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칼 아츠 졸업생 인터뷰 애니메이터 감독 피터 정



인터뷰를 하기 앞서 그는 이미 칼아츠를 졸업한지 20년이 되는데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 않겠냐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칼아츠의 장점이라 하면 애니메이션 외에 여러 예술분야를 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내 쪽 분야만이 아닌 다양한 부분들과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칼아츠를 택한 이유도 명료했다.
“애니메이션은 크게 실험적(Experimental) 애니메이션과 캐릭터(Character) 애니메이션이라는 갈래로 나뉘는데 칼아츠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강한 학교죠. 제가 칼아츠에 진학한 이유도 바로 그거구요.”
정상급의 애니메이터로서 현장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그에게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 것은 분명 서랍 속에서 불현듯 오래된 물건을 찾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문득 기자는 칼아츠 재학 시절 그가 들었던 여러 해의 수업 중 어떤 수업이 가장 인상 깊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을 가르쳤던 교수님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칼아츠의 스타일은 개인적인 견해로 봐서는 단점으로 지적할 수도 있지만 ‘자유로움’ 입니다. 학생 스스로가 알아서 하게 최대한 내버려 둡니다.
그런데 그 디자인 교수는 이런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학생들을 관리하고 많이 따지면서 수업을 진행했죠. 배울 당시에는 힘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남는 것이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물론, 그 교수님은 당시 학생들에게 인기교수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학기 중에 엄청난 과제와 짠 점수로 학생들의 애간장을 타게 하는 교수님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성적은 생각했던 것 만큼 나오진 않았지만, 아직도 그 과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면 어느 정도 토론이 될 정도니, 역시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이제 캠퍼스를 벗어나 정 감독과 애니메이션, 또 그의 생각에 대한 것으로 질문의 초점이 옮겨졌다.


칼아츠를 월트와 로이 디즈니가 설립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연 칼아츠에서 수학한 그가 생각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란 어떤 것일까?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인 면에서 매우 세련되고 발달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질적인 면(production quality) 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돈, 시간, 인력이 많이 드는 형식이죠. 저는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작가의 개성이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디즈니 작가들은 그 틀 안에서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그는 마치 디즈니는 팝 음악과 같다고 비유를 했다. 꼭 많이 팔리는 음반이라고 해서 그 음악이 소위 음악성이 있고 예술적인 것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인터뷰 중간 중간 그의 서고를 향해 눈길이 옮겨졌다. 서재 한 편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관한 두툼한 책이 꼽혀 있었다. 또 여러 책들, 그가 쓰는 듯한 침대 그리고 작업대 위에 옅은 스케치가 되어 있는 종이들을 보며 오직 품질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자신의 애니메이션 속에 작가의 개성과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들이 그와 함께 호흡하는 공간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꼽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부족한 부분을 무엇일까.
“아까도 기자가 언급했지만 일본의 매니아 문화라든지 광적인 팬 집단들이 꼭 한국에 생겨야 애니메이션이 발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중 그런 매력적이고 흡입력 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하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care) 않는 듯 합니다.

그 외에 꼽으라면 저는 전부라고 말하고 싶은데, 제일 부족한 부분은 콘텐츠나 컨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연출자들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데 이런 환경이 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외국의 회사에서 외주를 받아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그려줘 왔던 우리의 작업 방식에서 기인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스스로 독창적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능력이 다소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었던-‘리니지’ 19세 미만 사용불가 판정 사건 같은- 작가가 지니는 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 관하여 그의 생각은 분명했다.

“저는 작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상 대부분의 작가들은 모든 판단과 그에 따르는 행동을 보는 사람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 사회적으로 미덕을 심거나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칩시다. 그러면 언론에서 이 작품으로 인해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말하면, 자신들의 영향력에 대해 인정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너무 잔혹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왔을 때, 실제로 살인사건이나 모방범죄가 일어나는 등과 같은 영향력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면서도 그것은 극소수 몇몇 사람들의 매우 사적인 감정이라는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죠.”

그의 사무실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몰아치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밖도 보지 않은 채 자신의 칸막이 안에서 별 미동도 없이 5-6명의 애니메이터들이 분주히 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그들에게서 ‘이온 플럭스’ 와 같은 신선하고 크리에이트한 작품을 머잖은 장래에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문을 나섰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시험기간 스트레스 날려버리는 양양서핑여행

세 여자의 만국유람기 LG포켓포토스냅

과탐의 공부비법

의식의 흐름대로 떠난 1박2일 강릉 아날로그 여행(feat.택시기사님 핫플)

저작권 사용 지침서|저작권이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

구 그램은 신 그램이 궁금하다

시험기간 이겨내는 나만의 꿀조합 간식 6

2개의 화면으로 누리는 즐거움! LG V50 ThinQ 듀얼 스크린 200% 활용 팁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