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이창주, 이규열ㅣ순간을 박제하는 등대사진관

필터 한 번이면 촬영부터 보정까지 순식간에 끝내는 지금, ‘습판 사진’이라는 아날로그 사진 장르로 사랑받는 사진관이 있다. 바로 NO 보정 NO 필터의 ‘등대사진관’. 이 공간을 탄생시킨 포토그래퍼 이창주, 이규열 실장은 순간을 평생 보존하는 박제사들과 같다.

기획1 아날로그감성 그 첫 번째 이야기, 필름에 빠진 청년 일삼오삼육 이진혁 대표
기획2 아날로그감성 그 두 번째 이야기, 순간을 박제하는 등대사진관


용산의 여러 빌딩 뒤로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등대사진관.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띈다.

TAKE 1. 등대사진관의 탄생 비화가 궁금합니다. 옛 주택을 개조해 사진관을 운영하고 계신 이유가 있나요?

이창주 실장(이하 생략) 2006년에 ‘라이트하우스’라는 스튜디오로 시작을 했어요. 등대사진관 뒤편에 아직도 운영 중인 곳인데, 2014년 무렵 일이 다 끊겨서 촬영하는 곳이 아닌 렌탈 스튜디오로 전환하게 됐죠. 이 공간(현 등대사진관)은 ‘라이트하우스’를 렌탈 스튜디오로 전환한 후 사무실로 구한 공간이에요. 여유 있는 이 공간을 살려보고자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떡볶이 식당부터 튀김집, 카페까지…(웃음) 그래도 우리가 줄곧 해왔던 것이 사진이니까 사진관, 그중에서도 아날로그 사진관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등대사진관을 시작하게 됐죠. 오래된 옛날 카메라를 꺼낼 때의 심정은 ‘되든 안 되든 한 번 해보자!’였어요. 그러던 와중에 ‘습판 사진’을 유튜브에서 발견했는데,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아무도 (습판 사진을) 하고 있지 않더군요.

이규열 실장(이하 생략) 등대사진관 이름의 비화는 ‘라이트하우스’에서 따온 것도 있지만 사진계의 중심이자 빛이 밝은 곳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여기가 원래는 점집이었어요. ‘약사함’이라는 점집이었는데 사진관으로 하기로 정하고 나서 그 용도에 맞게 빈티지한 느낌으로 세팅을 한 거죠.

인테리어나 디자인 요소는 저희가 워낙 잡지 촬영할 때 인테리어 잡지,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많이 담당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꾸며봤습니다.



등대사진관을 함께 시작한 이창주 실장(왼쪽)과 이규열 실장의 등대사진관 내부는 빈티지 디자인이 돋보인다. 곳곳에 놓인 습판 사진을 위한 약품들이 마치 실험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잡지사에서 10년 정도 생활하니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직에서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게 되니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독립해서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이규열 실장과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나이도 동갑이고요. 그래서 같이 2006년도에 라이트하우스 스튜디오를 차리게 된 거예요.
원래 하던 일이 사진 일이니 카메라는 보유하던 게 있었고, 새로 산 것도 있어요. 제일 작은 사이즈인 카메라는 필름도, 사진도 가능해요. 대형은 요새는 잘 안 쓰는 기종인데, 큰 사이즈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예요. 이건 갖고 있었고 이보다 더 큰 사이즈는 구입을 하게 된 거죠. 개조하면 습판 사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로요.


요즘엔 보기 드문 큰 사이즈의 카메라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TAKE 2. 등대사진관에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일정한 프로세스가 필요해요. 습판 사진은 사전 준비와 사후 준비가 다르고, 촬영 당일 준비도 따로 해야 해요. 한 달 단위로 필요한 약품들을 미리 조제해야 하고, 당일에 필요한 것도 미리 준비해야 하죠. 촬영 당일날에 맞춰 준비해야 할 게 있고 사후에 스캔도 받아야 하고 코팅도 해야 하고… 그런 프로세스로 하루, 일주일, 한 달이 흘러가요. 그래서 예약시스템으로 운영하죠.

운영 시간이 끝나도 촬영본을 건조하고 스캔하고 코팅을 합니다. 문 닫고서 새로운 과정을 진행하는 거죠. 이런 프로세스로 빈틈없이 진행하다 보니 지나가던 손님이 우연히 들어와 찍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습판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이규열 실장의 모습. 빛에 예민한 카메라이기에 검은 천은 필수다.

