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거장들과 함께하는 <클래식 토크 콘서트>

잠시 숨을 멈춘다. 피아니스트의 손짓으로 연주가 시작된다. 마냥 앳되고 천진난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얼굴엔 베테랑 음악가의 그것이 담겨 있다. 몸은 들썩이고 미간은 잔뜩 주름져 있다. 셋잇단음표와 리코더가 전부였던 우리네 음악 시간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5월 16일 서울 정동의 한 학교, 음악 꿈나무들을 위해 외국에서 날아온 살아있는 음악 교과서들이 한국을 찾았다.

어렵지만 참기 힘든 클래식의 매력

누구나 한 번쯤 클래식을 접해보긴 했어도, 평소에 애써 찾아 듣는 사람은 드물다. 왜일까? 사람들은 왜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할까?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음악학교’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세처Philip Setzer, 크리스틴 리Kristin Lee, 첼리스트 데이비드 핀켈David Finckel에게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럽젠Q ㅣ 우리나라 사람에게 실내악은 다소 생소한 분야인데, 아이들과의 연습 시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실내악을 대학생 이상 수준의 사람만 할 수 있는 음악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어린 학생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실내악에서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연주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한국 학생들과 짧지만 집중적으로 연습 시간을 가졌어요. 여기 있는 학생들은 하나를 알려주면 그에 대한 습득 능력이 굉장히 빨라요. 물론 1년 동안 함께 연습해나간다면 더 좋겠지만, 집중도를 높이면 며칠만으로도 성취감이 클 수 있지요. 음악가들에게는 예술 작품을 주어진 시간에 완성해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죠. 그동안 어린 학생들은 이런 경험이 없었을 거예요. 짧은 시간 안에 다른 학생들과 함께 무언가를 완성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이런 멋진 경험! 여러분도 지금 무엇에 집중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단기간이라도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럽젠Q ㅣ 클래식을 잘 알고 또 음악을 잘하는 학생도 많지만,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대중음악에 비해 클래식을 어렵다고 생각해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해요. 재즈나 팝 음악을 하는 분들을 만나면 클래식 음악을 더 알고 싶어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들이 만드는 음악의 뿌리는 클래식에서 왔으니까. 더 배우고 더 알수록 사랑에 빠지는 게 클래식인데, 이런 클래식의 매력을 학교에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LG그룹에서 이런 음악학교를 만든 것 아니겠어요? 어린 아이에게 클래식을 다가가기 쉽게, 그리고 이게 왜 중요하고 귀한 건지 알려주어야 해요. 팝 음악은 한번 들으면 바로 그대로 기억되잖아요. 하지만 클래식은 들으면 들을수록 계속 새로운 게 들리는 음악이에요. 경험이 많은 음악가일수록 완벽하게 끝을 못 내는 게 클래식이죠. 이렇게 예술성이 깊은 게 클래식의 매력이랍니다. 이런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교육’을 통해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럽젠Q ㅣ 한편에서는 클래식을 특정 집단만이 향유하는 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전문가가 아니어도 클래식을 편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하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500년도 넘었어요.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다른 예술도 그렇죠. 반 고흐, 피카소, 모네… 그런데 누가 ‘나는 미술 하는 게 두려워’라고 하지, ‘모네 하는 게 두려워’ 하겠어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조금만 더 배우려고 한다면 인생의 참된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Just try!
영화와 비교해보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그 두 시간을 영화에 투자하는 거잖아요? 클래식 콘서트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에 두 시간만 투자해보세요.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 분명 되돌아오는 게 있을 겁니다. 클래식은 간단하고 작은 게 아니라 거대하고 놀라운 겁니다. 먼저 관심을 가져보세요. ‘난 못해. 어려우니까’라고 하지 마세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에 시도해봐야 해요. 호기심을 가져야 해요. 무언가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보통 지루한 삶을 사는 사람이죠. 호기심과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면 더 즐겁고 재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인터뷰 후, 그들을 따라 공연 연습이 한창인 교실을 찾았다. ‘이론’ 위주인 한국의 정적인 음악 시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역동적이었고, 스승과 제자가 함께 호흡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클래식 콜라보, 브라보 트리플 킴 트리오!

