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대학교 이광재•한진수 l 공부를 놀이라 부르는 내공 일기

내로라하는 미국 대학교의 영재들은 뭘 먹고, 뭘 입고, 뭘 하면서 지낼까? 재학생의 신랄한 사생활 및 대학 문화가 기록된, 가상 캠퍼스 다이어리 대 개봉!

사진 황덕현/제17기 학생 기자(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학들이 동부 아이비리그에만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892년 설립된 이래 8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시카고대가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근 30여 년간 미국 경제의 주류를 이뤄온 신자유주의 경제학파의 다른 이름은 바로 시카고대 학파. 경제학 분야에서 이 대학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시카고대에서도 유명한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한국인 이광재 씨와 한진수 씨의 캠퍼스 라이프는 공부를 놀이라 생각할 만큼 내공의 정점이었다.

돌이켜보면 치열했던 한국에서의 고등학생 시절, 해외 대학으로의 도전은 내게 기막힌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특히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대학생활을 보낸 것은 최고의 행운이었다. 이번 학기 졸업 후, 윌리엄 블레어 앤 컴퍼니(William Blair & Company, L.L.C)라는 투자은행 인수합병(M&A)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낯선 땅 시카고에 스무 살에 건너와 영어도 유창하게 몇 마디 이어가기 힘들었던 이방인이었지만, 이곳에서 지낸 시간 동안 난 큰 뼘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는 수강생이 1, 2명만 있어도 폐강 없이 수업이 진행된다. 기준 인원이 차지 않으면 폐강하는 한국의 대다수 대학과는 다른 특징이다.우리 학과를 비롯해 인류학, 수학, 물리학 등의 순수 학문이 강세다 보니, 우리 학교의 커리큘럼은 조금 특별하다. 졸업하기 위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에는 비전공 과목이 많고 실제 공부해야 하는 학문의 정도도 깊어 많은 학생의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시카고에는 재미라는 단어가 없다.’라고 쓰인 학교 티셔츠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전공을 공부하기 전에 교양 있는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학교의 교육철학에 따라 1학년 땐 교양 과목을 포함한 비전공 과목을 이수하고 2학년이 되어 일부 전공과목을 들은 뒤, 3, 4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전공에 집중한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나는 비록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생물, 미술, 음악 등의 비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로 기억한다. 고생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분명히 있었다.


학교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자 무척 정든 곳을 꼽으라면 바로 도서관이다. 특히 Joe and Rika Mansueto Library는 멋스러운 외관과 더불어 높은 천장 아래 지하 6층까지 가득 찬 도서들이 나의 애정을 듬뿍 받기에 충분했다. 공부하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원형 투명 지붕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볼 때의 운치란, 내가 기억하는 짜릿한 낭만이다. 다만, 학교 측에서 우리의 학구열에 더 불을 지펴주려고 배려한 것인지, 5층 이외의 도서관 어느 곳에서도 휴대폰이 터지지 않게끔 신호를 막아놓은 것이 불만 아닌 불만이었다.

다른 대학들에서는 우리 학교를 널디 스쿨nerdy schoo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부만 하는 따분한 사람을 가리키는 이 말은 우리의 학구적인 캠퍼스 생활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심지어 많은 학내 캠퍼스 커플의 첫 키스 장소가 도서관 내에 구석진 장소다. 이곳에서 많은 연인은 도서관 데이트를 즐기며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아쉽게도 난 이곳의 진정한(!) 주인이 된 경험은 없다.



우리 역시 공부만 하면서 24시간 연일 달릴 수는 없는 법. 공부 시간 외에 캠퍼스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즐거운 사치가 있다. 특히 더운 여름이면, 오후에 피트니스 클럽에서 수영하며 땀을 찬물로 적시고, 한바탕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하고 나면 마음마저 개운해진다. 입학할 때 이곳에서 기초 체력 테스트를 받았는데, 수영의 경우 한 레인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통과였다. 그러나 테스트에 합격하지 못한 몇몇 친구들은 관련 운동 수업을 필수로 이수해야 했다.


건축물의 도시 시카고에 유명한 것이 하나 더 있다면 바로 ‘눈’이다. 겨울철이면 무릎 위까지 쌓이는 눈 때문에 캠퍼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바로 단체로 눈싸움snowball fight을 하며 친목을 다지는 것인데, 매년 우리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광경이다.


