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수 | 현장 토크 taxi, 그 60일간의 기록

또 학교 수업에 늦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버스를 타겠다는 학기 초의 다짐은 이미 잊은 지 오래. 고민할 겨를도 없이 찾게 되는 것, 바로 택시다. 워낙 흉흉한 세상인지라 택시 번호를 확인하고 택시를 탄다. 으레 부모님 나이대의 기사님이겠거니 하고 문을 연 순간, ‘어? 조금 어려 보이는데?’ 하는 생각에 잠시 당황한다. 곧이어 기사님이 건넨 한 마디, “제가 학생이라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조금은 특별한 택시기사, 바로 20대 택시 운전사 박광수 씨다.

고등학생 때는 택시를 이용한다는 것이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면 버스나 지하철만큼 ‘자주’ 이용하지는 않아도 좀 더 자연스럽게 택시를 찾게 된다. 그런데,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에 앉은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기발한 이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실행에 옮긴 이가 있다. 바로 대학생 박광수(28,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씨. 2012년 여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0일 동안, 그는 치열한 생활현장 속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불특정 다수를 만나다

“택시 운전사가 되는 건 어렵지 않아요. 영업택시는 오히려 택시 기사가 부족한 실정이거든요. 간단한 자격시험을 거치면 누구나 택시기사가 될 수 있죠. 좀 귀찮고 복잡한 과정들이지만요.”

박광수 씨는 어릴 적부터 카센터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친숙했다. 그러나 자동차를 잘 알았을 뿐 깊이 빠질 정도로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굳이 긍정적인 면을 꼽자면 운전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 정도. 그런 그에게 고등학교 시절 읽은 <나는야 파리의 택시운전사>나 장진 감독의 연극 <택시 드리벌>은 작지만 큰 울림을 주었다.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때부터였다.

이후 진로를 ‘영업’으로 결정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일 중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며 경험을 쌓았지만 무언가 2%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역시 생각의 마지막에는 ‘택시 운전사’가 있었다.
2011년 초, 박광수 씨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택시 운전사 준비를 강행했다. 같은 해 여름, 드디어 택시 운전에 필요한 모든 자격을 갖추게 됐다. 그리곤 잠시 한국을 떠났던 그는 2012년 여름, 귀국과 동시에 택시 영업을 시작했다.

“선택적인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제 의사와 상관없이, 말 그대로 ‘랜덤게임’인 거잖아요? 부딪혀 보는 거죠! 남들이 가자는 대로 방향성 없이 살아보고 싶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고요.”

사납금 12만원

그러나 택시 운전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고된 일이었다. 기본 12시간 근무에 출ㆍ퇴근 시간, 차 정비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14시간을 일하게 되는데, 과로가 누적되다 보니 점점 건강이 나빠졌다. 게다가 12시간 근무 시간 중 한 번은 꼭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니,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어떤 날은 손님이 별로 없으면 문득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며 손님들에게 불친절해지는 모습에 회의가 들기도 했다.

“처음 한 달간은 밥 한 끼를 제대로 못 먹었어요. 아직 초보라는 생각 때문에 밥 먹을 여유조차 없었던 거죠. 12시간 일하는 동안 적어도 사납금인 12만원은 벌어야 했거든요. 결국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점심을 챙겨 먹고는 감동해서 사진을 찍어놓기까지 했어요. 근무가 주야로 계속 뒤바뀌다 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데다 식사도 불규칙하고, 거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한 달에 4일 쉴 수 있다지만 그 중 이틀이 사납금을 안 내고 운행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에요. 그날을 포기할 수 없어 이틀까지 일하고 나면 결국 주 6.5일을 일하는 거죠.”


오전이 더위와 차 막힘, 졸음과의 싸움이라면 오후에는 취객과 택시끼리의 싸움이다. 택시 운전사에게는 취객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문고리를 잡고 버티는 손님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게 집이 아닌 경찰서로 가길 몇 번이다. 유동인구가 적은 새벽에는 소위 ‘택시 올림픽’이 벌어진다. 한 명이라도 더, 먼저 태우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이다.
아무리 자식 스스로 원하는 일이었었지만 그의 집에서 밤늦게까지 밖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말로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는 어머니셨지만 걱정에 병까지 나셔 응급실까지 가고 말았다. 부모님에게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아버지까지 갑작스럽게 팔을 다치셔 결국 택시 운전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정말 힘들었지만 기대했던 걸 얻었죠. 어찌 보면 그 이상을 얻은 것 같기도 했고요. 먼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과 친절함이 몸에 밸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라 생각해요. 가끔 손님에게 칭찬 이상의 극찬을 들을 때면 진짜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되고요. 남에게는 불친절하고 퉁명스러운 기사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한없이 좋은 할아버지, 아버지, 큰형 같은 택시 회사 아저씨들도 얻었어요. 무엇보다 처음부터 모범택시 수준의 대우를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영업했기 때문에 사람 대하는 법에 있어서 한결 부드럽고 친절해질 수 있었어요.”

기분 좋게 인사를 건네고 “제가 학생이어서 잘 몰라 그런데 혹시 길 좀 설명해주실 수 있으세요?” 하면 손님들은 그때부터 더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건넨다고 한다. 가장 많이 들은 칭찬은 기특하다는 것과 대단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언제나 분에 넘치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는 박광수 씨. 택시 운전사 시절에 받은 손님 명함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그는 힘들었어도 택시 운전의 90%는 좋은 기억이었다고 말한다. 한 장 한 장 받은 명함을 자신의 명함으로 한 분 한 분 되갚고 싶다고 말이다.

뛰어다니는 사람에게 불경기란 없다


두 달 동안의 짧다면 짧은 택시 운전사 생활이었지만 손님에게 넉살 좋게 “아 금방 가죠~”라고 대답하고 지름길로 갈 때면, ‘택시 운전사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광수 씨. 택시 운전을 그만뒀지만 스스로 나태하고 게을러졌다고 느낄 때면 그는 지금도 택시 차고지로 향한다. 더 이상 택시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그때의 기억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따라 무작정 택시 운전사가 되길 권하지는 않았다. 굳이 택시 운전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단, 젊음을 무기로 일단 부딪혀 보라고. 뛰어다니는 사람에게는 불경기가 없다는 말이 그를 대변하는 듯하다. 박광수 씨의 선택과 실행처럼 20대의 특권은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에 있는 것이 아닐까.

Tip. 박광수 씨 추천, 안전하게 택시 타기!
콜택시의 경우, 기사의 정보가 승객에게 전송된다. 거리에 택시가 많이 있더라도 콜택시를 불러서 귀가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 택시 선택법이다. 또한 개인택시는 택시 자체가 영업 수단이자 재산이므로 안전 운행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이야기일 뿐, 항상 조심 또 조심할 것!

내 멋대로 택시 안전도 순위
1위 개인 콜택시
2위 영업 콜택시
3위 개인택시
4위 영업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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