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의 민낯 – 4탄 치앙마이에서 신혜원

내 집이 아닌 타지에서 ‘한 달’이란 시간을 허하는 것. 그곳에서 투명하게 나를 마주하는 것. 일생에서 어찌 보면 이 짧은 기간을, 모두 방점으로 기억했다.

기획 1_ 발리에서 김정영 | “미뤄둔 행복을 ‘지금’으로 당겨와 보길.”
기획 2_ 제주에서 박지원 | “언제든 돌아와도 좋으니까.”
기획 3_ 포르투에서 김가람 | “어쩌면 발견하지 못했을 순간들이 있어요.”
기획 4_ 치앙마이에서 신혜원 | “또 다른 도전에 덜 망설여져요.”

신혜원의 한 달 살기
MAJOR_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PLACE_ 태국 치앙마이
TIME_ 2018년 8월 24일~2018년 9월 22일

학점 걱정, 인간관계 걱정, 미래 걱정 등 ‘이제 더는 망설일 수 없어, 나도 한 달 살기 할래!’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휴학을 신청했어요. 처음 한 달 살기를 알게 된 건 페이스북 페이지 ‘여행에 미치다’였습니다. 2년 전쯤 올라온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영상이 짧은 여행만 해온 제 마음을 뜨겁게 했어요. 그 후 제가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이 점점 한 달 살기를 떠나기도 했고요. 그간 이런저런 걱정에 치이다 보니, 오로지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다른 곳에서 장기간 살아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치앙마이가 최적의 장소였던 이유 경제적인 부분을 가장 고려해야 했어요. 한 달 동안 살 집세와 식비나 교통비 등 생활비도 만만치 않을 테니, 물가가 비싼 곳은 제외했어요. 후보로 생각한 곳은 치앙마이와 발리였습니다. 제가 계획한 8~9월엔 태국은 우기고, 발리는 건기예요. 날씨 상 발리에 가는 게 맞았겠지만, 친한 오빠도 태국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앙마이를 택했어요. 게다가 태국은 치앙마이 외 방콕이나 파타야 등 추가 여행지도 있으니, 더 알찬 여행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죠.

계획과 무계획 사이 결심이 오래 걸렸을 뿐, 준비는 오래 하지 않았어요. 항공권을 끊으니, 진짜 간다는 현실감이 왔죠. 신나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습니다. 보통 여행 계획을 꼼꼼히 짜는 편인데, 한 달이란 시간을 마주하니 오히려 별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태국 여행을 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추천 명소를 체크하는 정도였죠. 숙소와 굵은 교통편 정도만 예약하고, 무작정 떠났습니다!


한국에서 6시간 반을 날아 태국에 도착! 뜨하, 여긴 므앙 공항이 아니라 수완나품 공항이다.

그렇다, 집 나가면 개고생 그런데 처음 도착할 때부터 고난이 시작되었어요. 도착지가 방콕 돈므앙 공항인 줄 알았는데, 수완나품 공항이더라고요? 평소 덤벙대는 경향이 있어서 친구들도 목숨만 살아서 돌아오라고 한 농담이 머릿속을 스쳐 갔죠. 그야말로 ‘멘붕’! 게다가 방콕에선 치앙마이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놓쳤지 뭐예요. 겨우 티켓을 새로 발권해서 치앙마이에 도착, 숙소 예약이 안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알고 보니, 날짜를 착각해 그다음 날부터 예약했더라고요. 누가요? 제가요.
급히 주변 숙소를 탐색했습니다. 아, 가관이었어요. 수돗물은 쇳물이요, 방은 덥고 습하고 더러운 공간의 결정체였어요. 최악이었습니다. 어두운 밤에 편의점을 가다가 하수구 같은 곳에 발이 빠져서 피가 철철 날 정도로 다치기도 했어요. 숙소로 돌아오니 신발이 전부 피바다가 되었죠. 병원에 가지도 않고 응급처치를 한 탓에, 아직도 왼쪽 발목엔 흉터가 남아 있어요. 여권이나 지갑을 잃어버릴 뻔한 적도 있었답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와 치앙마이는 안 맞는 걸까?


