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 킴 | 지독한 성실의 힘

스타일 넘치는 수염과 거침없는 말투, 도마 위 칼날보다 반짝이는 눈빛까지! 여인들의 마음을 요리하는 ‘쿠킹 마초’ 레이먼 킴. 그는 TV에서보다 더 터프했고 동시에 다정했다. 호방함이란 말은 실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현재 올리브TV <샘과 레이먼의 쿠킹타임 듀엣> 진행, 레스토랑 운영, 컨설팅 업무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그의 모습의 근원은 끈기와 성실로 버텨낸 20대였다. 총기사건에 휘말리거나 몇 대 몇으로 싸워 이겼다는 식의 영화 같은 일은 없었지만, 어릴 적 그의 하루하루는 영화 이상으로 치열했다.

인생,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큰 키와 듬직한 몸집의 쿠킹마초인 그가 현재 수많은 팬의 응원 속에서 맛있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처음부터 요리만을 위해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여느 소년처럼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했던 어린 그의 꿈은 사실 비행기 조종사였다. 실제로 그는 15살에 이민 간 캐나다에서 항공대학에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듣게 된 음식조리 교양수업으로 인해 요리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 후로 학교를 마치면 근처 레스토랑으로 달려가 무작정 일을 했다. 그에게 주방은 지루했던 이민생활에서 유일한 놀이터였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어제까지와 다른 삶을 꿈꾼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항공 관련 공부를 하다가 처음 요리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족, 친구 등 주위의 반대가 아주 심했어요. 상상을 초월한 반대였죠. 하지만, 저는 그것을 반대가 아니라 기준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항공대학에 진학할 때도, 처음 요리사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도 모두 무모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떤 요리를 할지, 어떤 요리사가 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자신을 믿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무모한 자신감이 가져온 결과는 혹독함 그 자체였다.

끈기와 성실로 담아낸 요리, 아니 그것의 결정체

외국 주방에서의 하루하루는 전쟁이었다. 동양에서 온 덩치 큰 녀석을 가자미 뜬 눈으로 보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끈기와 성실로 버텼다.

현지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영어 실력, 우리나라와는 다른 레스토랑 문화 등 배울 것이 너무많았어요.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일했죠. 시키지 않아도 쓰레기를 치우고, 그릇을 닦고.남의 일까지 도와주다 보니 어느새 그들과 친구가 되어 있더군요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였고, 누구보다도 늦게 퇴근했다. 탐탁하게 생각 않던 동료들도 부지런한 그의 모습에 점점 마음을 열게 되었고, 결국 이례 없는 초고속 승진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질투와 시기를 받기도 했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노력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였다. “2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이라고 운을 떼었을 때, 그는 질문을 채 다 듣지도 않고 단칼에 잘라 답했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너무도 치열했거든요. 20대의 제 꿈은 하루라도 빨리 40대가 되는 것이었어요

짤막한 대답이었지만 단호한 입 매무새와 단단한 눈빛에서 그의 치열했던 주방에서의 삶이 비치는 듯했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메뉴가 떠오르면 새벽에라도 매장에 나와 요리연구에 열을 올린다는 레이먼 킴. 그는 휴식이라는 단어 자체를 굉장히 어색해했다. 셰프로 일하면서 지금껏 쉬어 본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온 그에게서, 지치거나 후회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두 눈을 똑바로 뜨고도 맨 살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굳은살이 구석구석 박힌 그의 손만이 열정적이었던 젊은 날을 말해주고 있었다.

多多益善 (다다익선)! 만남과 독서에 관하여

인터뷰가 진행되는 와중, 레이먼 킴이 헤드(head)셰프로 있는 레스토랑 <시리얼고메>에선 소속 직원과의 스스럼 없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그가 사람과의 만남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20대의 대부분을 주방에서만 보낸 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세요. 비슷한 부류만 만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친구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20대는 귀가 얇아요. 많은 이야기와 충고를 들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죠. 물론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실수하고 부딪히겠지만, 사람을 통해 경험하고 극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그는 사람과의 만남 외에도 독서습관을 기를 것을 거듭 강조했다. 날이 갈수록 서점에서 책을 든 20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는 말과 함께.

다양한 책을 읽으세요.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요리책만 읽어서도, 성공한 사람의 책만 읽어서도 안 돼요. 지금은 뭘 판가름할 때가 아니라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생각할 때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습관이 중요해요.

끔찍하게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그가 20대에게 바라는 모습은 무엇일까? 기다렸다는 듯 그는, 실천하는 20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 많이 꿈을 꾸라고 했다.

저는 20대한테 꿈을 가지라고 절대 말하지 않아요, 그냥 꾸라고만 하지. 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이를테면 로또라고나 할까? 그 확률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제가 항공 공부를 하다 요리하게 된 것도 우연히 얻어걸렸다고 할 수 있겠죠.

뜨거운 불 앞에서 더욱 뜨거운 열정으로 요리하는 그는 대화 내내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난 운이 좋았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치열했던 그의 20대가 웃음소리에 묻힐 리 없었다. 절대 거저 얻어진 운이 아니었다. 그가 이룬 것 하나하나가 모두 끈기와 성실로 이루어진, 당연하고도 값진 결과였다.

Tips!

그의 레스토랑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반가운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미 럽젠에서 만난 적 있는, 성연주의 작품이 바로 그것. 그는 우연히 들린 갤러리에서 그녀의 작품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인연을 맺게 되었다. 부산에 새로 오픈 예정인 레스토랑에도 다시 한 번 그녀의 작품이 걸릴 예정이라고. (정연주의 24시 갤러리 바로 가기)

성연주의 24시 갤러리 바로 가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