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초월하는 힘, 전통조경가

지난 1300년 전, 우리 조상이 밟고 거닐던 옛 정원이 현재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도대체 이 불가능해 보이는 복원의 비밀은 무엇일까? 믿기지 않게도, 듣도 보도 못한 전통조경 전문연구가가 떡 하니 그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놀랍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업이라니

전통조경가를 알기 전, 우선 전통조경은 무엇일까? 조경은 일반적으로 꽃과 나무, 그리고 그것들이 펼쳐진 정원을 생각할 터, 이와 달리 전통조경은 경주의 안압지雁鴨池, 부여의 궁남지宮南池, 창덕궁의 후원後苑 등의 옛 정원을 생각하면 된다. 다시 말해 전통조경은 이런 조경유적의 수리, 복원, 계획, 설계, 시공의 모든 업무를 포괄하는 분야이다.
전통조경가의 업무는 세 가지로 세분화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위에서 언급한 조경유적의 수리, 복원, 계획, 설계, 시공 등의 업무다. 유적이 발굴되면 발굴을 토대로 그곳의 원형을 설계한 후 그 설계도에 따라 복원을 계획하고 시공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 지난 75년, 지금의 경주 안압지에서 유적을 발굴해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해 많은 이가 찾는 사적史蹟이 되기까지 전통조경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두 번째로는 문화재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돋보일 수 있는 주변 경관을 설계하고 복원하는 업무다. 예를 들어, 백제 시대의 대표적 석탑인 정림사지 5층 석탑이 있으면 그 주변의 경관을 정림사지 5층 석탑이라는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을 가장 돋보일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적 고도古都인 경주와 같은 역사 도시의 전체적인 경관을 시대적 분위기에 맞춰 작은 조형물부터 큰 규모의 도로를 가꾸고 관리하는 것 역시 이들의 업무이다. 하나의 문화재부터 도시 전체까지를 역사성이 담겨있는 문화 경관으로 가꾸는 것 또한 전통조경가의 업무 중 하나이다.

세 번째로는 현대공간에 전통조경을 접목하는 업무이다. 다시 말해, 호텔이나 미술관, 박물관처럼 경관을 중시하는 현대적 공간이나 건축물에 옛 정원 등의 전통조경 경관을 재현하는 일을 말한다. 이런 작업은 현대적 공간에서 한국의 미를 담은 전통조경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홍보 효과도 누리게 된다. 현재 건물 내부에 백제 테마정원을 조성 중인 충남 부여군에 있는 롯데 리조트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백제의 문화유산이 깃든 리조트라니, 전통조경가의 숨결이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세계화에 발돋움하는 셈이다.
전통조경가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 문화재부터 현재의 조경사업까지 시공간을 초월하는 전천후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 이를 통해 전통조경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현장과 설계 사무실에서 쉼 없이 일하고 있다.

열린 전통조경가의 꿈

현재 전통조경을 전공하는 학과는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유일하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지난 2000년도에 문화재청에서 설립한 4년제 국립대학교로서 문화재관리학, 고고학, 고건축, 전통조경, 보존과학, 전통미술 분야를 전공하는 곳이다. 6개의 학과 중 전통조경학과에서 전통조경계획, 조경문화재실측조사, 문화재지리정보시스템, 문화재실무실습 등 전통조경과 관련된 커리큘럼을 통해 전통조경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 밖에도 조경과 관련된 학과가 있는 대학원에서 조경사造景史를 전공한다면 전통조경가가 될 수 있다. 전통조경가와 관련된 자격증으로는 문화재수리기술자(조경), 조경기사 등이 있으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주최로 문화재수리기술자는 1년에 1번, 조경기사는 1년에 4번의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전통조경가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 있다면 전통조경과 관련된 대학, 대학원, 자격증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그 꿈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재수리기술자, 조경기사 시험 안내 http://www.q-net.or.kr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홈페이지 http://www.nuch.ac.kr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홈페이지 http://tla.nuch.ac.kr
MINI INTERVIEW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김영모 교수의 전통조경가 탐구

전통조경가로 일한 지 20여 년. 김영모 교수의 손길은 조용한 동네의 성곽이나 관아에서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창덕궁까지 다양한 문화유산 곳곳까지 머물렀다. 그 손길을 따라 사라졌던 문화재가 재탄생하였고, 왜곡된 경관도 제 모습을 찾게 되었다. 전통조경가로서 그가 가진 자부심은 단순히 개인의 만족에서 끝나지 않는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았다는 긍지는, 어쩌면 앞으로의 전통조경가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일 것. 그는 생소하고도 낯선 이 직업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다.

럽젠Q 전통조경과 관련한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현재 정비, 복원 계획을 수립하고 설계를 진행 중인 명활산성 복원 사업입니다. 산성의 성곽은 사적史蹟이기 때문에 고고학, 전통건축 분야에서 성벽 정비만 했던 것이 기본적 시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곽이 갖춰야 하는 올바른 모습은 단순히 성벽에 대한 정비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이나 산림의 모습까지도 함께 검토하고 성벽과 함께 그 주변 환경과 경관이 정비될 때, 산성과 그 성곽의 진면목이 드러날 수 있죠. 이런 사업을 전통조경 전문가와 전통건축, 고고학 전문가가 합동작업을 해서 과거의 성벽 정비만을 하는 것보다 성곽이 가질 수 있는 경관적, 이용적 측면이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럽젠Q 전통조경 전문인력으로서 느끼는 보람은 어떤 것이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우리 문화재의 본 모습을 되살려서 많은 국민에게 역사적, 교육적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에 큰 보람을 가져요. 특히 급속한 발전으로 옛 모습을 잃어버리고 고유한 정체성을 상실했던 역사도시가 우리의 노력을 통해 다시 옛 모습을 갖춰나가는 것을 직접 보니까요. 물론 사람들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역사적 지식을 배우고 전통문화를 느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품게 됩니다.
지금까지 창덕궁, 종묘에서부터 산성, 관아 정비까지 전통조경에 관한 크고 작은 다양한 사업을 했어요. 창덕궁이나 종묘는 경관적 부분에서 많이 왜곡되었거나 잘못 정비된 것을 바로 잡는 사업에 참여했고, 산성이나 관아 정비는 소실된 것에 대한 원형 복원 사업을 하였습니다. 특히 산성이나 관아 정비는 일반인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것을 문헌 연구 등을 통한 고증으로 원형을 찾아 복원했고, 그렇게 복원된 문화재를 일반인이 직접 접하는 모습을 볼 때 참 뿌듯하죠.


럽젠Q 앞으로 전통조경가를 꿈꾸는 학생에게 조언한다면요?

시간이 흐를수록 문화재 자체의 정비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경관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전통조경가는 이런 일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다만, 전통조경은 현재까지는 안정성이 확보된 분야가 아니에요. 그 때문에 중간에 쉽게 포기하는 경향도 많죠. 하지만 반대로 여태껏 전통조경 분야의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앞으로 점차 드러날 겁니다.
전통조경은 현재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이발전이 이루어지는 시대는 곧 열릴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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