(좌)악취 지원이 안되어 아쉬울 뿐… 첫 숙소의 전경. (우)방콕의 iSnook 게스트하우스는 8인실 혼성 타입이었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SOS 경비 방콕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첫 문화 충격이 있었어요. 웬 서양 남자가 팬티만 입고 나온다? 혼숙 게스트하우스여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건너편 침대에서 낯선 남자가 자고 있다는 것도 이상한 기분이었는데, 코 고는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설쳤죠. 불편한 게 많아 친구들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곤 했죠. 치앙마이에 가기 전,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했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한 카페도 가고, 밤새 술자리를 즐기거나 클럽에 가봤죠. 이렇게 정신없이 놀다 보니, 예상한 경비를 훌쩍 넘겨버렸어요. 치앙마이에 가자마자 ATM에서 급하게 돈을 인출했죠. 그 후로도 왜∙∙∙ 자주 ATM 머신 앞에 선 저를 발견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방콕의 카페 , 요거트볼 디저트와 예쁜 음료로 유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 여행자들의 총집합소인 방콕 카오산 로드.


파타야의 낮과 밤. 낮엔 햇살이 뜨겁고, 밤엔 사람이 뜨겁다.

솟는다, 애국심과 떡볶이에 대한 욕구 월드컵 시즌에 한일전이 있었어요. 그때 한식당에 찾아가 관람했죠.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인과 함께 응원하는데 얼마나 행복했던지요. 외국에선 다 애국자가 된다던데, 그걸 경험하는 기분이었어요. 한식은 태국에서 2주 차 되던 날부터 그리웠어요. 특히 떡볶이! 치앙마이 대학교 근처에 라는 집이 있어요.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죠. K-POP의 인기가 엄청난 태국이기에,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돌의 노래나 한국 스타일의 옷과 화장 스타일 등 도시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한국식 즉석 떡볶이의 향수여 오라. 먹으면 먹을수록 <엽기떡볶기>가 떠오르는 건 나 뿐일까?

크면 얼마나 크겠어, 치앙마이 선데이 마켓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야시장으로 알려졌어요. 그런데 와, 진짜 크다! 처음 방문한 날은 반도 구경 못했어요. 그 후 매주 일요일만 되면 가서 단골 상점이 생길 정도였죠. 지인을 위한 선물도 사고, 길거리 공연도 보고, 이것저것 음식을 즐겼습니다. 밤이 어둑해지면 <더 노스게이트 재즈> 바를 갔어요. 늦게 가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죠. 자리가 없어도 그냥 맥주 하나 들고 공연을 즐겼어요. 이 안에선 모두 친구가 돼요.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죠. 그곳에선 돌아갈 날이 한창 남았을 시점임에도, 집에 돌아가기 싫다고 외치곤 했어요.


치앙마이의 선데이 마켓. 오후 4시 무렵부터 1km의 랏차담넌 로드는 재래시장으로 돌변한다.


거리엔 사람이 사라져도, 이곳엔 반드시 있다. 거리에서도 즐기는 <더 노스게이트 재즈> 바.

온몸으로 치앙마이에 물들다 치앙마이는 모바이크(mobike)가 잘 갖춰져 있어요. 모바이크는 앱을 활용해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자전거죠. 치앙마이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였어요. 처음엔 길을 잘 몰라 뱅뱅 돌다가 13km나 타기도 했죠. 1시간 반 동안 숙소를 찾아 달리니, 허벅지가 터질 듯한 느낌이더라고요. 그 후 자전거로 치앙마이의 웬만한 길은 완벽하게 마스터했답니다. 그 외 일주일에 두 번, 요가를 했어요. <원님만>은 무료로 요가 클래스를 하는 곳이죠. 원래 옷이나 가방, 식당까지 있는 쇼핑센터인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에 요가를 할 수 있어요.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다른 사람이 모여 1시간 동안 하죠. 평소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닌데, 요가를 하는 날이면 일찍 채비했죠. 몸도, 마음도 상쾌해져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어요.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꿀팁 숙소 위치가 중요해요. 치앙마이는 님만해민과 올드타운이 번화가예요. 숙소를 너무 먼 곳에 잡아 조금 불편했거든요. 그리고 여행경비는 중간 점검을 잘해야 해요. 생각보다 지출할 일이 늘어나게 되더라고요. 미리 환전을 많이 해서 가기보다 비상금이 들어간 카드를 준비해 부족할 때마다 인출하는 게 좋아요. 잃어버릴 위험도 없고, 지출에 제동도 생기고요. 만약을 대비해 여권이나 카드 사본도 꼭 준비하세요. 현지 맛집이나 명소는 현지인에게 묻는 걸 추천합니다. 저렴하면서도 알찬 맛집이나 숨은 명소를 찾기 쉽죠. 인터넷에 유명한 곳은 한국인들이 많고 가격도 비싼 편이에요.


