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도둑, 코:파르팡(CO-PARFUM) 노인호 편집장

잡지로 자신의 독특한 시각을 발현하는 작은 거인의 움직임이 럽젠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그들은 패션과 향수, 디자인 등 각자의 전공 분야에 진군하며, 직접 매체가 되어 세상과 소통했다. 셀프 프로모션Self-promotion에 열성을 기하는 이 못 말리는 청춘,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으리요!

많은 의문점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우리나라 최초의 향수 전문 잡지가 나왔다고? 게다가 잡지를 창간한 편집장이 대학생이라고??
향수 잡지 <코:파르팡CO-PARFUM(이하 코:파르팡)>은 9명의 에디터가 만들어가는 격월지다. 향(香)과 관련해 일하는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모여 꾸려가는 <코:파르팡>은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그 이상으로 향에 대한 전반적인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다. 3월을 기점으로, 사람의 감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향과 향수에 대한 생각까지도 향기처럼 퍼뜨리려는 노인호 편집장(목원대학교 생의약화장품학부 05). 그는 무형의 향을 유형의 잡지 보따리로 풀어놓는, 노련하고 당당한 향 도둑의 면모를 내비쳤다.

럽젠Q <코:파르팡>은 어떻게 시작된 잡지인가요?

향수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에요. 지금까지의 향수 역사를 보더라도 남자가 훨씬 향수를 많이 사용했거든요. <코:파르팡>은 사람들에게 향에 대한 편견을 깨주고, 향 문화를 알려주고 싶은 잡지에요. 궁극적으로 저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향수가 아니라 향 문화인 거죠.

럽젠Q 언제부터 향수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나요?

중학교 때 외국에서 유학하다 온 사촌 형과 함께 살게 됐어요. 외국 스타일이어서 그랬나?(웃음) 아무튼 그 형이 향수를 모으는 게 취미였어요. 형 없을 때 몰래 뿌리고 그랬었어요. 쿨워터나 폴로 스포츠 이런 거(웃음). 저는 그게 정말 좋았어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향수를 좋아하고 향이라는 게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럽젠Q향수 전문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향수에 대해 공부하다가 작년 여름 홍대에서 열린 강의 중 ‘패션잡지 연구’라는 강의를 들었어요. 그때 과제가 ‘독립 매거진 만들기’였거든요.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는 따로 향수 전문 잡지가 없더라고요. 한번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주변에 향 관련해 활동하는 지인들을 모아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 시작은 흥미 때문이었죠.

럽젠Q 창간호를 준비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제가 아직 대학생이라 어리다 보니 제 도전에 많은 지인이 흥미를 느끼고 도움을 주셨어요. 처음 창간을 준비할 때는 재정적인 지원이 없어서 제 돈을 모두 털었고요.(웃음) 지금까지 총 세 번 잡지를 냈는데, 이제는 조금씩 광고를 실어 발행 유지비를 마련하는 정도예요. 수익금이 있어서 에디터에게 원고료를 줄 정도는 아니에요. 그런 수익을 바라고 하는 일도 아니고요. 그래서 더 순수하게 열정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순수함이 바로 저희의 색깔이에요.(웃음)

럽젠Q 잡지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데 힘든 점은 없나요?

일단, 에디터가 우리 잡지의 성향을 잘 알고 거기에 맞춰서 글을 쓰기 때문에 기사 때문에 힘들진 않아요. 향은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후각으로 느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호별로 주제에 맞는 향수는 만들어 그 향과 어울리는 그림을 제작하고 글을 쓰고, 시향지를 일일이 잡지에 붙이는 수작업을 하는데요. 이 일이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독자들이 직접 향을 느끼길 바라기 때문에, 이 일은 가장 힘들면서도 중요한 일이에요.

럽젠Q 잡지의 콘텐츠를 구성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요?

향 문화에는 향수도 있지만, 우리가 몰랐던 향과 관련한 전반적인 것들 모두를 아우르고 싶어요. 패션 잡지를 보면 자연스럽게 패션에 대해 알게 되듯이 말이죠. 향이라고 하면 향수를 떠올리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향수 제품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풍부하거든요. 그런 향에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럽젠Q 향수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

예를 들면, 어떤 리포터가 마릴린 먼로에게 잘 때 뭘 입고 자냐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마릴린 먼로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샤넬 넘버 5’ 두 방울이라고 한 이후로 ‘샤넬 넘버 5’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말이 있어요. 그리고 ‘샤넬 넘버 5’의 이름이 왜 넘버 5가 됐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유명한 조향사가 샤넬 앞에 가서 5개의 향수 샘플을 놓고 샤넬에게 제품을 선택하게 했대요. 그때 샤넬이 다섯 번째 샘플을 골랐다고 해서 ‘넘버 5’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럽젠Q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향수에 대한 편견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향수를 구매할 때는 유난히 브랜드에 따라 구매하는 것 같아요. 패션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요. 브랜드 로고가 눈에 보이니까요. 어떤 모양의 브랜드가 박혀 있느냐에 따라 제품, 나아가서 자기 자신의 위치나 느낌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향수의 매력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브랜드에 많이 현혹되죠. 저는 사람들이 브랜드보다 자기만의 향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향을 향 그 자체로 봐 주세요(웃음).

럽젠Q 아직 대학생인데, 학업과 편집장 활동을 병행하기가 어렵지 않나요?

저는 이 일이 정말 즐겁고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감당할 수 있어요. 잠 좀 덜 자고, 불필요한 데에 쓰는 시간을 줄이면 되거든요.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건 핑계인 것 같아요. 거창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한다는 사명감도 있어서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고요.(웃음) 특히 일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갈 때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껴요.

럽젠Q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잡지는 더 큰 문화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잡지를 통해 향 문화를 느낄 기회를 사람들에게 많이 접하게 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꿈이자 계획이고요. <코:파르팡>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성장한다면, 향과 관련한 엑스포를 주최하고 파티와 전시회도 열고 싶어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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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극이 되는 글입니다:) 무엇인가에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멋있습니다.
  • 신문에서 뵌적이 있는데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요!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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