지금까지 만나본 클래식 거장들이 깊이 숙성된 묵은지였다면, 이번에 만나볼 학생들은 이제 막 싹이 자란 배춧잎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과의 만남을 김치에 비유하자면 말이다. 서울 정동 예원학교 한 연습실에서 클래식 꿈나무 김주선(초5, 바이올린), 김민진(중2, 첼로), 김동영(초6, 피아노), 세 친구를 만났다. 이들의 팀 이름은 ‘트리플 킴 피아노 트리오Triple Kim Piano Trio’. 연주자 세 명 모두 성이 김씨라서 붙여진 별칭이다. 참 원초적이고 강렬하다.

럽젠Q ㅣ 음악학교에서 공연 준비하면서 음악적인 부분 말고, 음악 외적으로 배운 게 있나요?

[동영] 협동심을 배웠어요. 혼자만 연주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죠. 혼자 연주했을 때는 몰랐는데 같이 하니까 확실히 협동심이 중요하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민진] 예전에 학교에서 실내악을 배운 적이 있긴 해요. 그때는 조금만 해서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자세히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좋아요. 곡도 너무 좋고요. 특히 그동안 외국인 교수님들께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에서 좋은 경험을 쌓게 된 것 같아 기뻐요.

럽젠Q ㅣ 2달 동안 서로 협동하면서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는데 이제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기분이 어때요? 청중들이 공연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나요?

[주선] 떨리기보단 설레요. 저희가 열정적으로 연주할 테니까 청중들도 같이 열정적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영] 실내악의 중요성과 그 깊이를 알아주셨으면 해요. (초등학교 6학년의 굉장히 심오한 대답이었다.)
[민진] 앞으로 클래식을 좋아해 주시면 좋겠고, 우리들의 연주로 행복감을 느끼면 좋겠어요. 협동하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알아주셨으면 해요.

럽젠Q ㅣ 큰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정말 대단해요. 나중에 진로를 클래식 쪽으로 선택할 생각인가요? 꿈이 뭐예요?

[민진] 연습 안 되고 혼나면 하기 싫었을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쭈욱~ 일편단심 첼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주선] 첫 꿈이 바이올리니스트! 이제까지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어요. 연습할 때 힘든 적도 있지만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요.
[동영] 피아니스트. 지휘자도 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좋아서요.


럽젠Q ㅣ 마지막으로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주선] 취향에 따라 맞춰서 들으면 좋아요. 잔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첼로나 바순을, 현란하고 신 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바이올린의 선율을 들어보세요.
[동영] 먼저 관심을 가지고, 한번 눈 감고 그냥 들어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질 거예요.

클래식 꿈나무, 그 아름다운 꿈에 한 발짝 다가서다

5월 19일 일요일, LG 트윈타워 지하 1층 동관 대강당에서 그들의 꿈의 나래가 펼쳐졌다. 2달간의 연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9개 팀 중에서 가장 첫 번째로 무대에 나선 ‘트리플 킴 트리오’. 떨릴 만도 했을 텐데, 긴장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터뷰 당시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했던 그들이 무대 위에서는 무섭게 돌변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30명의 학생으로 이루어진 9개 팀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이 축제를 축하하기 위한 LG 임직원의 특별무대가 이어졌다. 클래식을 전공하는 교수도, 배우는 학생도, 그리고 클래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지만 클래식을 사랑하는 회사원들도 한데 어우러진 시간이었다.


