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욱 | 스마트한 감성 시인, 小쿨한 평범함을 이야기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오고 가는 하트(♡)로 오래전 소식 끊긴 중학교 동창과 안부를 주고받고, 방학 때 연락이 뜸해진 대학 동기와 수다의 물꼬를 텄다. 소홀했던 서로의 소식을 듣게 해준 고마운 ‘그’, 그는 바로 국민게임 ‘애니팡’이다. 그럴듯한 본문에 반전 있는 제목으로 10만 명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시 애니팡이 공개되고 그 시인도 국민게임처럼 빵 떴다. 이 도시를 사는 우리의 일상을 글자 몇 조각으로 조합해 낸 서울시인 하상욱을 만났다.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듣게돼

– 하상욱 단편시집 ‘애니팡’ 中에서

재미있는 것이 좋아 글 쓰는 직장인

매일 한두 번씩, 때로는 몇 번씩 페이스북에 짤막한 글이 올라온다. 그럴싸한 본문으로 포장된 것들은 알고 보면 사소한 우리의 일상이다. 사람들은 약간은 허세가 담긴 본문을 유심히 읽다가 제목을 보곤 빵 터진다. ‘뭐야, 이거였어?’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네, 진짜 그렇잖아.’

“본문과 제목 사이에 약간 갭을 주려고 했어요. 제목은 소소한데 본문은 약간의 허세를 좀 넣어요. 약간의 허세가 있는 글이 재미있잖아요. 본문은 최대한 허세, 제목은 오히려 사소한 걸로. 그런 아이러니가 글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가 쓴 시의 제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애니팡’, ‘수수료’, ‘다 쓴 치약’, ‘취객’, ‘회식’, ‘어차피 지각’ 등. 언제든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소한 우리의 일상이 그에게는 시의 소재가 되고 우리에겐 공감 200%가 된다.

“(시의 소재는) 일부러 찾는 경우가 더 많아요. 갑자기 번뜩 떠오르는 경우는 별로 없고, 항상 일부러 찾아요. 찾을 때는 가장 사소한 것들 그런데 싸움나지 않을 것들 위주로 찾지요. 때로는 샤워하면서 어떤 상황을 그리기도 해요. 이런 상황, 저런 상황을 그리다가 그 상황 안의 소재들을 찾아내는 거죠.”

자신의 글은 그냥 글일 뿐이라며 하상욱은 스스로 ‘글 쓰는 직장인’이라고 표현했다. 시인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우쭐하지도 싫지도 않단다. 그의 글은 그저 ‘글’일 뿐, 시건 소설이건 형식이 무엇이 중요하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시라고 표현하는 것’에서 오는 또 하나의 재미요소를 이용한다고도 했다.

“제 글을 시라고 할 때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그런 반응을 어느 정도 기대하기도 했어요. 그것 자체가 재미거든요. 그렇게 기분 나빠하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에게는 제 글이 통쾌할 수 있겠죠. 그리고 어떻게 보면 기분 나빠하는 분들에게도 ‘이런 건 시가 아니다.’ 라고 말할 기회가 되기도 하잖아요. 자기들이 생각하는 문학이나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거죠. 저는 양쪽 모두에게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제 글이 그런 상황에 겹쳐졌을 때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발칙하다. 사실 그의 글이나 그의 표현, 행보는 모두 발칙하기 그지없다. 페이스북에 허세처럼 올리는 글이 ‘시’라니, 그걸 또 ‘책’으로 내다니. 하물며 작가 ‘소’ ‘개’니 작가의 ‘말’이니 ‘목’ ‘차’니 하는 말장난을 책 가장 앞에 싣다니!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 발칙함에 킬킬대며 열광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왜? 그러면 안 되나?”

“(이런 말장난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문장의 의미파악 같은 것보다 문장을 뜯어서 단어나 글씨 자체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은 해도, 책이라도 낸다 하면 이런 거 해도 되나? 하며 머뭇거리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런 식이에요. ‘그냥 뭐 하면 어때? 안 될 거 있나?’ 안 될 거 없잖아요?”

안 될 거 없다는 그, 본업은 서비스 기획자이고 홍보 업무도 겸하고 있는 ‘진짜’ 직장인이다. 하지만 글 쓰는 직장인이고 디자인도 했었고 소싯적엔 만화도 조금 그렸단다. 노래도 좀 불러봤고 여기저기 무대에 올라가 사회도 조금 봤다.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마는 성격이냐고 물었더니 뚝 잘라 얘기한다.

