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고, 학교 앞 다람쥐 택시를 잡아라


대학가 역 앞에는 매일 ‘등교 전쟁’이 벌어진다. 특히 여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 전쟁에 동참해야만 한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버스로 갈아타려면, 이미 정류장에 상상을 초월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 만원 버스 하나를 보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만원 버스다. 수업이 있으니 마냥 기다릴 수도 없을 때라면? 게다가 지각한 학생이라면 1분 1초가 더욱 귀한 상황이다. 이때 마음이 다급해진 학생은 택시가 마지막 동아줄이다.

숙대에 다니는 대학생 P 씨(22세)는 택시 애용자다. 불안한 만원 버스에 몸을 구겨 넣기보다는, 필요한 시간에 바로 탈 수 있는 택시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 출구에서 학교 정문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으로, 기본요금 2천4백 원을 내면 되는 거리다.
그러나 미터기와 달리 택시 운전사는 4천 원을 요구한다. “(4명의 모르는 사람들이) 합승을 했기 때문에, 각 1천원씩 총 4천원을 내야 한다”는 게 택시 운전사의 논리다. 3명이 탔을 때는 각각 1천원, 2명이 탔을 때는 각각 1천5백원씩을 요구한다. 미터기가 아닌 사람 수대로 요금을 받으며, 같은 구간을 쳇바퀴처럼 도는 이른바 ‘다람쥐 택시’의 횡포다. 아, 이건 장거리를 뛰는 우즈베키스탄 택시의 논리가 아닌가!
서울여대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에서 학교 정문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 서울여대생 역시 기본요금 2천4백원과 상관없이 1인당 1천원씩 낸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H 씨(20세)는 “매년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합승은 엄연히 불법이며,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도로교통법 제50조 6항에는 “사업용 승용자동차의 운전자는 합승행위 또는 승차거부를 하거나 신고한 요금을 초과하는 요금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6조 1항에서는 ‘여객을 합승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앞 합승 행위의 개념이 모호한 까닭에, 대다수 학생은 아쉬워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요금을 내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목적지와 도착지가 같은, 해당 학교 학생끼리의 합승이 불법인가 아닌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학생들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상황”이자 “서로 편의 봐 주며 윈윈하는 것”이라며 묵인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은 “600원씩 내든 뭐든 정확하게 미터기에 나온 대로만” 내야 하며, “택시 기사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기 때문에, 계속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실제로 연세대, 중앙대, 덕성여대 등 대다수 학교 학생들은 미터기의 요금만을 지불하고 있다.
해당 학교 앞 ‘다람쥐 택시’ 논란은 매년 되풀이되며,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 역시 매년 똑같다. 총학생회와 학교 측에서는 교통편을 증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학내 게시판에는 몇 년째 택시 불만 글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대체 다람쥐 택시의 피해자는 어디에 항변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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