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 그녀의 취미 생활이 궁금하다

여기 톡톡 튀는 센스로 단 6초만에 사람들을 웃기는 이가 있다. 개그우먼도 아닌데 개그우먼 만큼이나 유쾌하고, 아이돌도 아닌데 십 수만 명의 호응을 얻는다. 페이스북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동영상으로 만나보았을 그녀, 최승현의 이야기다.

"존중 생활입니다. 취미해 주시죠?"

홈페이지, 미니홈피, 블로그, 각종 SNS 등 현재 우리 사회는 인터넷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1인 미디어 스타들이 주목받고 있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거에는 웹 커뮤니티 사이트가 활발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수의 호응을 얻은 이들은 소위 ‘인터넷 얼짱’으로 유명세를 탔다. 대중들은 카페, 커뮤니티 등을 통해 그들의 사진과 미니홈피 주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커뮤니티보다 1인 미디어가 대세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 공유해 자기만의 방송국이나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으며, 대중들 또한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한류 스타 김수현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는 24만이다. 그러나 결코 이 숫자에 크게 뒤지지 않는 17만의 ‘좋아요’를 보유하고 있는 이가 있다. 어느 유명 연예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카페 테라스에 숏컷에 베이지 반팔티를 입은 최승현씨가 앉아서 웃고 있다.

5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잠실의 한 카페에서 페이스북 스타 최승현을 만났다. ‘취미생활’ 속 그녀처럼 시종일관 활달할 것 같았던 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조곤조곤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쩌다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됐을까요’ 하는 질문에 그녀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원래 옛날부터 친구랑 같이 웃긴 동영상 찍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작년 겨울에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더라고요. 어느 순간 보니, 정말 급작스럽게 많은 분들이 팔로우를 해주셨어요."

그녀의 17만 인기는 다른 연예인들처럼 치밀한 매니지먼트를 통해 얻어진 게 아니었다. 그저 우연한 계기가 발단이 됐다. 하루아침에 몇 천, 몇 만 명에게 주목받게 된 그녀는 점점 늘어나는 팔로워들이 신기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어떨까 싶어 페이스북에도 동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근데 주변에선 별 반응이 없어요. 처음에는 ‘페북 스타 오셨네~’ 하면서 놀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래요. 가족들은 더 시큰둥하고요. 엄마에게 보여 드렸더니 그냥 웃으시고 말더라고요."

카페 테라스에 숏컷에 베이지 반팔티를 입은 최승현씨가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시원한 생맥주를 마시고 있는 최승현 씨. "음주 인터뷰 괜찮죠?"

"사실 학교에선 꽤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세요. 간혹 밖에서도 알아보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굳이 아는 척하고 가시는 분들이 꼭 있더라고요. 한 여성분은 왠지 알아보는 눈치여서 제가 도망을 갔는데 뛰어와서 ‘최승현 씨 맞죠?’라며 같이 사진 찍어 달라고도 하셨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글쎄요. 한 번은 버스에 앉아 있는데 옆에 있는 분께서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제 동영상을 저한테 보여 주시는 거예요. 그러고는 액정을 두드리며 ‘맞죠?’ 하시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카페 테라스, 철제 의자에 앉아 양손에 포크와 칼을 쥐고 핫케이크를 내려다 보고 있는 최승현씨. "안주도 먹어야죠! 포즈, 이렇게 취하면 되나요?"

웃음이 필요한 사회,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웃음’

지난 4월은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가슴 아픈 달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잇달아 방영 중단으로 애도의 뜻을 비춘 것처럼 그녀의 페이지 또한 한동안 업데이트가 중단됐다.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슬펐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슬픔은 비단 4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무한 경쟁 체제에 놓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이들은 행복과 즐거움을 독려받기보다는 승리와 쟁취를 요구받는다. 자연스레 누군가는 패배하고 착취당하기 마련이고, 승자라고 해서 늘 행복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곳곳에 팽배한 차별, 불소통, 외로움까지. 우리 사회의 여러 병리 현상들은 구석구석 숨어있고, 이는 가슴 아플 일 투성이다. 이 만연한 슬픔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어디선가 위로라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수 주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다시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스무 살 때 제가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었거든요. 거기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태도나 제스처가 굉장히 활발하고 유머러스해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진지한 태도나 분위기가 있어요. 사회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작은 부분들을 봤을 때도 많이 경직되어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웃음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죠."

테라스에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웃고 있는 최승현씨. "희생이라면… 보시는 분들이…"라며 그녀는 미소지었다.

웃음이 필요한 사회에 기꺼이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6초 남짓한 동영상을 공유한다. 스스로를 희화화해 타인에게 웃음을 제공하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희생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페이스북 페이지 제목인 ‘취미생활’처럼, 취미는 보통 남을 위한 경우보다 스스로를 위한 자기 활동의 경우가 더 많다. 그녀의 취미 생활은 타인을 위한 일종의 희생일까, 자기만족적 활동일까.

"글쎄요. 저는 제가 딱히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말 그대로 취미 생활인 거고, 저는 아주 만족스러운 취미를 즐기고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 제 동영상을 보고 웃는다는 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남을 웃기려고 나를 막 희생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제가 한 일이 누군가를 즐겁게 했다면 저도 좋고 그분들도 좋은 게 아닐까요?"