가깝고도 먼 당신, 클래식이여!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에게 클래식은 여전히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 장르일 수 있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클래식을 사랑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고 보니 클래식이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클래식 음악을 더 듣고 싶어지고, 더 알고 싶어진다. 아, 클래식. 그 참을 수 없는 매력이란. 진부한 음악과 평범한 일상에 지쳐버린 당신이라면, 당장 눈을 감고 클래식을 들어보는 게 어떨까?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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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 JUST TRY! 명심하겠습니다. 학교 내 중앙 동아리 중에 모두가 하나되어 연습하고 연말에 협연하는 클래식 동아리가 있는데 학기초 단원이 돼볼까 고민하다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는데 내년에는 꼭 일원이 되어서 클래식 음악에 JUST TRY해봐야겠어요^^ 어릴 때 클래식을 접해보고,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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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아 그러셨군요! 클래식 동아리 멋있어요 *.* 저도 그동아리 참여하고 싶어요!ㅋㅋ 닮아가기님,내년에는 꼭 참여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클래식의 매력에 푹 빠지실 뿐 아니라 단원들과 함께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도 얻으실 수 있을거예요!ㅎ.ㅎ Just try! 꼭 클래식뿐만 아니라 세상사 다양한 것들에 저스트 트라이! 해보시길! 그래서 더욱 더 풍요로운 삶이 되시길 기원할게여♥

  • 이미선

    왠지 어렵고 따분하게만 느껴지는 클래식에 사실 제가 먼저 거리감을 두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ㅎㅎ Just try! 영화관에서 영화 감상에 시간을 투자하듯, 클래식에도 관심을 가지고 시도하라는 핀켈 교수님의 말씀이 제게 꼭 필요한 자세인 것 같아요~ 모든 악기가 모여 지휘자와 악장이 주도하는 오케스트라보다 3-4인의 소규모 인원이 각자의 연주를 다듬고 조율하며 맞춰나가 마침내 하나의 실내악곡을 완성하는 모습이 보다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진 기사 잘 봤어요 이정기자님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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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맞아요! 클래식이 진짜 어려운 건줄만 알았는데 클래식자체가 어려운게 아니라 우리가 무섭게 느끼는 거였어요T.T.. 저도데이빗핀켈 교수님의 그 조언이 완전 와닿았는데요! 왜 우리들은 익숙한 것에 대해선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는 두려워하는 걸까요?!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은 싫어염!T.T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 전에 어반자카파 음악을 듣고 있는 저이지만, 이젠 정말 차차 클래식을 듣는 횟수를 늘려가려규요! 으헤헿 더욱 신나고 재미난 삶을 위하여*0* 실내악 정말 멋있어요. 우리너무귀여운 동영,주선,민진이 진짜대단해요. 우리두 함께 호흡을맞춰 시너지를 만들어보아요 미선기자님♥

  • 민성근

    클래식이든,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이든, 예술에 대한 교육 시스템 자체가 잘 잡혀졌으면 좋겠네요 ㅋㅋ 고등학생이 되면 누구나 항상 국,영,수만을 좇게 되잖아요. 특히나 사회풍토도 음악이나 미술을 하려는 것 자체가 모험으로도 여겨지구요. 재능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을 키워가는 LG사랑의 음악학교 역시 성장하길 바랍니다. 기사잘봤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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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그렇슴당. 저도 이 기사를 쓰면서 가수 이승기 1집 수록곡 을 참 많이 들었어요. '왜 우리는 다 다른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은 길을 가게 하나요', 이 가삿말처럼 우리 아이들을 똑같은 길로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재능을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딱딱한 '이론'보다는 무언가 실질적인 '가르침'과 직접적인 '수행'이 중요하다고나 할까요!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음악학교처럼 우리 꿈나무들의 미래를 밝게 비춰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제2의 김연아, 제2의 박지성이 나올 수 있게요! *_*

  • 한번도 다른 꿈을 꿔본적이 없다니...ㅋㅋㅋㅋㅋ너무 귀여궈용ㅋㅋㅋㅋㅋ 저두 클래식 마니 들어야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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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저도 주선 양이 그 대답을 했을 때 완전 감.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제껏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고 귀엽기도 하고, 그 실력도 너무 대단하더라고요! 계란hoo라이님도 두려워말고, 클래식 한번 들어보떼염! 마음의 평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데이빗 핀켈 교수님 말씀처럼 Just t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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