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서 | 우여곡절 꿈의 아이콘

대학생 이현서 씨는 고향만 3곳이다. 북한, 중국, 그리고 현재 사는 남한. 이곳으로 오기까지 그녀의 인생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꿈에 대한 환희로 가득하다.

탈북, 오해의 선택 vs 망명, 자의의 선택

새터민 대학생, 이것이 이현서 씨에 대한 첫 맥을 잡는 가장 손쉬운 단어일 것이다. 사실 그녀의 탈북은 애초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17세가 될 무렵, 중국에 있는 친척 집에 놀러 간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 그녀의 집은 국경 근처였기에, 중국에 쉽게 놀러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중국 방문은 동네에서 “탈북했다.”라는 이야기로 와전됐다. 당시 탈북자가 많았기 때문에,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고향을 떠나게 된 그녀는 10여 년간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스스로 중국인이라고 생각한 채.

그러던 2004년의 어느 날,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뉴스로 접하게 됐다. 북한 사람이 주중 한국대사관의 담을 필사적으로 넘고 있었던 것. 그들의 탈출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당시 그녀는 상해에 살고 있었는데, 거리가 꽤 있는 만큼 탈북자 소식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정말 탈북하는 사람이 저 정도로 많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그녀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4년 후 그녀는 서울행을 결심했다.

그녀가 서울행 티켓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자는 남들의 눈을 피해 제3국을 거쳐 남한으로 들어온다. 발각되면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사살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내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강제 북송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비자를 받아서 여행자의 신분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남한에 들어왔다. 여타 탈북자와 달리 가벼운 마음이었다.

북한과 비교했을 때, 남한은 너무 많이 발전해서 놀랐죠. 특히 인프라 시설은 비교조차 불가능했고요. ‘같은 한민족인데 어떻게 이렇게 이리 달라졌을까. 60년 사이에 어떻게 이리 달라졌을까’
생각했어요.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치른, 우리 민족의 얼굴을 빛낸 나라라는 생각도 했고요. 고마운 마음도 있었죠.

2008년, 그녀는 공항에서 망명 신청을 했다. 63시티(구 63빌딩)이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대한민국,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도 잠시, 그녀에게 삶은 곧 고뇌가 되기 시작했다. 서울살이가 녹록지 않았다. 먼저 경제적인 문제가 눈앞에 닥쳐왔다. 그녀의 월급은 1백20만원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기에는 너무 빠듯했다. 꿈도 없었다. 애초부터 무엇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도 힘들었다. 북에서 왔다고 하면, 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절망이었다. 그녀에게는 함께할 가족이나 형제, 친구도 없었으니까. “나는 북한 사람인가, 중국 사람인가, 남한 사람인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계속됐다. 그녀는 혼자 이 모든 것을 이겨내야 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요. 여기서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밑바닥부터 시작하려니 너무 힘들었죠. 아플 때는 정말 서러웠어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 세상에 부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아,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인생의 터닝 포인트, 대학

처음 대학은 그녀에게 무의미한 존재였다. 단지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다. 중국학과를 선택한 것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중국 비즈니스에서 일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그녀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중국어를 공부하게 되니, 영어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같은 해 5월부터 통일부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글의 중요성도 새삼 느끼게 됐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글’이 제일 정확하다는 판단이 섰다.

학교에 오지 않았다면, 제겐 미래가 없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분명 한계가 있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대학 와서 꿈을 갖게 된 거죠. 요즘은 대학 오길 잘했다고 천만번 생각해요.


그녀는 통일부 대학생 기자를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행사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영국 대사관 <English for The Future>에서 탈북 대학생 대표로 연설하는가 하면,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 회의에도 참가했다. 또한 <TEDxItaewon> EVENT에서 탈북자 최초로 연사로 초청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 차 방한한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와 만나기도 했다.

하고 싶은 거 많은 인생, 단 하나의 기준

대학생으로서의 즐거움을 만끽 중인 이현서 씨는 최근 미국 <CSIS Kelly Fellowship Young Leader> 멤버에 제안을 받은 상태다. 또 북한 인권을 주제로, 2013년 미국에서 열릴 <TED Conference> 오디션을 준비 중이다. 자원봉사활동도 북한 및 남한 아이들의 고아원에서 틈틈이 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학업에 충실해 성적 우수 장학금 등도 받고 있다. 게다가 연애까지 한다! 남자친구는 미국 국적의 학생이다.

북한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미국놈’이에요.(웃음) 부모님께 인사시키는 자리였는데, 엄마가 남자친구를 보고 되게 신기해하셨어요. 밥 먹는데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요. 대화가 안 되더라고요. 남자 친구가 화장실에 가자,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살다 살다 별 일이 다 있네. 미국놈이랑 밥도 먹고’였어요. 북한에서 몇십 년 간 살아 온 부모님 세대는 그렇게 생각하시나 보죠, 뭐. 저 역시 가끔 농담으로 남자친구에게 미국놈이라고 놀릴 때도 있어요.(웃음)


그녀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후에 외신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먼 훗날엔 통일된 한국에서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그녀의 기준은 줄곧 하나다. 바로 ‘남을 위한 삶인가’이다.

처음에는 저 개인을 위해 살려고 했지만, 지금은 남을 위해 살고 싶어요. 외신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그 일환인 거죠. 현재 탈북자 출신 중에 해외 언론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직 꿈이 명확하진 않지만, 국제 정치 쪽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녀는 인권과 나라,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말 길을 당부했다. 이 땅에서 태어난 학생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렇다. 우린 참 행복을 잊고 살았다. 그녀가 평생 행복을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탈북미녀대학생 이현서, 그녀를 좀 더 알고 싶다면?

채널 A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 녹화 현장. 첫째 줄 왼쪽에서부터 세 번째에 앉아 있는 이현서 씨. 그녀는 현재 탈북자의 스토리를 그리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멤버로 출연 중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40분 채널 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다.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그녀의 글(‘A Defector’s Tale: Lee Hyeon-seo’)을 읽을 수 있으며, 동아일보, 코리아타임즈에서도 그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친밀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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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에서 지금은 남을 돕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 앤셜리

    정말 멋지세요..! 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하게 내딛는 걸음에 저또한 마음이 단단해져요
  • jm10917

    외모만 보면 엄친딸같은 느낌!!! 그 뒤엔 역시 남모를 노력들이 숨어있었네요 ㅠ.ㅠ 국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 할 필요 없이, 지금 이대로 이현서씨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같네요!!
  • 우와...정말 멋있으셔요....남을위해..살고싶다 는 ㅠㅠ저도 본받아야겠어요 ㅠㅠ
    개인블로그로 퍼갈게요 ㅠㅠㅠㅠㅠ
  • 너무 이쁘십니다..^^
  • 삼다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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