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창석 | 찰나를 위한 ALL-IN, 익스트림 스포츠

사진 및 영상 제공_방창석 선수

그에게 하늘과 땅의 경계는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수많은 영상과 사진으로 먼저 만난 그는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고, 높은 가교를 뛰어내렸으며, 하늘 위에선 백덤블링을 했다. 얼굴을 맞대고 앉은 그에게서는 자신감과 오기가 느껴졌다. 베이스점퍼, 익스트림 스포츠맨, 그 이상의 사람, 방창석을 만났다.
방창석 선수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모습. 넓은 잔디밭과 하늘이 펼쳐진 어느 장소에서 방창석 선수가 안전장비와 의상을 갖추고 패러글라이딩처럼 보이는 장비를 메고 도약 준비를 하고 있다. 하늘색 전신복에 고글을 끼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며, 누군가 한 명의 다른 사람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메고 있다.

베이스점프, 극한의 도전

베이스점프,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익스트림 스포츠다. 베이스 점퍼들은 뛰어내릴 수 있는 어떤 곳에서든, 자신의 몸과 낙하산에만 의지한 채로 몸을 내던진다. 빌딩(Building), 안테나(Antennae), 교각(Span), 지면(Earth). 이 네 곳이 베이스 점프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위치로, 이들의 앞 글자를 따 ‘베이스점프(B.A.S.E Jump)’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베이스 점퍼’ 중 한 사람이 바로 방창석 선수다.

“2011년에 ‘레드불(red-bull)’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외국의 익스트림 스포츠팀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베이스점프를 했어요. ‘왜 우리나라 최초의 베이스 점퍼가 외국인이지?’ 처음에는 이런 막연한 생각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죠.”

클라이밍,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울트라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등 그는 이미 베이스점프 이전에 수많은 분야의 스포츠를 섭렵해 왔다. 때문에 새로운 베이스점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에도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곳도 없었고, 기존에 하던 스포츠들과는 달랐어요. 스카이다이빙과도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일단 스카이다이빙이 수 천 미터의 고공에서 시작되는 데 비해, 베이스점프는 고작 수 백 미터에서 점프가 시작되죠. 때문에 스카이다이빙과는 달리 주 낙하산의 기능 고장을 대비한 보조 낙하산이 베이스점프에는 갖춰져 있지 않아요. 두 개의 낙하산을 펼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금방이라도 땅에 닿을 것 같은 ‘찰나의 순간’에, ‘단 하나의’ 낙하산을 ‘안전하게’ 펼치는 것. 베이스점프가 익스트림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종목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했다. 실제로 매년 많은 베이스 점퍼들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 방창석 선수에게도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베이스점프 연수를 받던 중이었다.

“낙하산이 착지해야 할 방향을 벗어나 옆의 강으로 향했어요. 몸에 물이 닿는 순간 너무 추워서 심장이 멎는 것 같았죠. 수영을 할 수도 없었어요. 보호대, 장갑, 헬맷, 낙하산이 물을 먹어 무거워졌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낙하산 줄이 발을 감았거든요.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겨우 뭍에 닿자마자 의식을 잃었죠. 뒤따라 내려온 베이스 점퍼의 응급처치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제 누가 ‘나 죽을 뻔 했어’라고 말하는 걸 듣기라도 하면… 어휴!(웃음)”

방창석 선수가 실제로 베이스점프를 할 때의 현장 사진이다. 각기 다른 네 곳의 장소에서 뛰기 직전과 뛴 직후의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한 모습들. 네 곳 모두 파란 하늘과 높은 절벽이 보이는 곳으로, 방창석 선수의 옷과 낙하산의 색깔만으로 다른 장소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방창석 선수는 등산복 스타일의 옷에 낙하산을 배낭처럼 메고 있으며, 헬맷과 헬맷에 달린 소형 카메라로 보이는 물체와 함께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그는 계획을 미루지도, 멈추지도 않았다.
방창석 선수와 함영민 선수의 패러글라이딩 베이스점프 현장 모습. 위 사진은 두 선수가 하늘 한가운데에 떠서 패러글라이딩 기구에 몸을 의지해 있는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방창석 선수가 패러글라이딩 기구에서 떨어져 베이스점프를 막 해낸 모습이다. 방창석 선수는 기구와 떨여져 하늘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방창석이라는 사람은 익스트림 스포츠 분야에서 나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에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생각에 2012년 한 해는 쉬면서 보내봤거든요. 그런데, 정말 금방 잊혀지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나 아직 안 죽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죠.”

