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흠 ㅣ 무용에 美친 백조

무언가에 미친 사람 앞에 장사 없는 법! 무용을 이야기하는 내내 광기 어린 눈빛은 또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그의 몸짓만큼이나 몰입도 100%였다.

댄스 취미가, 국제 콩쿠르 우승자로 쑥쑥 크다

그의 무용은 고등학교 2학년부터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5년, 짧은 기간일지도 모르지만 무용을 향한 광기의 징조는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광기의 결과로 올해 8월에 열린 <나가노 국제 무용 콩쿠르>에서 시니어 전체 1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무용의 시작이 조금 늦은 편이었죠.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춤추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음향기계와 음악을 좋아하셔서 음악을 틀어주시면 전 춤을 추곤 했어요. 친구들과 가수를 따라 하면서 춤도 많이 췄고요. 그러면서 뮤지컬 배우처럼 무대에 서는 직업을 갖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찾아보았죠. 그렇게 해서 맨 처음으로 간 학원이 무용학원이었어요. ‘춤추는 걸 좋아하니까 춤부터 배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사실 그때까지도 남자 무용수가 있는 지조차도 몰랐죠.

무용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재한 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늦은 무용 입문에도, 많은 콩쿠르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무용 분야에서 고등학교 콩쿠르 성적은 곧 입시와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수도권 명문 대학에 입학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 무용 역시 인문계열과 마찬가지로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는 탓에 누구나 수도권 대학을 목표로 하지만, 그는 좀 달랐다. 그에게는 수도권 대학을 갈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있었지만, 자신의 노력 하나만을 믿고 충남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

무용도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수도권이 지방보다 교육 여건이 좋고 학비도 비싼 편이에요. 예체능 종목은 특히 그 격차가 심해요. 성균관대는 입학 학비가 약 1천만원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제가 입학한 충남대는 2백~3백만원 정도 하죠. 수도권은 평균적으로 6백만원 정도 된다는 소식을 접했죠. 수업 외 레슨을 따로 받는데, 그 비용도 수도권이 지방보다 훨씬 비싸요. 우리 학교는 국립대라 레슨비에 대해서도 많은 지원이 있고, 서울에 계신 훌륭한 선생님을 직접 초빙하죠. 그리 부유한 가정 형편이 아니어서 충남대학교 입학을 결정했어요. 어디를 가더라도 사실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남자 무용수의 불편한 진실, 선입견 vs 살인 스케줄

남자 무용수, 아직 우리 사회는 그리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역시 무용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무용에 미친 그를 누구도 막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싫어하셨어요. 학원 간다고 했을 때는 조금 불편해하다가 본격적으로 무용한다고 하니까 집에서 많이 반대했죠. 특히 아버지는 ‘남자가 무슨 무용이냐’ 호통치셨어요. 그러다가 대회에 나가 상을 타고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여 드리니까 정말 좋아하셨죠. 지금은 굉장히 적극 지원해주세요.

부모님의 시선뿐 아니라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남자 무용수에 대한 희소성 때문에, 왠지 모를 선입견이 있다.

남자 무용수에 대해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은 무용한다고 하면, 속된 말로 ‘까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무용하는 남자는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 같아요. 정말 ‘까진’ 사람과 무용에 ‘미친’ 사람. 저는 무용을 미친 듯이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남자 무용수에겐 이런 선입견뿐 아니라 살인적인 스케줄로 골치가 아프다. 하루 24시간, 그에게는 자는 시간 이외엔 무용뿐이었다. 그의 모든 일상은 무용으로 시작하였고, 무용으로 끝났으며, 하루 종일 무용만을 생각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지쳐 쓰러질 만큼의 스케줄이지만, 그는 웃으면서 소화하고 있었다. 진짜 미친다는 건 초인으로 만드는 비밀 병기임에 틀림없다.

