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예술가는 어떻게 21세기 힙스터가 되었나? <보스 드림즈>

<이미지 제공> LG아트센터

어제 읽었던 글귀를 오늘에만 읽어도 느낌이 달라진다. 고전은 그래서 위대하다. 500년 전의 작품을 지금의 현대인이 보아도 그 느낌이 동일하다. 할머니가 보던, 대학생이 보던 한결같다. 인간이라면 갖고 있는 삶의 희노애락과 본성을 꿰뚫는 통찰력이 고전에게는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클래식”을 잊지 않는다.

보슈, 보쉬, 보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현대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네덜란드 화가 보스. 보스의 작품 역시 여전히 잊히지 않는 클래식 중 하나다. 이런 보스의 고전을 서커스 그룹 세븐 핑거스와 극단 리퍼블리크 씨어터가 재해석했다. 그리고 이들은 보스를 21세기의 힙스터로 만드는 데 완벽한 성공을 거둔다.

‘꿈’의 세계

공연은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1516년 임종에 가까워진 보스의 꿈, 그리고 2016년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와 딸의 꿈, 1970년대 짐 모리슨과 1930년 젊은 화가였던 달리가 가진 꿈이 번갈아가며 혹은 서로 겹쳐지며 흘러간다. 이처럼 ‘꿈’을 메인 서사로 잡은 것은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보스의 작품을 현대화하는데 꼭 맞는 옷을 입힌 것 같다.

우리의 꿈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장면을 상영한다.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나열되는 것 같으면서도 하나의 줄거리가 있고, 나름의 개연성이 있다. 무대는 이러한 꿈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무대의 공간을 분절적으로 구성한다. 커튼과 블루스크린 등으로 공간을 나누고, 각 공간이 꿈과 현실을 대변하며, 따로 또 같이 이야기를 구성한다. 매체의 사용도 매우 다양하다. 서커스라는 장르를 도입함에 따라 일반 극에서는 볼 수 없는 에어리얼 퍼포먼스, 핸드 밸런싱을 선보이며 실제로 꿈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체의 사용에 제한이 없는 꿈의 세계 말이다. 또한 비주얼 아트 작업물을 통해 무대의 한계를 넘어선다. 초현실적인 영상물과 무대 위 공간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장면의 반복을 통해 꿈의 세계는 완벽히 재현된다.

영상 작업물은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에도 큰 기여를 한다. 몽환적인 영상물은 보스의 그림 장면 하나하나를 21세기화시 키고, 작품 요소요소들을 ‘힙’하게 만든다. 배경음악 역시 중세의 종교음악과 레트로 풍의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매력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보스의 작품은 21세기의 꿈이 된다.

중요한 것은 천국과 지옥 따위가 아냐, 지금이야!

공연은 단순히 작품을 시각적으로 다시 구현해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보스가 작품을 통해 하려던 말을 현대인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 훌륭히 해낸다. 보스의 작품 속 붉은 체리는 강 위에 떠있다. 체리는 제법 큼지막하지만, 어느 누구도 체리를 바라보지 않는다. 체리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속의 인간들은 쾌락의 순간에 몰두하고 있다. 체리는 무대 위에서 ‘빨간 공’으로 표현된다. ‘빨간 공’은 영혼, 진실한 것, 진짜로 소중한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공연에서 쥐의 꼬리를 가진 기이한 생명체들은 계속해서 빨간 공, 혹은 체리, 혹은 열매를 뺏고자 한다. 소녀는 보스에게서 받은 빨간 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열심히 지키려 한다. 그러나 소녀는 금세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다. 도박, 마약을 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놀이에 정신이 팔려 공을 잊는다. 우여곡절 끝에 소녀는 빨간 공을 되찾고, 보스의 작품 중 천국과 지옥 어느 것도 아닌 정원 한 가운데 돌려놓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진짜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다. 자극적이고 빠른 세계는 언제나 순간만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그 세계 속 영혼과 진실은 소외되기 일쑤다. 혹은 먼 미래의 천국과 지옥을 생각하며 오늘을 잊고 살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눈앞에, 오늘에 있는데 언제나 먼 미래를 바라보느라 보지 못한다. 보스는 이런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다. 순간의 쾌락에 정신 팔려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라고. 그리고 또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천국과 지옥 따위가 아니야, 바로 지금이야!
  
500년 전의 화가 보스가 이렇게나 힙스터일 줄이야. 보스의 꿈으로 들어간 것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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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Social Challenger 김예슬 다채롭고 무궁무진하고 고유한 대학생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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