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은 하고야 만다




껑충한 키에 여린 눈매를 한 ‘소년’이 와서 말을 걸었다. 그것도 머쓱해하며.
화려한 응원복이 아닌 티셔츠 차림의 그에게서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찾긴 어려웠지만, 자기 소개보다 응원단
소개가 훨씬 능숙한 모습을 보니 ‘역시’하는 반응이 튀어나온다.

“한양대학교 응원단은 1970년대 초에 학도호국단(현 총학생회) 부속단체로 활동을 시작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
독립단체로 인정 받아 체육부의 경기 응원과 재학생들의 사기진작, 학교홍보를 위해 맹활약중입니다. RHooters(루터스)란
이름은 ‘열광적으로 응원하다’라는 뜻을 가진 ‘root’에 ‘ers’를 붙인 뒤, 다시 모교사랑의 의미로 ‘한양’에서
‘H’를 첨가한 단어
입니다.”

최 군이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내가
졸업하고 들은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네가 응원단이 되었다는 것”
이란 반응을 보여준다고. 믿기 어렵게도
학창시절 내성적이고 조용했다는 그를 변화시킨 장본인이 바로 응원단이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그대에게’에 맞춰 율동하는 응원단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와 지원했다는
그. “이제 응원곡들은 연습하면서 질려버려서 연습실 내 ‘금지곡’이 되버렸어요.
핸드폰 벨 소리로 ‘그대에게’를 쓰는 후배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니까요.” (웃음)

응원단 활동은 크게 OT, 봄 학교축제, 가을에 열리는 응원제 ‘응원대함성’
으로 나뉜다. 방학 때에도 이를 준비하기 위해 수련회는 물론,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부터
연습을 해야 한다. 학교에 들어와서 응원단 외에 해본 일이 없을 정도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후회는 없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특별한 기술이 있냐는 질문에 “사람들을
사로잡으려고 의도해본 적 없다”
“배운다기보다 직접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된다”
는 말에 ‘천업(天業)’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졸업 때 이미 키가 178cm였던 최 군은 인생에 많은 갈림길이 있었다.
배구를 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고, 예대를 가기 위해 연기학원을 다녀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선택의 순간마다
가장 크고 안전한 길을 택했다. 이런 ‘타협’으로 고등학교 때는 방송반
활동을, 현재는 응원단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모델 일을 해보고 싶다
고 했다.

주위사람들이 벌써 취업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초조하지 않냐는 질문에 장래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순간에 충실하지는
신조를 가지고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다른 ‘현실’이 있다면
전공인 건축학.
가뜩이나 출석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과제도 많은 건축을 전공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그래도 물리학과에서 전과까지 해가며 선택할 정도로 전공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원래부터 만들고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막연히 선택했는데, 건축은 정말로
복잡한 과정이에요.”
그래도 그 과정이 퍼즐 맞추기처럼 매력 있다고 하니, 그는 은근히 학구적인
면모까지 갖췄다.
“걸어가다가 멋진 건물을 보면 참지 못하고 들어가보려고 해서 친구들에게
‘유난떤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어요”
얼마 전 놀러 간 선유도 공원의 콘크리트 골조를 그대로 남겨놓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열을 올리며 설명하다가, 응원단을 퇴임한 후에는 우리나라를 여유롭게 여행하며 오래된 사찰들을
둘러보고 싶다는 소원을 첨가했다.

이제야 부드러운 웃음 뒤에 숨어있는,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성취해왔고 앞으로도 해낼 것이라는 강민 군의 강단이
믿어졌다. 열정의 에너지와 부드러운 노력이 겸비된 그. 아마 5년 후에는
모델로 활동하는, 20년 후에는 다시 건축가로 변신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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