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제를 영화제답게 만드는, 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제를 영화제답게 만드는, 영화제 프로그래머

한 해 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영화제만 30개를 훌쩍 
넘는다. 각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을 열흘 정도 잡으면, 
거의 1년 내내 영화제가 열린다고 봐도 될 정도다. 
저마다 메시지를 담고 열리는 영화제에서, 각각 상영되는 
영화들은 다양하게 구성된다. 영화제의 주제에 맞게 영화를 
선정하는 사람들, 그들은 누구일까.

글, 사진_조수빈/ 14기 학생기자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04학번

프로그래머? 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프로그래머’라고만 지칭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혼동을 한다.
프로그래머(programmer)란, 말 그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이다. 앞에 ‘컴퓨터’가 붙을 경우 많은 사람들이 생각 하듯 컴퓨
터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영화제’가 붙을 경우
영화제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이 된다.

영화제는 보통 크게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그리고 사무국으
로 이루어져 있다. 프로그래머들이 소속된 프로그램 팀은 영화제
기획을 하는 집행위원회와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 중간 즈음에
위치한다.

프로그램 팀에 소속되는 프로그래머들은 영화제에서 특성에 맞
는 섹션들을 나누고, 그 섹션에 적합한 영화들을 고르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의 경우,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는 영화들의 정보를 모아 어떤 것이 해당 영화제에서 상영하기
에 적합한지 선정한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는 대략 8~10개. 이들 영화
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그래머들은 평균 4~5명 정도다. 스텝
들은 시기에 따라 보통 여러 영화제에서 활동하기도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
기 때문에 5~60여명 정도가 현재 국제 영화제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작은 규모의 영화제의
경우 적게는 1명이나 2명 정도만 활동을 한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주 업무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하는 첫 번째 일은, 영화를 고르는 일이다.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훑어 어떤 영
화를 볼 것인지 결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한 영화들을 직접
보고, 상영 여부를 결정한다. 보통 골라야 할 영화 편 수의 3~4
배쯤에 달하는 영화를 본다. 이렇게 봐야만 제대로 골라낼 수 있
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일이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가장 큰 업무
다. 영화제의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백 여 편의
영화를 혼자 골라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몇 백 편의 영화를
봐야 하는 일도 흔하다.

영화를 고르고 나면 상설전이나 혹은 특별전을 통해 어떻게 묶
어 낼 것인지 고민한다.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들을 묶어
, 관객들이 좀 더 편하게 영화를 고르고 볼 수 있도록 한다. 프로
그래머들이 이렇게 엄선해 골라 낸 영화들만이 비로소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채우는 일 외에도,
행사 기획을 담당하기도 한다.
영화제는 축제이기 때문에, 영화
상영을 제외한 부대 행사가 함께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기획되
는 부대 행사들 중에서 공연과 같은 경우는 이벤트 팀에서 담당
하지만 세미나와 같은 행사들은 프로그래머들이 맡게 된다.

프로그래머의 업무가 영화제의 기획과 관련이 깊은 만큼, 기획
팀 혹은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 혼동하기 쉽지만 이들의 업무는
조금씩 다르다. 기획팀은 영화제가 원활히 운영되도록 협찬과
후원을 담당한다. 그리고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의 경우 프로그래
머들이 영화를 선정하면, 이를 영화제로 가져와 상영할 수 있도
록 실무를 주로 담당한다.

현황 및 전망

영화제 프로그래머들 대부분은 영화를 공부했거나, 공부하고 있다. 물론 전공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관객보다 우선하여 영화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볼 수 있는 눈이 요구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프로그래머들 중 상당수가 영화에 관한 석사, 박사의 학위를 갖고 있는 이들이
다. 적어도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좋은 영화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
라 해외 영화제에서 영화들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해외 배급사나 담당자와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 또한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들을 꾸준히 지켜 볼 수 있는 열정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들은 많은 시간을 영화를 보고, 또 좋은 영화를 골라내야 한다. 그런 만큼 영화에 대해 애정을 갖고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영화제의 스텝이나 프로그래머들은 특채와 공채를 통해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특채인 경
우가 많다. 영화제의 업무가 이를 준비하는 수 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밀도 있게 이루어지는 만큼,
시작할 때부터 업무의 흐름을 알고 있지 않으면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업무를 잘 알고 있는
가를 일일이 보기 힘들기 때문에, 평소에 업무 능력을 충분히 아는 이들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
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영화제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보통 자원활동가 등을 통해, 영화제가 어
떠한 매커니즘을 갖고 흘러가는 지 파악한 뒤 스텝이나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 영화의 인지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
영화제도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다. 영화를 좋아해 하루 종일
영화를 보고 그 영화를 또 다시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은
이들이라면,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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