그녀의 페이스북에 방문하는 수많은 이들을 보면서, 그녀의 자기충족적 활동이 ‘공유’되어 타인에게까지 긍정적인 힘을 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어쩌면 그녀의 취미 생활이야말로 많은 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또다른 ‘취미생활’

왼쪽 위 사진은 발이 여섯 개 달린 생물체가 사이즈별로 4단계로 점점 크게 그려져 있다. 왼쪽 아래 사진은 동물, 여인, 그리고 추측하기 어려운 얼굴은 사자 형상에 뿔이 달렸고 다리에는 비늘이 있어 직립 보행을 하고 있는 생명체의 그림. 오른쪽 사진 또한 해태와 사자를 섞은 듯한 가상의 동물이 서 있는 그림이다. 그녀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그녀의 그림들.

그녀는 현재 계원예대에서 그래픽, 일러스트, 한글 타이포를 전공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동영상을 찍는다. 얼마 전 업데이트된 동영상에서 “또 다른 취미 생활은? 내 인스타그램에 댓글 단 사람들 프로필 들어가서 훔쳐 보기.”라고 장난스럽게 내던지기도 한 그녀. 그녀가 가진 또다른 취미 생활은 무엇일까.

"영화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하나 추천하자면 <월 플라워>요. 내용도 재미있고 배우들 연기도 아주 훌륭해요. 제 발연기와는 비교도 안 되죠.(웃음)"

그녀가 좋아한다고 꼽은 영화들도 하나같이 잔잔하고 분위기 있는 영화들이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내향적이었던 것처럼 인터뷰 내내 그녀 또한 내향성이 짙어 보였다. 그러나 스무 살, 입시에 실패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을 지키기 위해 바로 짐을 싸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 온 그녀의 강단처럼, 그 무계획적인 자유분방함이 그녀가 혼자 있을 때 무한한 ‘끼’를 발산하게 하는 ‘내향성의 힘’ 자체는 아닐까.

"이제 곧 졸업이라서 그 이후에는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겠지만, 일을 한다고 취미 생활을 못하는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최승현의 취미생활’ 또한 꾸준히 업데이트 하려고 해요. 당분간은 졸업 전시회 준비 때문에 자주 올리긴 어렵겠지만요. 아마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니는 저를 보실 수도 있을 거예요."

최승현이 활짝 웃는 얼굴로 왼쪽 팔을 주먹 쥐고 들고 있다기자의 포즈 부탁에 오글거리는 포즈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파이팅’ 포즈를 취해 준, 마지막까지 희생정신 투철한 그녀였다.

그녀가 인터뷰 중간중간 조곤조곤 내뱉는 농담에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밝았고 또 동영상과는 달리 수줍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위한 취미 생활이라고 했지만 어찌 보면 개방, 공유, 참여가 가치롭게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나도 즐겁고 타인도 즐거우며 서로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취미 활동에 가까운 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인터뷰 말미, 그녀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웃으세요! 수명 연장의 지름길 입니다!(폭소)"

Bonus!
청순한 최승현 씨가 독자 분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원없이 취미 생활 중인 그녀의 청순하면서도 도도한(!) 모습을 마음껏 감상하시라.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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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섭외가 쉽지 않았을텐데 인터뷰 잘 보고 갑니다~
  • 이지예

    최승현씨 이렇게 유명한 분인지 이번에 알게됐는데요. 정말 매력있으시네요>_<
    수현기자의 사진기술이 그녀의 매력을 더 살렸다는!!!
    마지막 영상이 각인됩니다. 잘보았어용 ^_^
  • 윤수진

    페북에서 자주 보이시는 스타분이 여기 계시네요!! 페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 분만의 색다른 매력이 잘 느껴지는 기사인듯해요 ㅎㅎ 마지막에 깨알 동영상이 넘 귀여우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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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수현

    색다른 매력이 잘 드러 났다니 다행입니다!

  • 김율화

    저도 친구를 통해서 최승현씨 영상을 보게 된 적이 있어요! 그 때 최승현씨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다 보면서 한시간 내내 미친듯이 웃었었는데 ㅋㅋㅋㅋㅋ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니 반전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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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수현

    꼭 율화 기자님 같네요. 캬.

    서수현

    꼭 율화 기자님 같네요. 캬.

  • 이유진

    웬만한 연기자보다 표현력이 뛰어나신데ㅋㅋ발연기라고 생각하신다니...말 그대로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 보는 사람도 인위적인 무엇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생각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취미생활로 누군가를 위할 수 있다니 참 행복하실 듯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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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수현

    그러게요. 일타쌍피...!!

  • 정민하

    우와 이분 좋아하는데 럽젠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 기사 잘봤습니다
  • 케피

    앗 이분!ㅋㅋㅋㅋ 영상 진짜 웃긴데! 인터뷰는 어딘가 조근조근, 귀여우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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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수현

    실제로도 조근조근, 귀여우세용 흐흐

    서수현

    실제로도 조근조근, 귀여우세용 흐흐

  • 힘내

    이렇게 럽젠기사에서 보니까 또 새롭네요ㅎㅎㅎ
  • 이배운

    친구들한테 전해 듣기만 했을때는 '그냥 좀 많이 특이한 분'이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넓은 배경을 갖고 계셨네요. 저도 한번 들어가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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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수현

    배운 기자님 웃다가 쓰러지지 마시길~

    서수현

    배운 기자님 웃다가 쓰러지지 마시길~

  • 최동준

    왠지 섭외가 쉽지 않았을거 같은데, 이렇게 인터뷰로 만나니 신기하고 재밌네요ㅎ 수현 기자님 수고 많으셨고, 끝에 동영상도 깨알재미를 주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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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수현

    승현씨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6초 깨알 포인트죠!

  • 송종혁

    최승현 씨 페이스북 페이지 저도 좋아요 누르고 자주 보고있는데 기대만큼 재미있는 기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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