일과는 아침 9시에 수업이 시작해서 실기, 이론 수업을 하고 공강 시간에는 헬스를 하죠. 무용가에게 지구력이나 근력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45분씩 러닝 운동을 하고 근력 운동도 꼬박꼬박 해요. 그리고 나서 다시 수업을 듣고 공강 시간에 연습하죠. 그러면 오후 6시 정도에 학교 일과가 끝나요. 학교 일과가 끝나더라도 우린 다시 연습을 시작해야죠.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특강이 있는데, 그건 오후 8시에 마쳐요. 그러고 나서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개인 연습을 하고 콩쿠르나 공연이 있으면 새벽까지 연습을 하게 돼요. 주말에는 수업이 없을 뿐 그 시간에 연습으로 대신하죠. 보통 연습 시간은 10시간 정도 왜요. 공연이나 콩쿠르가 얼마 안 남으면 12시간을 넘게 연습하죠.

무용가가 대회를 준비할 땐 보통 6개월~1년이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공연이 있을 시엔
3~6개월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덕분에 대회를 준비할 땐 하루 3시간, 공연을 준비할 땐 하루 6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결론. 하지만 그는 아직 22세가 아닌가! 한창 놀고 싶은 대학생이다. 쉴 틈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하면서 그의 몸은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니. 그런데 이 남자, 참 모질기도 모질다. 그는 단 한번도 포기를 생각한 적이 없다.

지금 저는 3학년 2학기인데 3년간 학교에 다니면서 집에 가만히 있었던 적이 없어요. 방학 때든, 학기 중이든 매일 나와서 연습했죠. 3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여유를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일반 대학생의 캠퍼스 라이프는 꿈도 꾸지 못하죠. 모든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오후 6시, 우린 다시 연습하기 위해 학교에 오르죠. 이렇듯 일반 학생과 다른 생활 패턴으로 사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매일 새벽까지 연습하고 잠도 잘 못 자고∙∙∙ 부러움만 쌓여갔죠. 진짜 힘든 날이 언제인 줄 아세요? 저는 연습하러 올라가는데 학생들은 놀기 위해 내려가는 모습을 볼 때였어요. 하지만 무용, 절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성실성 + 무용 중독 = 세계적인 무용가 김용흠


‘성실하며 노력하라’는 무용수 김용흠의 마음가짐이자 인간 김용흠으로서의 좌우명이다. 그는 타고난 능력은 없었다고 고백한다. 다만 무용에 미친 그의 정신과 연습으로 매일 다져진 그의 육체. 이 두 가지를 통해 그는 무용가로 성장했다.

무용을 좋아하기 때문에, 제가 더욱 독해지는 것 같아요. 저와 함께 무용하는 친구들은 타고난 면이 있지만, 전 그런 재능이 남보다 많이 부족하죠. 전 진짜 노력으로 많이 바꿔가는 스타일이에요. 친구들과 비슷한 실력으로 가기 위해서는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하죠. 저는 ‘박치’에다가 스트레칭도 잘 못하는 걸요. 그래서 매일 혼자 새벽까지 연습했어요. 다른 친구보다 훨씬 많은 연습을.

특기 무용, 취미 무용, 좋아하는 것 무용. 그에게 무용은 삶 전부다. 지금 그의 눈에는 무용밖에 보이지 않고, 그의 머릿속에는 무용이 떠날 줄을 모른다. 병명은 심한 무용 중독증이라 진단해볼까? 이처럼 무용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은 분명 그를 세계적인 무용가로 만들 것이다. 물론 그의 연애 전선이 조금은 불안할지도 모르지만∙∙∙

취미 활동을 할 시간이 없어요. 동아리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이 아니니까. 무용밖에 보이지 않아요. 무용이 제일 좋고요. 여자친구는 있지만, 거의 잘 만나지 못하고 있죠. 무용은 지금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고, 그것 외에 무엇도 생각나지 않아요. 자기 전에도 어떤 안무를 할지 구상하고, 영상을 보면서 안무를 분석하고, 어떻게 더욱 실력을 늘릴지 생각하죠. 매일 머릿속에 무용만 생각해요. 여자친구는 많이 섭섭하겠죠? 저보고 무용에 미쳤다고 해요.

2012년 8월, 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대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바로 <나가노 국제 무용 콩쿠르>. 지금까지 무용을 향한 그의 애정과 피나는 노력은 1등이라는 영예를 안게 하였다. 당시를 떠올리며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해온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것은 절대 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실력, 겸손한 마음가짐. 이토록 완벽한 무용가가 어디 있을까?

