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 리 교수┃언제나 만개한 청춘


나이는 타협을 요구한다. 주름은 휴식을 권장한다. 이 세상의 명제에 새빨간 줄을 긋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대학의 플럼 리 Marilyn Plumlee 교수. 그녀는 통역과 교육에 몸담은, 언제나 활짝 핀 청춘이었다.

세상이 보였다. 언어의 신세계로부터.

플럼 리가 태어난 미국 중부의 캔자스Kansas는, 모든 집이 문을 열고 생활할 만큼 3백여 명의 사람이 평화롭게 살던 마을이었다. 범죄 사건 하나 없던 당시의 그곳은, 집마다 마당이 있는 것은 물론 대문을 나서면 길게 늘어진 들판, 냇가에서 수영하거나 나무를 오르며 노는 아이들의 풍경
등 가히 한 편의 동화와 같았다. 그녀는 이런 보금자리 안에 라틴어 교사였던 어머니 밑에서 외국어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소녀였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접한 그녀는, 모든 것이 안정된 작은 마을에서 곧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도전한다.

대학생 때 유럽에서의 유학생활을 통해 내 삶의 주도자로 다시 태어났어요. Garage Sale을 해서 번 돈으로 비행기 표를 사고, 지인도 없이 처음 밟은 낯선 땅에서 영어학과 조교를 통해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죠. 평화로운 고향에서 길든 편안한 삶의 방식에서 탈출하고 싶었어요. 열정적인 유럽 문화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추게 됐죠.

학부 전공인 프랑스와 독일어는 물론 스페인어, 아랍어의 4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플럼리 교수. 한국어와 중국어로도 대화가 되는 이 언어의 달인은, 운명처럼 다가온 청각 장애인과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언어, 수화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청각 장애인 친구가 있었어요. 그녀의 남편은 유럽에서 아주 유명한 무언극pantomime 예술가였죠. 그들을 만나러 로스앤젤레스에 갔다가 무척 즐거워 생각보다 오랜 기간 그곳에 머물게 됐어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청각 장애인의 삶과 애환에 대해 듣게 됐죠. 나중에 프랑스로 다시 돌아갔을 때, 그 부부로부터 자신의 매니저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할리우드를 근거지로 미국 전역에서 8년간 함께 다니며 수화 통역 일을 하게 됐어요.

수화의 매력에 푹 빠진 플럼 리는 다시 학교에 돌아와 언어학 석사를 준비하며 수화 관련 수업을 모조리 듣는다. 석사 과정에서 그녀의 주된 주제는 ‘수화 자료 분석Analyzing Sign Language data수화 자료 분석’. 현재 그녀는 미국과 국제 수화 외에 멕시코, 프랑스, 한국 수화까지 배운 수화계의 대모다.

식을 줄 모르는 열혈 명교수

한국에서 12년째 강의를 한 플럼 리 교수는 어느덧 65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의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하루에도 수십 번 이메일을 통해 질문과 상담을 받고 있다.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여정의 결과였죠. 하와이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할 당시, 한국인 교사를 많이 만나게 됐고 그곳에서 청강생으로서 한국 역사,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수업을 듣게 됐어요. 한국을 사랑하게 된 전, 호주에서 공부할 땐 한국인 사이에서 ‘한국의 친구(a friend of Korea)’로 유명했었죠. 그러던 중, 외대의 첫해 졸업생이었던 한국인 교수 한 분이 제게 “플럼 리 학생은 외대에 완벽히 적합하다.”라며 소개해줬어요.


그 뒤 그녀가 맞이하게 된 한국 대학의 교육 시스템은 다양한 나라에서 수학한 경험을 토대로 지적할 것이 많았다. 요는, 한국은 여전히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형태이고, 학생은 질문을 잘 하지 않으며 서로 간의 대화도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학생들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암기하는 형태인 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 비해 강의실, 그에 따른 연구실 및 토론실이 부족한 실정과 한 과목을 수강하기 위한 선행 이수 과정이 지켜지지 않아 부족한 학생을 교수가 일일이 지도해야 하는 점 등을 문제시했다.

대학원의 교육도 짚어볼까요? 한국에서는 교수가 대학원생을 여전히 어리고 책임감이 부족한 학생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전 석사 학위 졸업 전에 논문을 하나 게재하고, 박사 학위 졸업 전에는 이미 4~5개의 전문적인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기도 했어요. 미국에서는 대학원생이 논문 실적이 활발하고 학부생을 가르칠 기회도 많이 얻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점이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당신의 잠재력을 활활 꽃피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누구보다 바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퇴직 이후의 계획을 묻자,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황혼기에는 조금 여유를 갖고 한가롭게 보내고 싶을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나의 어머니도 70세가 넘도록 교사 생활을 하셨어요. 많은 제자와 소통하지 않는 상황은 상상하기 싫군요. 언제나 그랬듯, 그들로부터 최신 이슈나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직은 현재를 즐기고 있어요.

그녀는 보통 사람보다는 늦게 석•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20여 년의 사회생활 이후, 대학원 공부에 도전한 것. 누구보다 높은 학구열 때문에 한 교수로부터 “당신은 내가 지금껏 만나 온 이들 중 가장 놀라운the most fabulous 학생이다.”라는 찬사까지 받은 그녀는 늘 자신의 위치를 뜨겁게 불태우는 성격이다.

Bloom where you are planted! Absorb every vitamin in the local area!” 주변 상황과 타협하지 말고, 어느 곳을 가든 당신의 잠재력을 꽃 피우세요.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곳일지라도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최대를 이끌어내세요. 당신 주변의 모든 것이 배움의 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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