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달해드려요, 칸에서 안방까지! 외화 PD

사진_이유진/제19기 학생기자(세종대학교 역사학과)

“영화도 배달되나요?” 네, 됩니다.
늦은 밤 TV를 켜면 우리를 맞이하는 추억의 명화, 심심한 주말 낮 가족과 모여 보는 따스한 영화를 우리에게 배달해주는 외화 배달부, 외화 PD가 있으니까. 외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화 PD, 그들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보자!

외화 배달부, 외화 PD

외화 PD는 말 그대로 외화를 담당하는 PD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PD와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 PD가 아니라 외국의 원 저작자에게 콘텐츠를 구매해 방송하는 것을 주로 담당한다. 제작자보다는 마케터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외화 PD는 해외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외국의 콘텐츠를 당신의 안방까지 배달한다. 외화를 구매하는 PD, 우리말 제작 PD 등 이들은 표현하는 명칭은 여러 가지지만 최근에는 주로 구매를 담당하는 PD를 외화 PD라 하고, 우리말 제작은 다른 제작사나 전문 프리랜서가 맡는 경우가 많다.

기억하는가? 영화 <러브픽션>의 여주인공 희진(공효진 분)도 영화를 수입해오는 일을 했다. 그렇다면 희진의 직업인 영화수입사 직원과 외화 PD는 같은 일을 하는 걸까?

“영화와 방송은 일단 매체가 달라요. 그리고 영화에는 판권(right)이 있잖아요. 한국 배급사가 그 판권을 외국의 배급사로부터 사오는 거예요. 여러 가지 권리 중에서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는 권리, 방송할 수 있는 권리, 케이블TV나 인터넷TV로 진행할 수 있는 권리, DVD로 만들 수 있는 권리 등으로 나뉘어 있어요. 영화 수입사는 올라잇(all right)을 들여오고 그다음에 다양한 권리를 쪼개서 파는 거죠. 러브픽션에 나오는 희진(공효진)이 그 역할인 거예요.” – EBS 심예원 외화 PD

TV를 켜고 외화를 보기 전까지


그렇다면 외화 PD는 어떤 과정으로 외화를 구입하고 방송할까? 외화를 구입하기 전에 먼저 방송사와 프로그램에 맞는 가이드 라인을 확인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TV보다 기준이 엄격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 중에서도 공영방송인 KBS와 EBS의 경우에는 조금 더 엄격하다. 방송은 공적인 역할과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는 배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고 보수적인 것만은 아니다. 공공성과 재미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방송사 성격 다음엔 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가이드 라인을 확인해야 한다. EBS를 예로 들면, EBS에는 영화 관련 프로그램이 네 개가 있는데 한국 영화만 다루는 ‘한국영화특선’을 제외하고 ‘세계의 명화’, ‘금요극장’, ‘일요시네마’는 모두 각각의 독특한 성격을 가진 외화 프로그램이다. ‘일요시네마’에서는 가족들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 위주로 방영하고 ‘금요극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영화를 많이 만드는 나라 이외의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다룬다. 각 프로그램 성격을 파악한 뒤 영화를 구매하러 떠난다.

영화 구매는 주로 해외 영화마켓에서 이루어진다. 유명 영화제인 칸이나 부산, 베를린 영화제는 행사와 동시에 매우 큰 마켓도 함께 진행된다. 이때 배급사와 바이어들이 만나 미팅을 하고 계약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켓에서 원하는 영화를 구매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회사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원하는 영화 스타일을 적어 보내면 리스트를 뽑아 보내준다. 리스트에서 다시 목록을 추려 영화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면, 해당 회사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테이프나 파일을 보내준다.

영화를 구매하는 바로 그곳, 영화 마켓!

영화를 상품으로 사고파는 시장. 세계 각국의 영화 관계자가 모여 수출과 수입 등의 거래는 물론, 합작과 리메이크 판권 계약 등을 논의하는 곳으로 제작자, 배급사, 수입사 등 영화 비즈니스 종사자들의 만남의 공간이다. 여기에는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마켓과 영화제에서 부설로 운영하는 마켓이 있다.
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마켓은 아주 크고 유명하다. 주로 예술영화를 많이 다루며 영화 상영, 신작 소개와 함께 구매가 이루어진다. 대표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칸, 베를린 등이 있다.
‘LA 스크리닝’은 1년에 한 번, 매년 5월에 열리는 마켓으로 방송권만을 다룬다. 대중성 높은 영화와 메이저 배급사의 영화가 주로 올라온다.

