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다.시.보.기

로렐라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속삭이는 듯한, 고고한 고성과 푸른 포도밭의 절경을 이루는 라인 강. 그리고 몇백 년 된 퐁네프 다리 위로 다정한 연인이 팔짱을 끼는, 낭만적인 영화의 배경인 센 강. 하지만, 아파트와 고속도로만 보이는 한강? 한강은 라인 강과 센 강 이상으로 아름다워질 자격이 있다.

역사가 굽이치는 큰 줄기, 라인 강


라인 강 하면 단연 떠오르는 이야기는 로렐라이 전설이다. 어느 나라에나 강과 관련된 전설이 없느냐만은, 이 전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었던 건 독일 특유의 역사 관념과 관련이 있다. 독일은 독특하게도 라인 강을 이용하는 데 예전과 다름이 없다. 그들은 여전히 라인 강을 교통, 운송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로렐라이 전설은 여전히 그들에게 유효한 이야기가 된다. 또한 배를 집처럼 이용해 늘 라인 강을 다니는 집시에게 라인 강은 생계의 수단이자 집이며, 가계의 역사다.
라인 강이 고스란히 간직한 독일의 역사는 고성이다. 라인 강 변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꽤 큰 규모의 성부터 과거 영주의 별장으로 이용되었던 성까지 고성은 여전히 보존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독일은 봉건 사회였으며 다양한 지주들이 있어 영토가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만큼 성도 많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 성은 아직도 그대로의 형태를 보이고 라인 강의 랜드마크로 자리하고 있다.

배치독일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와인의 주원료가 되는 포도 역시 라인 강 변을 따라 넓게 재배되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오래전부터 재배되었기에, 포도밭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리즐링이나 아이스바인을 떠올리게 한다.


라인 강에는 어느 것 하나 일부러 만든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아주 오래전부터, 그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해왔다. 강의 역사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전통으로 축적되고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하면서 지금의 라인 강이 존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라인 강물은 어둡고 칙칙해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강임에도 세계의 대표적인 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것은 독일 역사의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독일 관광의 필수 코스가 라인 강 변을 거치는 것인 만큼 그 관광 산업으로 얻는 경제적 부가가치 역시 엄청나다.

Mini interview
럽젠Q : 라인 강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낭만적인 문화의 속삭임, 센 강


영화 <비포 선셋>, <퐁네프의 연인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아멜리아>에서 공통점을 찾으라면 무엇일까? 바로 파리의 중심을 가르며 흐르는 센 강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센 강은 소설에서도 단골 소재로 많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프랑스 파리의 센 강은 낭만과 로맨스의 강으로 비유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센 강의 환상이 세계인을 파리로 몰려들게 한다는 것이다.

센 강을 대변하는 단어는 낭만과 여유, 로맨스와 연인 등이다. 시대를 불문한 인간의 감정을 건드린 이것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영화와 소설은 센 강의 아름다움과 나아가 파리, 프랑스의 매력을 문화산업이란 이름 아래 전 세계로 전파시켰다. 영상과 소설 속 센 강에 매료된 사람들은 이곳을 매년 찾았다.

사실 관광객은 이런 환상에 빠져 센 강을 찾았지만, 다른 점에서 이 강의 놀라운 점을 찾곤 한다. 바로 센 강의 문화적인 면이다. 센 강 주변은 늘 배 카페가 늘어져 있다. 그리고 강변에는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와 비치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블루스를 추는 중년인, 산책과 운동을 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낭만만 생각한 관광객은 이런 강의 다양성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파리 플라주 축제와 센 강 유람선 바토므슈는 강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파리 플라주 축제는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인공 모래백사장과 야자수, 비치파라솔, 샤워기, 야외수영장, 클라이밍 등을 강변에 조성해 음악공연과 미술전시를 하는 축제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이 축제기간에는 차량통행까지 통제돼 제대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파리는 크지 않아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건축물이나 장소는 거의 센 강 주변에 몰려 있다. 그렇기에 센 강의 바토므슈가 지나는 행선을 통해 에펠탑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이런 정책적인 노력과 더불어 친숙하게 강을 즐기는 파리 시민의 모습은 센느 강과 파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며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을 파리로 모이게 하고 있다.

Mini interview
럽젠Q : 센 강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강은 그 이상으로 아름다워져야 한다


큰 강을 따라 다양한 문명이 나타났듯이 강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의 기본 요소다. 그런 강에는 그 나라만의 역사와 문화가 배어 있다. 서울을 가르며 흐르는 한강 또한 마찬가지다. 강 자체로만 보자면 세계에서 큰 도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 중 한국의 한강보다 아름다운 강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인의 머릿속에 한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우리는 채워지지 않은 세계인의 머릿속에 한강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그려 넣어줄 필요가 있다.
현재 한강에는 굵직한 역사도, 스토리텔링도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강을 따라 늘어서 있는 건 고성도, 카페도 아니다. 각진 아파트와 쭉쭉 뻗은 고속도로가 주 무대를 이룰 뿐이다. 아름다운 강에 비해 그 주변은 개성 없이 삭막한 편이다. 우선 라인 강과 센 강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강에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라인 강은 바로 근처에 골목이 있는 주택가와 상가가 있고 센 강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휴식의 터, 문화의 장으로 강을 이용하며 말 그대로 익숙하고 친숙한 일상생활 속의 강을 즐긴다. 반면, 한강은 큰 도로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운동하는 사람을 빼면 크게 이곳에서 즐기는 이들을 찾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한강 주변은 온통 콘크리트와 파헤쳐진 강변이 엉성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공사는 수습되지 못한 채 온갖 철근과 건축물 재료들이 늘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가끔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있을 뿐, 한강을 느낄 수 있는 문화는 없다. 그렇기에 한강은 점점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생활 속의 강이 아닌, 형식적으로 자리 잡은 강의 이미지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인강의 흙탕물에 비해 한강의 물은 너무도 맑고 깨끗하며 작고 볼품없는 센 강에 비해 한강은 넓고 광활하다. 어느 것 하나 뒤지는 것 없는 한강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은 정책적으로 가꿔나가야 할 부분이다. 인제 와서 역사를 만들 수 없다면 영화 <괴물>처럼 한강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라도 만들어야 한다. 한강을 세계인의 머릿속에 인식시키는 것, 서울 시민의 일상생활 속 친숙한 강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자, 강을 즐기는 우리의 몫이다. 라인 강과 센 강을 비교해, 콘크리트와 철근을 통한 개발만이 한강을 아름답게 하는 대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