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순ㅣ행복을 짓는, 불혹의 목수

교정 사이로 관록에 젖은 눈빛과 굴곡진 이마 주름의 아저씨가 걸음을 재촉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엄연한 11학번 대학생, 장봉순 씨의 이야기다.

목수에서 학생으로, 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목수로서의 20대부터 대학생으로의 40대까지, 그의 인생은 남과 다르게 거꾸로 흐르고 있다. 20대 목수로서 첫 장비를 굳건히 잡아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추구해도 좋을 40대에 대학을 입학하다니, 그의 모습은 마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떠올리게 한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는 목수이자 대학생이란 이중 신분으로 여전히 세상에 부딪히고 있다.

목수란 직업과의 인연은 우연이었어요. 제가 사는 충북 음성에 가엽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절 입구에 다포식으로 지어놓은 일주문을 보게 되었죠. 그 모습을 보고 ‘아 목수라는 직업은 한 번 해볼 만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 우연이자 운명적인 만남은 그에게 또 한 번 다가왔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목수 일을 하던 그에게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백제문화단지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 그곳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한국전통문화대학교를 만나게 되었고, 학생과 함께 작업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본인의 부족한 점을 깨닫던 찰나, 그는 지난 2011년 3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11학번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작업을 하면서 목수라는 직업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에 대한 도전을 망설이기도 했지만, 용기를 냈죠.

불혹의 대학생, 그의 대학 생활 적응기

학생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지식도 부족하고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그는 사실 20대의 대학생보다 많은 장애물이 있다. 게다가 주중에는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작업실에서 일하는 까닭에 여느 대학생의 삶과는 다를 터, 하나 그의 연륜은 이곳에서 발휘된다. 연륜의 요체는 바로 단순함. 무모하고 가끔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 이 단순함은 그를 청춘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20대보다 더 청춘靑春이게 만들었다.

제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워낙 못했고, 직접 돈 벌면서 학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을 거라 예상했어요. 하지만, 일단 부딪혀보면 되겠지 싶었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서 직접 겪어보면 그곳에 답이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이리 생각하니 대학에 입학하고 공부하는 것이 두렵지 않더군요.

그가 뛰어넘어야 할 산은 이외에도 20대와의 세대 차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서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의 작업실에서는 마치 이를 증명하듯 최신 유행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대 차이를 잘 못 느껴요.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신세대 음악도 많이 듣죠. 다만 개강파티나 MT 때 따라 부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나이는 별로 문제될 게 없는 것 같아요.

세대 차이를 잘 못 느껴요.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신세대 음악도 많이 듣죠. 다만 개강파티나 MT 때 따라 부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나이는 별로 문제될 게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 게임은 감이 안 잡혀서 신나게 놀기 힘들었는데 동기들이 이해해줘서 고맙더라고요. 그런데 술을 못 마시는 건 정말 의외에요. 나보다 더 못 마시는 것 같아요. 그 친구 나이 때에는 술도 마시고 질질 끌려오기도 했는데(하하), 요새 친구들은 잘 안 마시는 것 같아요.

꿈꾸는 목수에서 행복을 짓는 목수로

그는 현재 한옥 목수다. 기존의 한옥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점을 양옥으로 보완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집을 짓는 것이 그의 목수로서의 꿈이다. 이 때문에 그를 단순히 살기 위해서가 아닌 행복을 위해서 집을 짓는 목수라 불러도 좋다.

저는 그냥 목수가 아니라 컨셉트 있는 목수가 되고 싶어요. 그 컨셉트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편하면서도 몸에 이로운 집을 짓는 거예요. 무조건 한옥이, 무조건 양옥이 아닌 한옥에 양옥의 요소를 융합시킨 집을 짓고 싶은 거죠.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청춘>이라는 시에는 “청춘은 인생의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의 모습이 그랬다. 불혹의 나이에도 마음가짐만은 어느 20대보다도 빛나는 청춘인 장봉순 씨. 40대를 사는 그에게서 20대보다도 짙은 청춘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오늘도 푸르른 봄의 한가운데에서 ‘행복을 짓는 목수’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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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모두가 그렇겠지만 남자는 자기 일을 할 때가 제일 멋진 듯. 언젠가 나도? 하는 로망이 있었지만 새삼 '목수'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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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감사합니다~^^ 저도 이 분이 작업장에서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열의 넘치는 모습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이 분을 취재하면서 목수에 대한 다양한 모습과 전문적인 그들의 모습을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안지섭

    @이소연 기자 감사합니다~ 취재하면서 인터뷰도 다시하게 되고 사진도 여러번 찍게 되서 죄송했는데 그때마다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참 좋으신 분이란 걸 느꼈어요 ㅋㅋ 원래 나이 많으신 분들은 대게 잘 안어울리시고 그러는데 엠티도 자주 가시고 과 행사에 참여도 잘 하셔서 참 보기 좋아요 ~
  • 이소연

    40대에도 누구보다 재밌고 의미있는 청춘을 즐기고 있으신 것 같아서 기사를 읽는 내내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ㅎㅎ 좋은 기사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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