아이비리그의 유수한 학교들과 자웅을 겨루는 시카고대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경영대학원MBA이다. 지난 2010년,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위크와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경영대학원으로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등을 제치고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을 꼽았다고 하니, 같은 학교의 학부생으로서 어깨에 힘이 실린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한 학년당 15~20명의 정도의 한국 학생이 다니고 있다. 매년 각국의 문화를 알리는 공연행사가 열리는데 Korean Culture Show에서 우리는 사물놀이 공연을 하며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민사고 출신의 친구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시카고 시내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한 추억도 있다.


우리 학교의 설립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숨겨 있다. 미국 최고의 재벌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죽을 병에 걸려 한 목사님을 찾아가 기도를 드리자, 선행을 베풀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단다. 그 말을 들은 록펠러는 돈을 털어 이 대학을 설립했고, 그 이후로 30여 년을 더 살았다고 알려졌다. 비록 시카고대가 종교 재단과 관련은 없지만, 많은 학생이 공부에 지치고 고민이 있을 때면 이곳에서 기도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기도 한다. 나조차도 여기서 보냈던 혼자만의 시간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기억한다.



밤늦게까지 도서관 자리를 지킨 뒤, 어둑해질 때쯤 문밖을 나서면서 크게 들이키는 밤 공기는 마셔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바로 이 맛에 열심히 공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현재 나는 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James Heckman 교수 밑에서 공부하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대학원 졸업 후 장교로 군 복무를 할 예정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내공이 탄탄한 시카고대의 DNA와 영리하고 부지런한 한국인이라는 자신감에 오늘도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돌아가 내일에 대한 설렘으로 잠이 들 것이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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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답은 존 록펠러 (John D. Rockefeller)이에요~! 저는 지금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데 저렇게 멋있는 도서관을 보니 정말 부럽네요~! 저도 창가 쪽에 있는 테이블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창가 쪽에 앉는데 저렇게 사방이 다 창문이라니!! 보면서 정말 한국의 대학교들도 저렇게 발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학교는 한국에서 제일 좋은 공대라지만 여러 가지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네요. 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건 발전할 점이 많다는 것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눈 싸움 사진을 보니 너무 재밌네요^^! 저희 학교에서도 겨울에 눈이 펑펑 오던 날 연습반(저희 학교는 오후 7시에 퀴즈를 보는 1학년 과목들이 있구요. 그것을 연습반이라고 부릅니다!)끝나고 즐겁게 눈싸움을 했던 추억이 기억나네요!
    저도 요새 비전공 과목과 공부하느라 힘든 기억이 있는데 저번 학기에는 수학, 과학, 공학 과목만 듣다가 이번 학기에 정치학 과목을 들으니 정말 새롭고 어렵지만 재미도 있더라구요!
    또, 저렇게 시설이 좋은 수영장과 넓은 잔디밭과 아름다운 건물들이 너무 부럽네요~ ㅠ- ㅠ
  • 주전자안의녹차

    정답은 록펠러 입니다~~!! 고등학생 때, '경제학을 공부하겠다' 라고 마음 먹은 것도 정말 대단한데, '시카고대학을 가야겠다'라는 꿈을 가진 것도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비전공과목을 전공처럼 공부했던 이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물론 많은 흥미거리들을 포기하고 마련해낸 시간이었겠지만, 더 없이 부럽네요. ^^ 기사 재밌게 잘 읽었어요~~
  • 시카고대를 설립하신 분은 록펠러 에요:)
    시험기간에 답답한 도서관에 앉아서 이 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역시, 시카고대는다르군요ㅜㅜ 학교도, 학생들도 다른것같아요...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일중에 하나는 미래를 준비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부 하는 것인데요..
    멀멀리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부지런하고 열심인 이광재, 한진수님처럼 부지런히 공부해야겠어요!
    항상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됩시다:D
  • Answer is……… 록펠러 입니다~
    다른 티셔츠도 아니고, 오죽하면 학교 티셔츠에 ‘시카고에는 재미라는 단어가 없다’란 말이 새겨져 있을까요.
    문구를 보고 웃음지었지면 실제로 어떨지를 조금만 상상해보면…
    왜 AM 9:00를 ‘비전공에도 목숨 건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요ㅎㅎ
    또 의자와 책상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사각형인 것이 인상깊어요. 토론보다는 비교적 암기 수업이 주인 우리 나라와 비교하면 조금은 부러운 부분이네요~
    도서관 천장이 돔 형식으로 시원한 하늘이 보이는 사진을 보고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실내에서 책만 계속 보다보면 지치곤 할 텐데 그럴 때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눈도 맑아지고 얼마나 좋을까요. 전 하늘을 특히나 좋아해서 더 눈이 가던 부분이어요. 그런데 도서관 내 5층 이외의 모든 곳에 휴대폰 신호를 막아 놓 건 안부러워요ㅎㅎ
    정말 학교 측에서 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무척 신경 쓴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네요.
    보다가 오! 하고 감탄한 또 한가지가 바로 수영장이에요. 학교 내에 저리도 멋진 수영장이 있다니, 저 안에서라면 시카고 대의 여름은 덥지 않겠네요ㅎㅎ 사진 속 물을 보니 시원해 지는걸요?
    그리고 입학 시에 체력 테스트를 해서 체력이 부족한 학생은 운동 과목을 필수로 듣는 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공부 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대학교군요!
    저는 지금까지 시카고 대학이 록펠러의 기금으로 설립된 곳이라는 점에 뜻깊은 대학이구나.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진장훈 기자님의 친절한 학교생활기 기사 덕분에 내적으로도 매력적인 학교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기사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http://twitter.com/swan1dd
    http://me2day.net/1742ksh

