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또 보고 싶은 즐거움의 주춧돌

오후 2시, 무척 즐거워 보이는 라디오 진행자의 목소리가 나른한 오후의 공백을 깨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미화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익숙한 목소리도 잠시, 환경미화원부터 시작으로 연탄공장 노동자, 공부방 선생님 등 사회의 다양한 곳에 있는 청취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 한시도 놓치지 않고 보듬어주는 방송인 김미화. 그녀를 살아 있게 하는 건, 언제나 즐거움이란 주춧돌이었다.

사진 _ 공정식(circus studio)

여고생 몰입하다, 코미디에!

자칭타칭 ‘개그 마님’으로 통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개그우먼, 김미화. 다른 사람과 달리 김미화의 20대는 대학교 강의실이 아닌 방송국 무대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1983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시기에 김미화는 <KBS 개그 콘테스트>를 통해 개그우먼으로 데뷔했고, 이후 <쓰리랑 부부>를 통해 대한민국 여성 코미디언으로 거듭났다. 그녀의 끼는 이 무모한 끼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른 나이에 학생이 아닌 개그우먼이란 직업을 달기까지, 그녀의 속사정은?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것이 좋았어요. 보통 학생들이 ‘오늘은 이 수업이 재미있겠다, 이런 숙제가 있었지.’라고 고민하면서 등교하는 것과 달리 전 등교할 때도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어떤 개그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다녔죠.

김미화는 온 종일 학교에 있는, 어찌 보면 가족 같은 선생님과 친구를 위해 코미디를 연구하고 보여줌으로써 코미디언의 길에 들어서고 있었다. 코미디에 대한 고민과 의문이 그녀를 살아 숨 쉬게 한 산소였다.

만남과 학문 속에서 피어난 개그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언 자리에 올라섰을 때, 돌연 후배들과 함께 KBS <개그 콘서트>라는 무대를 만든 후 매일 아이디어를 짜고 쇼를 선보이며 시간을 보냈다. 코미디의 변화를 꾀한 그녀의 도전과 노력이 통한 것인지, <개그 콘서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국 코미디는 ‘저질 개그’라는 도마에 오르게 되었고, 그녀의 코미디도 곧 ‘저질 개그 시비’에 휘말리게 되었다.

저질개그 시비에 휘말리면서, ‘나 때문에 코미디가 저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하고, 점점 상심이 커졌어요. 그 이후 공부 욕심이 생겨서 불혹이라는 나이에 다시 학교라는 곳으로 돌아가게 된 거죠

그녀가 무대를 내려와 찾은 곳은 사회복지학 강의실이었다. 처음에는 바쁜 방송 스케줄과 함께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지만, 평소 자신이 뜻을 두던 학문인데다가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것에 신이 났다. 그녀는 무대 밖인 대학이란 곳에서 여전히 ‘사람’을 배우고 있었다.

오랜 시간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아요. 제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코미디에 몰입하고, 지금도 철학이라는 것에 몰입하는 내 모습을 보면 공부야말로 평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사회복지학을 시작으로 언론정보학, 그리고 현재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학문과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개그 속에 잘 녹이고 싶다고 얘기하는 그녀는,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원천은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임을 증명하고 있다.

난 태곳적부터 소셜테이너였다

김미화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은, ‘소셜테이너’다. 소셜테이너란, 사회를 뜻하는 소셜social과 방송인을 뜻하는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로, ‘사회적 참여를 하는 방송인’을 뜻한다. 사실 다양한 이미지로 어필해야 하는 방송인이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이 어찌 보면 부담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가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서 하차한 사실도, 이 소셜테이너로서의 이미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사실을 미루어 볼 때, 그녀는 혹시 소셜테이너의 명패를 버리고 싶지는 않을까. 의외로 그녀가 환히 웃었다.

소셜테이너라는 말이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최근에 이 단어가 떠오른 것뿐, 그런 문화나 말이 지금에서야 도드라진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꾸준히 저의 길을 갔던 것이고, 지금도 가는 것뿐이에요. 제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하고 마음을 썼던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다양한 사회단체와 지난 시간 함께해온 세월이 얼마나 긴대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갑자기 사회참여를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 스스로는 예전부터 자연스러운 일인걸요

그녀는 자신을 ‘정치 성향이 강한 방송인’이라며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따라오라고 설득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생각의 다름을 인정했다. 김미화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지속적으로 사회참여를 할 것이라고, 굳은 심지를 드러냈다.

다음에 또 보고 싶은 그 사람

최근 그녀는 CBS 라디오 방송 <여러분>의 진행을 맡았다. 이는 기존의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리 ‘적극적인 청취자 참여’란 성격이 부각됐다. 하나의 사회 문제를 두고 두 청취자 간의 전화 통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가 하면, 기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트위터리안 사이에 어떤 소식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지를 쏙쏙 알려준다. 덕분에 그녀의 이야기는 18만여 명의 트위터리안과 함께 공유되고 있다.

전 요즘 트위터에 너무 매료됐어요. 겉보기와 달리 제가 아이패드와 스마트 폰 사용자라니까요. 흔히 사회는 요즘 20대가 소극적이고 사회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트위터를 보면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물론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아픔은 있지만, 트위터에선 현재의 20대가 얼마나 건전하게 자신들의 소통 문화를 만들어 가는지 느낄 수 있죠.

지금의 20대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행복해 보인다는 그녀.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묻자 그녀는 짧고 굵게 말했다. “없어요.”라고.

저는 행보도 없고, 꿈도 없어요. 굳이 따지자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저의 행보에요. 예를 들어서, 사회참여 활동을 가서 만난 분과 함께 서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서로 느끼거든요. ‘다음에 또 보고 싶다.’라고 말이죠.

그녀와 만났던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었다. 인터뷰 후 포이동 강제철거 마을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될까 떡을 건네자, 사람들과 같이 나눠 먹어야겠다며 남을 향한 마음을 드러낸다. 아,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는 적중했다. 당신을 다음에도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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