모바이크로 제대로 헤맸던 첫날. No pain, No gain이라 했던가.


선착순으로 요가를 할 수 있는 <원님만>. 너무 늦게 가면 요가 매트가 없는 불상사가 생기니, 20분 전에 도착할 것!


<원님만> 건너편 <씽크 파크(Think park)>의 나이트 마켓 속 족발 덮밥. 단돈 약 1천5백원~2천원! 매주 2번씩 갔던 단골집이다.

특별이 평범으로 갈 즈음 하루하루 대단히 특별할 거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평범했던 것 같아요. 물론 어디든 좋은 곳이 생기면 다시 갈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죠. 그런데 한 달이 되어가니, 지루한 느낌이 왔어요. 태국 음식도 맛있지만 얼큰한 한국 음식이 생각나고, 혼자도 좋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 생각도 나고. 매일 새로운 곳을 찾아다녀도 그랬죠.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익숙해지면 지루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쉬운 게 제가 점점 게을러졌다는 거예요. 하루를 꽉꽉 채워 돌아다녔는데, 3주가 지날 즈음 다 귀찮고 늦잠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좀 더 알차게 보낼 걸, 아쉬움이 있어요.

한 달 살기 후 한국에서 당장 뭘 해야 할지가 많이 두려웠어요. 한국에선 태국에 가려고 바쁘게 시간을 쪼갰었는데, 이 모든 게 끝나고 돌아가려니 막막했죠. 처음 한국에 왔을 땐 꽤 울적했어요. 아쉬워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그런데 제 일을 차근차근히 하고 친구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니 일상에 금세 적응했어요. 애초에 스펙을 위해 휴학한 게 아니기에, 값지고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죠.

나는 달라졌을까? 저는 여전히 평범한 22살 휴학생입니다. 여전히 망설이고 방황하는 중이에요. 하지만 제게 한 달 살기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에 덜 망설이게 해주었어요. 치앙마이로 떠나기까지, 참 많이 고민하고 주저했어요. 즉, 하고 싶은 일을 망설이지 말고 해야겠다는 다짐을 선물 받은 셈이죠. 그리고 남의 시선에 덜 신경 쓰게 되었어요. 남이 아닌 내 마음속의 이야기에 집중해보니, 제가 중요하단 걸 알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던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죠.

치앙마이, 그다음요 한 달 살기는 누군가 자격증을 주는 것도, 스펙으로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에요. 힘들 때마다 꺼내 볼 추억 하나가 생겼다는 것이 제 인생의 큰 변화죠. 살아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게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았어요. 다음엔 유럽 쪽으로 가보고 싶어요.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런던!

한 달 살기, 할까 말까? 이 고민 자체가 의미 없는 것 같아요. 한 달 살기를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지금은 돈도, 시간도 없으니 ‘나중에’라고 생각할 거예요. 나중에도 분명히 그럴 거로 확신해요.
너무 깊게 고민하지 않으면 돼요. 하고 싶은 일은 하기! 한 달은 인생에서 아주 짧은 시간인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 한 달로 인해 꿈을 찾을 수도,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도, 소중한 인연을 만날지도 몰라요.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LG Social Challenger 168271
LG Social Challenger 김세희 순간에 심장이 두근두근 작성글 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오버투어리즘 캠페인ㅣ이상한 지도

광저우를 찾아서 3탄ㅣ광저우 & 서울 : 100년 전 이곳은

전공별 내가 가는 마켓

오버투어리즘 캠페인ㅣ관광지 한복판에 우리집이 있다?

모션그래퍼 김신영ㅣ몽환적인 꿈 속에 빠지고 싶나요?

한글날 필사 캠페인

저렴하게 문화생활 즐기는 꿀팁

연극으로 미래를 볼 수 있을까? 렛 뎀 잇 머니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