    정답:록펠러John D. Rockefeller
    정말 한국의 대학교와는 너무 다르네요~
    정말 교양있고 지성인, 학문을 전공한 전공자가 될 수 있는 대학교인 것 같아요ㅠ
    지금 대한민국은 물론 안그런 학교도, 안그런 대학생들도 있겠지만ㅠ
    대부분은 취업을 위해... 그런 대학이 되어가고 있잖아요~ 정말 부럽네요!
    그리고 뭔가 시카고대학교의 학생분들을 보니 자극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
    대한민국 대학생 모두 화이팅!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ㅋㅋ
  • 정답은 록 펠러입니다!!

    일화가 너무 영화같군요 죽을병에 걸렸는데 자신의 재산을 털어 학교를 설립하고 30년을 더 살다니..

    그건 신의 영향이기보다는 아무래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는 의미가 아니였을까요?
    남을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것 남을 돕는다는 것 그런 행위를 할때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잖아요?
    아무래도 그런 연유에서 록펠러는 그후 30년을 더 산게 아닐까 해요 ^^

    머 미국의 미자도 시카고의 시자도 모르는 저지만. 설립자의 일화는 정말 뭔가 느껴지네요
    그리고 기념건물보다 높게 지을 수 없게 한 것도 학생들이 그 의미를 더욱 되새겨 볼 수 있을 듯 해요
    자신의 자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학교가 뭐 얼마나 있을까모르겠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스펙쌓기에 바빠서 학비벌기에 바빠서 그렇게그렇게 바삐살아가는 현 우리나라학생들이 측은하게 느껴집니다
    ㅠㅠㅠㅠ 학생분들 모두에게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 http://me2day.net/lovefrankk/2011/10/16#17:09:57
  • 신촌주민

    http://twitter.com/#!/ocean2864/status/125113228714971136

    정답: 록펠러

    시카고 대학의 풍경과 두 분의 멋진 하루 일과가 인상적이네요.
    특히 단체 눈싸움이라는 학교 문화가 신기한 것 같아요.^^
    잘보고 갑니다~!
  • 정답은~ 록펠러 (John D. Rockefeller)입니다~
    록펠러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나는 부자가 되려는 야심은 없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은 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인가를 이룩하고 싶었다.
    정말 인생이 돈이 목표가 된다면.. 미국의 석유왕이라는 명칭은 없었겠죠? ㅎ
    시간에 따라 포스팅하여 시카고 대학 생활을 하는 마냥 캠퍼스를 즐겼습니다. 포스팅 된 일러스트 시계도 너무 이쁘고 ㅋ~그들의 일과를 따라다니는것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시카고 대학 캠퍼스 또한 멋지네요~ 특히 도서관!!! 정말 멋짐~ 공부 안하고 구경하러 돌아다닐꺼 같아요 ㅎㅎ
    이윤애 기자님의 포스팅의 시계또한 탐나지만 장훈님(?ㅋ)의 시계는 정말 레알 탐나는군요.. 영혼을 팔아서라도 꼭 갖고싶네요.. 꽁자라 ㅎ 좋은 포스팅 항상 감사하고~
    .......... 장훈님~~..........................~뿌잉뿌잉~ 응?~ 나주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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