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한 우물만 판 악바리

– 편집자 주

아마도 이번 달 잡지사와 신문사, 방송사 등의 각종 언론 매체는 연신 밴쿠버 올림픽의 주역 인터뷰를 따느라 골머리를 앓았을 게 분명합니다. 그 사이 럽젠은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으로 차디찬 빙판에서 열정으로 불을 뿜던 5명의 무법 청춘에 집중했습니다. 럽젠은 그들의 뛰는 심장에 주목합니다. 지극히 사적으로.

인터뷰 전 실내 빙상장 입구에서 우연히 그녀를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가 그녀를 ‘철벅지’라 했던가! TV에서보다 작고 마른 몸매, 주먹만 한 얼굴, 그리고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보는 이를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그 강렬한 첫인상은 메달 불모지에 금싸라기를 안겨다 준 500m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내공으로 이어졌다.

인생은 즐겁고, 마인드는 글로벌하게!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메달리스트가 88올림픽을 전후로 태어난 개성만점의 젊은이라는 점에서 이상화 선수도 G세대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글로벌 마인드와 도전욕구, 즐길 줄 아는 사고방식 등 G세대의 특징을 미루어볼 때, 단연 그녀가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지 이틀 만에 1,000m에서는 23위라는 낮은 순위를 기록했으나 그 결과를 태연히 받아들이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저도 G세대라는 말을 최근에서야 많이 듣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입상해도 많이 쑥스러워하거나 서럽게 울었는데 요즘은 곽윤기 선수가 춤춘 것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표현을 다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순간의 기쁨을 다 표현하게 되었죠.”
G세대라 불리는 만큼 그녀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있을까. 수년간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쌓은 외국 선수와의 친분이 궁금했다.

“어릴 때부터 한일 교류 경기를 많이 해서 특히 일본 선수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영어와 일본어, 보디랭귀지를 다 섞어서 얘기하는데 그래도 말이 다 통하더라고요. 마음이 통해서일까. 재밌게 잘 지내는 편이에요. 가끔 일본 애들이 한국에 놀러 오기도 하고요.”

한 우물에 목숨 거는 여자

이상화 선수가 남자 선수와 나란히 똑같은 강도의 훈련을 받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국에 스피드 스케이팅 전용 빙상장이 단 하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것도 여자 선수가 모든 시련을 견뎌내고 정상에 오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고초가 있었을 것. 실제로 그녀는 한 시간씩 사이클에 타이어를 매고 타거나 170kg에 달하는 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등 남자선수도 감당하기 어려운 훈련을 묵묵히 버텨냈다. 국내에는 이렇다 할 경쟁상대가 없어 남자 선수와 스케이팅을 겨룰 수밖에 없었다는 이상화 선수. 운동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여러 번 찾아왔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오로지 올림픽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스케이트를 타면서 이런저런 시련이 찾아왔지만, 한우물을 팠어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다양한 걸 시도해 보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진로를 하나 정한 뒤 목표를 세우는 거죠. 그리고 그 목표에 어느 만큼 도달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목표를 세우고 한 방향으로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대학생 이상화, 그리고 선수로서의 찬란한 미래

운동선수라는 남과 다른 길을 선택한 그녀이기에 일상의 소소함은 포기해야만 했다. 만일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시간 여유가 생긴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게 뭘까.
“3월에 시즌이 끝나면 그 후 한 달 정도는 학교에서 이론 수업도 듣곤 하는데, 하고 싶은 건 뜻밖에 평범한 것들이에요. 저는 정말 운동 말고는 해 본 것이 없으니까. 그냥 남들처럼 친구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여유롭게 수다 떠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그리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꼭 보고 싶네요. 훈련에 집중하고 또 올림픽도 치르다 보니 언제 영화를 봤는지 가물가물해요. 1학년 때는 미팅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은 접었어요. (웃음)”
밝은 낯빛을 보이던 그녀도 지금 선수로서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이 부담은 될 터. 앞으로 계획을세우는 그녀가 가진 속마음은 어떨까.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장 4년 후의 미래에 대해서 확실히 말씀드리긴 힘들어요. 그래도 이번에 목표했던 금메달을 딴 만큼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일단 거만해지지 않고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야죠.”
조금은 차갑고 강렬해 보였던 첫인상이 인터뷰 말미에는 눈 녹듯 사라져 있었다. 간간이 미소를 지으며 진솔하게 답변하던 이상화 선수의 모습에서 운동선수의 강한 고집을 보았고, 동시에 20대 소녀의 풋풋하고 발랄한 감성을 느꼈다. 자신의 일에 남다른 열정을 품고 또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초심의 모습이 유지되길, 뒤에서 묵묵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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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게다가 전 이렇게 한 우물 파기로 성공하신 분들 보면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파다보면 정말 이 아래에 뭐가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그래도 계속 파다보면 뭔가는 나온다는
    생각도 들게 해 주는 인터뷰네요. 앞으로도 좋은 소식으로만 뵈었으면 좋겠어요!
  • TV에서 만난 이상화 선수의 장점은 제가 보기엔 당당함과 자신감이었어요.
    취재진이 김연아를 비교하면서 묻는 질문에.. 각기 다른 미모와 매력이 있다는 답변을 보면서
    눈치를 보며 서로를 형식적으로 칭찬하는 답변보다는 훨씬 신세대적이면서 당당해보였거든요.
    여자로써는 정말 부담스러울 만큼 큰 허벅지이지만, 그녀에게 너무 어울리고,
    오히려 멋져보이고 예뻐보여요.
    170kg의 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섰다하는 운동을 한다니.... 저는 남자인데도...
    그렇게 못해요...ㅠㅠ 정말 대단하네요..
  • ㅋㅋ 평범한 대학생과 다를 것 없는 것들을 좋아한다는게 뭔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저번에 기사보니 머리스타일 바꾸는거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는거 보고 역시 그냥 평범한 여자앤데도 올림픽에서는 그렇게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지금 현재 일에 열심히 매진할게요! 화이팅!ㅋㅋ
  • 역시 "한우물"을 파는 것이 정답인것같아요.
    이상화선수.. 화이팅입니다.
    지난 동계올림픽때 이상화선수..너무 자랑스러웠어요~
    앞으로도 멋진 활약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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