그리고 올해 5월, 그는 아시아 최초로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한 베이스점프’에 성공했다. 1년 간의 모든 노력을 성공으로 끝마친 셈이다. 그의 점프는 제주 성산일출봉 500m 상공에서, 국내 패러글라이딩의 일인자로 꼽히는 함영민 선수와 함께 진행되었다. 이것은 국내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들에 의해 이루어진 익스트림 스포츠 간의 접목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었다. 그날의 점프를 담은 영상을 보며 물었다. 이걸 왜 해요? 스릴? 재미?

“이게 재미있냐고요? 아뇨, 당연히 무섭죠. 예정된 위치까지 올라가면, 점프를 위해 장치의 시동을 꺼요. 그 전에 미리 다리에 맸던 띠, 가슴에 맸던 띠를 하나씩 다 풀고 얼른 일어나야 돼요. 시동을 끄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더 위험해지거든요. 그리고 일어나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무섭죠.”

극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베이스 점퍼’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대답치고는 너무나 평범했다. 다시 물었다. 그럼, 그렇게 무서운데 도대체 왜?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많이 하고 있는 것보다, 아무도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요. 내 분야에서 새로운 걸 개척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그런 것 자체가 즐겁기도 하고요.”

실력, 강력한 수사(修辭)

방창석 선수가 먹색 트레이닝 집업을 입고 캡 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채 테이블 앞에 앉아 두 손을 깍지끼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뒤로는 실내 암벽 클라이밍 세트가 보인다. 이렇게 그는 ‘새로운 것’에 끊임 없이 도전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꽤 인정받는 한 사람이 되었다.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도전의 원동력이 되어준 가장 큰 요소로 그는 ‘열등감’을 꼽았다.

“열등감이 저를 키운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인정 받는 종목의 선수들에 대한 열등감일 수도 있고, 저보다 잘 하는 사람에 대한 열등감이기도 하죠. 저는 운동 신경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에요.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이 늘 제 앞에 있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그렇다면 Only one’이 되어야겠다’고요. 누구도 하지 않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람이 되자는 것이 저의 결심이었죠.”

실력은 우리가 과거에 내뱉은 말과 행동을 곱게 포장해준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었음을, 객기가 아닌 용기이고, 자기비하가 아닌 겸손이었음을. 그도 우리처럼 더 잘난 사람을 부러워하고, 지난 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는 않았다. 대신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해 갑절의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실력’이라는 기준 하나로 인정 받는 한 사람이 되었다. 궁극적으로 그는, 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앞으로의 계획이요? 더 이상 위험한 일 안 하는 것? (웃음) 계속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해 나가야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아웃도어’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를 믿고 따라와준, 함께 운동하는 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고요. 더 이상 한국에서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들이 그저 목숨을 걸고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들로 비춰지지 않는 그런 환경을 만들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도 모험가, 도전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주고 박수쳐 주겠죠?”

그는 지금도 새 프로젝트를 준비중에 있다. ‘어마어마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그의 말을 듣고, 혀를 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분명, 지금껏 그래왔듯,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이 뱉은 말을 실력으로 증명해낼 것이다.


2013년 5월, 제주 성산일출봉 베이스 점프 영상

SUPPORT_장소제공 : ROCKSTAR(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48-7 예스빌딩 지하 1층, 02-418-884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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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기사만 읽어도 하늘을 나르는 광경이 아른아른..!! 기분이 아주 그냥 익스트림해용ㅎㅎ 찰나의 순간에, 단 하나의 낙하산을, 안전하게 펼치는 것. 인상깊은 구절이네요!!
  • 고은혜

    Only One이 되기 위해 이런 극한 모험을 계속하는, 그야말로 '청춘'이네요. 언젠가 유진기자님이 저에게 청춘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불사조라고 대답했죠. 죽음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어도 결국은 살아나고, 그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우리가 청춘이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청년이네요. 가슴 탁 트이는 사진과 함께 청춘 기사 감사드립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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