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달콤 쌉싸름한 소믈리에의 선구자 서한정


달콤 쌉싸름한 소믈리에 선구자 서한정

 무엇이든 1호는 그 자체로 매우 뜻 깊다. 사람에 있어서도 
어떤 분야에서든  1호 의 타이틀로 수식되는 사람은 
그 분야의 효시이며 개척자, 선구자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존경 받을 만하다. 이번 5월에는 와인처럼 달콤 쌉싸름한 
소믈리에의 선구자, 국내 공식 소믈리에 1호 서한정 
선생과의 만남을 가져보고자 한다.

글, 사진_서은홍/ 14기 학생기자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6학번

동영상_박미래/ 14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6학

1호가 되기까지

서한정 선생이 어릴 적부터 와인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거나 남들보다
먼저 소믈리에를 접하여 이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니었다. 40여 년 전, 그가 국내
최초로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얻던
시절에는 소믈리에라는 직업은커녕
와인은 그저 최상위층이 즐기는 한
기호식품이었다.

1970년 온양관광호텔에서 시작한
호텔생활이 계기가 되었다.
이 후 서울 앰버서더 호텔에서 바텐
더로, 그리고 1976년 마침내 프라자 호텔에서 소믈리에로 활동을 개시하였다.

1976년 고비사막과 마찬가지였던 와인관련 직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국내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극소수였고, 100%수입에 의존하는 와인은 수입부터가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관광업소에만 보급되었는데,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자주 부딪히다 보니 관심도 생기고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멀고도 험한 소믈리에의 길


어디서든 전문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누가 봐도 엄연한
전문가인 그에게 “지금도 꾸준히 공부를
하고 계신다는 기사를 봤다.”고 넌지시
운을 띄우자 역시 프로다운 대답을
건넨다.

“와인은 폭이 넓고 깊어요. 양조법의
다양화로 계속 변하기 때문에 다 알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에만 3,000가지의
와인이 들어와 있는데 전세계의 와인은
더 어마어마하죠. 기후, 토양, 포도
품종이 다른 만큼 종류가 너무 많아요.
그리고 와인은 대부분 프랑스, 독일,
칠레, 호주 등등 그 나라의 언어로 된
전문용어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국가의 언어 공부도 계속 해야 합니다. 회화는 못해도 읽을
줄은 알아야 하니까요.”

소믈리에에 대한 사전의 정의만 보고 하는 일을 확신했다면 큰 코 다칠 뻔 했다. 몇 개 국어를
친숙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수 만 가지의 와인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와인 교육과정의 수료율이 높지 않다고 덧붙이신다.

“아무래도 어렵죠. 그래서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와인을 좋아해야 합니다.
서비스 소질도 있어야 하고, 업무 특성상 혼자서는 수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포용력도 있어야 해요. 또, 한 두 번 시음을 통해 와인의 맛, 향, 특색 등을 머리에
입력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수 천 종류의 와인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라면 품종이나 맛에 대한 정보가 혀끝에서 머리로 입력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가르침은 운명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나 한 와인유통업체에서 운영하는와인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서한정 선생. 그에게 가르치는 일은 평생 ‘업’인가보다. 소믈리에의 길로 들어서기 전 그의 직업은
원래 교사였단다.

“사범학교를 나와서 군에 가기 전까지 초등학교
교편생활을 했어요. 군에 들어가 월남전 참전을
통해 국외로 나가보니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해외를
많이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통신공부를 했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들어
간 곳이 온양관광호텔이었어요.”

그는 이렇게 짧은 몇 마디로 단번에 과거를
정리했지만 분명 그 사이사이 수 많은 우여곡절이 베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길이 소믈리에로 가는 길이라고 알려준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그저 스스로가 개척한 분야에서
부단히 노력했을 그가 이 자리에 있기 까지 얼마나 인내했을지 상상하면 그저 존경스러웠다.

안정적인 교사라는 직업을 포기한 것에 후회는 없을까.

“지금도 선생님인 걸요. 허허허. 물론 가르치는 내용은 변했지만, 본점으로 돌아왔어요.”
밝은 미소와 함께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하는 그.

인터뷰를 진행한 와인 아카데미 강의실은 사방이 와인을 음미하기 좋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서한정 선생에게서 느껴지는 인성과 따뜻함은 와인 향보다 더욱 진하게 취재진을
매료시켰다. 과거의 역경을 이겨내고 각자의 위치에서 그 분야를 대표하고 있는 서한정 선생.
인터뷰가 끝난 후 머리 속에는 ‘장인’이라는 두 글자가 새삼 소중하게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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