 
마켓이나 리스트로 구매할 영화를 선정하고 나면 계약 조건을 따져본다. 계약 조건까지 괜찮다면 구매가 성사되는 것이다. 테이프 등 영화 방송에 필요한 자료 등을 들여오고 우리말 제작을 담당하는 제작사와 함께 번역과 자막 제작, 오탈자 검수 등 방송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영화 자체는 좋은데 한 장면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면? 방송에 맞게 편집하는 내용 협의도 이때 한다. 삭제할 지 모자이크를 할지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 모든 준비가 끝나면 방송이 나간다.

MINI INTERVIEW
외화, 내 손안에 있소이다! EBS 글로벌콘텐츠부 심예원 PD

EBS의 심예원 PD는 외화구매를 담당한다. 그녀에게서 현장감 있는 외화 PD의 모습을 들을 수 있었다.

럽젠Q 어떻게 외화 PD가 되셨어요?

아이들 프로그램 제작 PD를 10년 정도 했어요. 그러다가 너무 지치기도 하고 마케팅 업무도 해보고 싶어서 자원했어요. 마침 자리가 생겨 타이밍이 잘 맞았죠.

럽젠Q 그럼 방송사에서는 처음부터 외화 PD로 뽑지는 않는 건가요?

네, 따로 뽑지는 않아요. EBS는 모두 제작 PD로 뽑거든요. 입봉하기 전 조연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간 후에 부서를 결정하는 거죠.

럽젠Q 외화 PD는 회사를 대표해 계약을 진행하는 만큼 큰돈이 왔다 갔다 할 텐데 혹시 아찔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다행히 그런 순간은 없었어요. 대신 어려운 일들은 있죠. 제작 PD를 하다가 이쪽으로 왔는데 영어가 너무 중요한 거예요. 몇 달을 열심히 영어만 했죠. 그리고 현장에 가서 계약을 진행하면서 돈 이야기를 해요. 다른 것은 몰라도 회사 돈이고 가장 중요한데 헷갈리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네이티브도 아니고 영어도 썩 잘하지 못하니까 처음에는 특히 숫자가 잘 안 들어왔어요. 40 million dollar라고 하면 그게 단번에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0이 몇 개인지 잠깐 세어봐야 하고. 그래서 저는 지금도 미안한데 확인을 위해서 숫자를 써달라고 부탁해요. 아니면 메일로 보내라고 부탁하거나. 어렵고 번거롭지만 정확하게 하면 실수할 일이 없으니까요.

럽젠Q 외화 PD의 장/단점이 있다면요?

장단점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인 것 같아요.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출장을 많이 나가는 것은 여행과 새로운 곳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장점일 수 있지만, 돌봐야 할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단점이 될 수도 있고요. 제가 보기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서로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 스트레스는 적고 훨씬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럽젠Q 외화 PD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우선 영어를 잘해야 하고 국제적인 감각도 필요해요. 저는 영어를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웃음). 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대화도 나누고 해야 하는데 만나자마자 일 얘기만 하고 끝낼 수는 없잖아요. 이런저런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해야 하니까 영어는 정말 중요하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야 해요. 물론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해야 하고요. 이런저런 작품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과 매니악한 작품까지 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죠.

럽젠Q 외화 PD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너무 처음부터 세세한 목표만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도 제작 PD를 하다가 왔고 EBS 전에는 광고회사에 있다가 왔어요. 여러분은 자기가 정말 뭘 좋아하는지 아세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를 수 있잖아요. 갭이 있을 수도 있고요. 물론 하고 싶은 열망이 잘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해보고 내가 뭘 잘하는지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방송사 PD가 될 거야’ 정도만 생각하면 되지 그 이상으로 ‘꼭 외화 PD가 될 거야!’, ‘다큐 아니면 안 해’ 이렇게 세부적으로 구체적으로 목표를 잡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기회를 박탈하는 것 같아요. 방송사 들어와서 해보고 느껴보고 나에 대한 평가도 냉철하게 해봐야죠.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도전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해요. 방송은 굉장히 빨리 변해요. 기술적인 부분도 잘 알아야 조금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요. 내가 PD니까 기술적인 것은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해주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절대 알아서 해주지 않아요. 스스로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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