<나가노 국제 무용 콩쿠르>에 나가기 전에 2주 동안 서울에 있었어요. 서울에서 <김기인 장학생> 선발 오디션이 있었거든요. 외국 무용수가 2주 동안 우릴 가르치고 그 과정에서 장학생을 선발하죠. 저는 오디션을 보면서 동시에 8월 20일에 열렸던 <나가노 국제 무용 콩쿠르>를 준비했어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 무용만 했죠. 또 그 시간 중에 짬을 내서 콩쿠르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몸 관리를 위해 조깅을 하다 보니, 완전히 녹초가 되었죠. 장학생 선발 오디션이 끝난 이틀 후 바로 일본 대회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대회에서는 수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Talk in Sign’이라는 연기를 펼쳤죠. 콩쿠르에서도, 김기인 장학생 선발 오디션에서도 운 좋게 1등을 할 수 있었어요. 특히 <김기인 장학생>은 올해가 처음 뽑는 거라서 더욱 기뻤답니다.

최성옥 교수의 지도 편달로 나간 <나가노 국제 무용 콩쿠르> 대회. 지방대에 다니고 콩쿠르에 나가기 어린 나이인 그의 악조건이 문제없다는 본때를 보여줬다. 보통 무용은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 콩쿠르보다 한국에서 열리는 콩쿠르의 수준이 높은 편인데, 일본에서 열린 콩쿠르에 수상한 결과 그를 향한 편견을 떨쳐 버릴 기회였다.

독기를 품은 소박한 꿈
세계적인 대회의 우승자가 되었지만, 그는 더욱 독하게 변하였다. 또한 더욱 성실해졌다. 국제 대회에서 만났던 뛰어난 실력의 무용가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면서 그는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다. 거만이 아닌 겸손으로,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그는 오늘도 독하게 연습 중이다.

콩쿠르에 입상하고 나서 제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 공연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지금은 많은 사람이 알아보기 때문에 더욱 집중하고 책임감이 생겼죠. 그리고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 더욱 절 채찍질하는 것 같아요. 수상이 오히려 저를 새로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죠 국제 대회를 나가보면 잘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 독해질 수밖에 없어요.


섬세한 손동작, 역동적인 발놀림. 그의 무용은 화려한 매력을 내뿜고 있지만, 그가 가진 꿈은 무용에 비한 너무나도 소박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노력하는 무용가 김용흠’ 이것이 무용가로서 그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이자 간절한 꿈이다.

‘김용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이 ‘노력하는 무용수’, ‘꾸준한 무용수’를 떠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용에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 그래서 누구나 꾸준하게 믿고 무엇이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용에선 ‘믿음’이 정말 중요해요. 사소한 약속, 연습시간을 지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이런 약속을 어기고 믿음이 깨질 때 그 사람의 진실은 사라지죠. 타고나서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보다 노력하는, 믿음직한 무용가로 남고 싶어요.


논어에는 이런 구절이 언급된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노력하는 즐기는 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여기에 한 구절을 더 붙이고 싶다. ‘즐기는 자는 미친 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무용가 김용흠, 그는 현재 무용에 미쳐있다. 그러므로 그를 따라올 자는 없을 것이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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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지가 아닌 곳에서 무용수를 만나니 기쁜마음이 먼저네요 저도 무용을 전공하는데 무용수에 대한 기사는 좀처럼 유명인이 아니고서는 나지않는데 .. 새로운 무용수를 알게 된 것 자체가 반갑고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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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감사합니다~ 저도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을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만났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무용에 대한 생각을 180도 바꿔주었어요~
    참 멋진 친구였지요^^

  • 최지원

    아름다운 미침이에요.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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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지원기자의 시크함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 정말 땀은 배신하지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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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땀 흘린만큼 꿈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거에요~

  • 이채원

    우와... 3년 동안 쉬지 않았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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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앞으로는 더 멋있어 질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 alluptosseul

    하.... 멋있는 마음가짐에 멋있는 외모까지!!!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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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실제로 보면 참 훈훈합니다. ㅋㅋㅋ 귀여운 친구에요

  • lyn1130

    무용슈즈가 용흠군의 노력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것 같네요 넘넘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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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무용슈즈를 많이 부끄러워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 멋지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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