“꼭 그렇진 않고, 재미있잖아요. 그래서 해요.”

그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상황들마저도 재미있다며 활용하는 그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재미가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공감이라는 건 인생의 교집합’이라고 말하는 하상욱은 공감과 그에 따른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응이 없는 페이스북 글은 바로 지워버릴 정도로.

“저는 반응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 반응이요. 반응이 없는데 내가 혼자 만족하거나 먼 훗날 내가 죽고 난 뒤에 반응이 좋다거나 하는 건 별로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즉각적인 게 좋은 거죠. 즉각적으로 이렇게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이요.”

서울 시, 사실은 슬픈 이야기


그래서 그의 글들은 기본적으로 웃기다. 하지만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씁쓸한 나의, 우리의 이야기라 공감의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

“사실 저는 웃음이 진짜 <서울 시>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로 가는 과정에 웃음이 있고, 그 메시지는 사실 슬픈 이야기예요. 이 도시에 사는 우리의 슬픔을 공유하고 싶은 거죠. <서울 시>는 생각해보면 대부분 슬픈 내용이에요. 비판도 많고요. 사회에 대한 비판보다는 우리 스스로 서로의 감정을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감정들에 대한 비판이 담긴 이야기가 많아요.”

슬픈 <서울 시>에서는 SNS에 관련된 내용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상욱은 SNS를 통해 빵 떴고 SNS를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즐기지만 그 매력 이면의 공허함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한다. Social이 아니라 Self가 된 SNS를 통해서 우리는 서로를 외롭게 하고 힘들게 만든다.

“요즘의 SNS는 셀카 문화로 대표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나를 보여주려고만 하는 거죠. 관심이 나한테밖에 없는 거예요. 소셜 네트워크인데 소셜이 아니라 셀프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사용하다 보면 외로워질 수밖에 없어요. 내가 내 이야기만 하는데 누가 공감해주겠어요. 물론 그렇게 쓸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쓰면서 외롭다고 하니까……. ‘동그란 삼각형’이라는 말이 있죠. 많은 분들이 SNS를 동그란 삼각형을 그리려는 느낌으로 쓰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좀 안타깝더라고요.”

안 되면 ‘될 거’ 하라

글 쓰는 직장인, 이제는 강연까지 하는 직장인이다. 그는 최근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하는데 <서울 시>에 대한 이야기로 반,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나머지 반을 채운다고 한다. 그건 주로 SNS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좋고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다는 그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청춘페스티벌’의 연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가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아 좀, 포기하고 살라고요. 왜 이렇게 포기를 안 하느냐고(웃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 때문에 포기 못 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너무 억지로 사는 것 같아요. 포기해야 할 때를 아는 훈련을 했으면 좋겠고, ‘할 만큼 했다’ 라는 생각을 가지는 법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해보자마자 포기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안 될 때는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한다. 포기할 줄 알아야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고 그래야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는 것. 포기하면 너무 쉽게 포기하는 낙오자로 찍히는 세상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이 얼마나 했는지 모르면서 포기하면 쉽게 포기한다 그러죠. 나를 항상 지켜봐 주고 내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한 사람이 ‘넌 지금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그냥 ‘포기하지 마, 너 할 수 있어!’ 이건 정말 다르거든요. 그런 말에 흔들려서 포기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이 지나면 남들의 그런 얘기 때문에 포기를 못 해요. 체면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 같은 것들 때문에요. 포기는 자신에 대해서 인정하고 더 좋은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는데 너무들 그걸 무시하는 것 같아요.”

남들 하는 대로, 세상이 시키니까. 아등바등 뭔가를 잔뜩 움켜쥐고 있는 대학생에게 하상욱은 그의 시처럼 짤막하게 툭 내뱉는다. ‘포기는 배추 셀 때 말고도 쓴다.’라고. 포기하지 말고 무조건 힘내라는 말은 오히려 잔인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이겨내서 성공한 뒤 그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극소수 사람들의 뒷모습만 좇기에는 청춘이 아깝지 않은가. 모든 사람이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 법은 없는데 말이다.

럽젠의 청춘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고 하니 그가 대학생들을 만나면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한 마디 던졌다. 하상욱다운 깔끔한 마무리다.

“안 되면 될 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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