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를 금지한다? 한 남자 대학생의 ‘아청법’ 생각

* 이 글을 쓴 기자는 떳떳하고 바람직한 성적 가치관을 가진 대한민국의 남성임을 밝힙니다.

지난 10월 15일, 15명의 국회의원은 아청법의 새로운 개정안을 입법예고를 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직 시행하지도 않았고, 만약 시행한다고 해도 해를 넘겨서 시행할 법안이 논쟁거리가 되느냐는 점이다. 일단 내용을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이 개정안대로 내년에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새로 입법 예고된 아동 청소년 법의 규제 범위와 효력은 강하다. 고조선의 8조 금법이나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법이 적용되는 시점이 고대가 아닌 21세기의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성범죄를 깔끔히 뽑겠다는 입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바로 이 ‘강한 의지’가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인생마저 범죄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시계태엽을 조금만 돌려보자.

지난 1998년 10월, 지금은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두려움 없이 임하라.”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때 이후 일본 문화가 대한민국에 거침없이 유입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영화를 짚고 넘어가면, 이때 처음 들어온 일본 영화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다.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 작품을 정식 경로로 접한 당시 관객들, 특히 영화감독 지망생에게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형식적 충격이자 그들 각자의 모티브가 되었다. 박찬욱과 류승완 감독은 기타노 다케시의 공공연한 팬임을 밝혀왔다. 현재 한국 영화가 아시안 뉴 웨이브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일본 문화의 유입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영화발전에 상당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런 걸작 영화가 유입되면서 동시에 어둠의 경로로 따라 들어온 것도 있었으니, 바로 AV라는 일본의 성인물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명작과 성인물은 대한민국의 음지와 양지에서 많은 마니아를 양산했다. 인디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유희열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해 이야기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 다 어렸을 적에 미국 여자랑 일본 여자 둘 중 하나를 보면서 자라오잖아요.”

흔히 ‘야동’의 한 범주에 속하는 일본 AV물은 다양한 장르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 라인, 그리고 한 달에 수 백 편씩 신작을 배출하는 다작으로, 표현의 범위가 엄격한 한국 성인물 시장을 잠식하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클릭 한 번으로 사춘기 청소년이 학급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성 정체성과 성적 호기심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상상의 나래를 펴야 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비록 어둠의 경로이지만 일본 AV물은 현 대학생에게 바람직한 성적 교보재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조건적인 억압과 형식적인 성교육보다는 효과적이었다는 말을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새로 입법 예정된 아청법의 핵심 내용은 바로 이 부분과 상충한다. 평범하고 떳떳한 사람의 ‘성적 호기심’ 역시 무자비하게 잘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은 절대 받아서도, 보아서도 안된다. 유교적 윤리를 떠나서도, 이건 성적 호기심을 떠나 우리가 손댈 수 없는 ‘보편적인 사회 질서와 통념’을 위배하는 행위이므로 정상인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이다. 범죄학자들에 의하면, 성범죄자는 순수한 본능적 성욕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비뚤어진 지배심리나 가학적 심리로 성범죄를 저지른다. 그들은 이미 만들어진 ‘괴물’인 것이다. 하지만 새로 개정될 아청법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실수’ 한 번에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 그 꼬리표는 심지어 지워지지도 않는다. 평범한 사람도 ‘괴물’로 만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는 게 아닐까?

아청법 논란의 핵심은 바로 ‘소지죄’다. 새로 개정될 아청법은 실수로 한번 클릭해도 소지죄를 적용한다. 제목에 청소년 관련 문구가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동영상을 다운받았는데, 받고 보니 중간 부분부터 교복이 나오면 어떡할까? 당신은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AV에서는 나이가 많은 배우라도 가끔 교복을 입고 출연한다. 새로 입법 예정된 아청법은 이런 상황에도 예외가 없다. 40세가 넘은 중년 배우가 교복을 입어도, 그녀의 목에 세월의 주름 흔적이 보여도 여과 없이 쇠고랑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잘못 받은 것 같아서 바로 삭제해도 당신은 이미 죄를 지은 것이다. 여인을 바라보며, 혹은 남정네를 바라보며 성적인 상상만 해도 이미 그나 그녀를 범한 것이라는 성서에 따른 해석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법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네티즌은 이 애매모호한 법이 과연 얼마만큼 실효가 있고, 공정할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대규모로 릴리즈되어 논란을 낳았던 영화 <은교>는 위에서 제기한 ‘음란물’의 모든 기준을 충족시킴에도, 음란물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유는 영상 심의 등급 위원회(이하 영등위)의 통과를 거쳤다는 것인데, 법적인 처벌 문제는 영등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법적인 처벌 문제는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의거하기 때문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의혹이 거세지자 경찰청은 ‘영화 <은교>를 본다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이 일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고, 많은 이는 법의 일률적인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일부 네티즌은 평범한 사람의 성적인 욕구마저 나라가 ‘거세’시키려 한다고 하는 실정이다.

지난 1968년 5월에 일어났던 프랑스의 68혁명에 대하여 세계체제 분석의 창시자이자 사회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이렇게 밝혔다. “이제껏 세계혁명은 단 둘뿐이었다. 하나는 1848년에, 그리고 또 하나는 1968년에 일어났다.”, “이후의 정치, 경제, 사회과학 모두가 변했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가? 1968년도 5월의 그 혁명의 원인 중 하나는 파리 시내의 대학교 기숙사 안에서 남녀 혼숙에 대한 억압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 성적 억압이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것을 이른다.
합리적인 법과 질서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아청법은 개인의 성적 권리를 포용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말도 있듯, 진정 대한민국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입법다운 입법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생각했으면 한다. 이 법이 통과한다면, 실행되고 더욱 강한 효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 되면 우리 주위에서 해맑게 맥주를 마시던 복학생 동기가, 학생식당에서 밥을 맛있게 비벼 먹던 후배가, 자소서 걱정에 담배로 밤새던 선배 한 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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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환 기자

    맞아요, 보다 합리적인 사람들이 합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다수의 국민들을 살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이 먼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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