이라면 기업의 규모보다는 업무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보다 나은 생계를 위해, 돈을 벌 목적으로 취업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기업에 대한 생각을 먼저 갖는 것 같아요.”

휴대전화나 TV 같은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를 하지만 최근 LCD 시장은 작아지고 OLED 시장이 크고 있는 흐름으로 인해 LCD 연구하는 회사로의 취업 문이 좁아졌다. 연구실에서 보내는 석사 과정이 자신이 원하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실험이 끝난 늦은 시간에 인적성을 공부해야 하기도 한다.

취업 준비생의 일과는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다. 문은 좁고,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많아 가끔은 자신의 목표를 낮추기도 하고, 새로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준비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다면 지금 이 과정이 힘들지 않겠지만, 기약할 수 없는 결과로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다를 것이 없었다.

취업을 목전에 두고 있지 않은 다른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취업’에 대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동국대학교 경제학과에 다니고 있는 오성득(24) 학생은 1학년인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컸다. 전공에 대한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4년 동안 배워야 할 전공을 새롭게 다른 분야와 연결하고자 했다.

필리핀 UP대학의 모습. 낮은 건물의 앞에 건물 입구가 보이고, 중세시대 건축물처럼 웅장한 장식이 되어 있는 건물 입구 위에는 ‘U.P. in thwisayas’라고 쓰여 있다. 건물 입구 양 옆에는 앉아 있는 누군가의 동상이 두 개 서 있다.

“주변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상경계열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현재는 동아리에서 연극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공연이나 방송물을 투자하고 기획하는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전공도 살릴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도 취업과 연관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영상물 촬영을 하는 스태프 활동이나 연극에도 참여해보고 있어요.”

전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공과 크게 연관 없는 다른 분야를 통해 재미를 느끼며 동시에 연계되는 취업을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다. 여유가 없는 4학년 학생들과 다르게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는 대학 생활에서 고민해보면 좋은 부분이다.5년 과정의 건축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홍진우 학생(24)또한 이렇게 말한다.

“여러 분야에 도전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선 한 분야에 대한 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대학생들에 비해 4학년에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으로서의 시간이 더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그중에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야 쪽으로 진출해보고 싶어요. 건축이 전공이지만 디자인이나 법, 시공이나 패션 등 연계되어 나갈 수 있는 분야가 많으니 다양함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모닥불에 비치는 젊음이란 초상화

커다란 모닥불 앞에서 한 남자가 두 손을 벌리고 고개를 위로 향하고 있다.
‘먹고 사는 일’이 입에 풀칠만 하면 되는 정도라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각박해지는 사회와 급변하는 흐름에 따라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는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라는 것을 ‘먹고 사는 일’로 규정하기 보단 이루고 싶은 가치나 자신의 목표에 두는 것이 더 멀리, 오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보이지 않는 것을 쫓는 일이 필요하기도 하다.

가끔은 현실이라는 도처와, 미래라는 지향점 사이에서 괴리감에 빠지기도 한다. 겨울을 맞이해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피웠다 해도 쉽사리 봄이 오진 않을 것이다. 봄이 온다고 하더라도 겨울을 밀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막막하고 각박한 삶에 대한 물음과 지혜는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그것이 취업이라는 범위 안에만 있는 것은 꼭 아니기 때문에, 정말 가지고 가야 할 것,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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