저희는 총 1시간 정도 잡고 촬영을 진행하는데, 30분 정도는 대화를 나눕니다.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어디서 오셨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저희를 알게 되셨는지, 아날로그 사진을 좋아하는지 등등… 그 안에서 공통분모를 찾아서 소통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긴장도 풀 수 있고요.

나머지 30분은 촬영에 집중합니다. 촬영한 후에는 사진이 양화로 나타나는 그 신비한 순간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해요. 일반 흑백사진은 사진가만 그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선 손님들이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사진이 나왔을 때 빛이 세서 눈을 감았다거나, 얼굴 쪽에 얼룩이 생기면 재촬영을 진행합니다. 대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에 되도록 한 번에 끝낼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저희가 아주 드문 경우지만 여섯 건까지 다시 찍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가족 단위의 경우 아이가 눈을 감는다거나, 얼룩이 가족 얼굴에 돌아가면서 생긴다거나 할 수 있거든요.

대개는 괜찮은데 아주 가끔 그런 일이 있죠. 그래서 작업할 때 더 긴장하는 것 같아요.


습판 사진 카메라를 통해 본 피사체.

TAKE 3. 촬영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기술을 익혔던 그 과정, 순간들을 들려주세요.

저희가 지금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는데, 2년 반은 준비만 했어요. 처음엔 3개월에서 6개월이면 기술을 마스터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웃음). 사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니까. 그런데 실제로 뛰어들고 보니까 전혀 다른 거예요. 약물을 제조하는 것만 해도 레시피가 있음에도 구현이 잘 안 되고, 그런데 한국에는 약물 제조 관련해서 물어볼 곳이 없고…

도움을 조금이라도 받은 건 유튜브를 보고 독학했어요. 습판 사진을 어떻게 배웠냐는 물음을 받으면, 저희가 직접 가르쳐줄 수는 없으니 “관련 유튜브 1000편만 보라”고 답해요. 영상 하나에 모든 게 다 담겨 있지는 않지만, 수많은 영상 속에 분포돼 있는 팁들을 추측해서 ‘아 이렇게 하는 건가보다’ 하며 익힐 수 있었거든요. 기술을 100%는 아니지만 90% 이상을 유튜브랑 구글을 보고 익힌 거죠. 국내에는 이 기술을 다룬 이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순수하게 다 찾아낸 거죠.


약품을 바르고 나온 이창주 실장. 이창주 실장 뒤로 보이는 여러 습판 사진들은 등대사진관의 하나의 인테리어가 되었다.

TAKE 4. 습판 사진만이 가지는 매력을 얘기해주세요. 습판 사진은 흑백이라는 점도 큰 매력 포인트일 것 같은데요. 흑백, 혹은 색이 없는 사진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딱 한 장 밖에 없는 사진이라는 점. 복제가 안 된다는 의미가 있죠.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촬영 후 수정이 안 되는 단 한 장뿐인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한 장 한 장을 수제로 강화판을 만들어 촬영, 현상합니다. 그러다 보니 약물을 바르는 등의 제작 과정이 어떠한 형태로든 결과에 담겨 나와요. 주변의 얼룩 같은 식으로요. 그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철판에 찍기 때문에 100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겠네요. 흑백의 형태는 대상을 객관화하는 측면에서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색을 빼게 되니까 대상에 대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색 때문에 안 보이던 것들, 이를테면 얼굴의 주름이나 디테일들이 텍스처로 사진 안에서 만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대상을 조금 더 형태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인물이라면 인물의 표정이나 느낌들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색이 없는, 흑백의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흑백, 습판 사진이기에 가지는 매력은 공장에서 제조한 일정한 흑백이 아닌, 직접 제조해 약물의 차이, 바르는 방법의 차이에 따라 매번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점인 것 같아요. 같은 흑백이어도 그 색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TAKE 5. ‘한국 최초의 습판 사진관’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습판 사진이라는 장르는 저희가 2014년도 말에 일이 끊기고 사진을 더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만나게 된 ‘선물’ 같은 거예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것이 굉장히 뿌듯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상대가 없었죠. 그래서 이 장르가 알려지면 노력한 만큼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죠.

다행스럽게도 ‘최초의 습판 사진관’으로 미디어와 대중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서 ‘이 일을 잘 시작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이 올 줄은 몰랐지만 처음 저희가 이 장르를 유튜브를 통해 접하고 ‘와 너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연구하고 기술을 익히는 순간에는 걱정되고 두려운 순간들도 종종 있었죠.


등대사진관의 마스코트인 고양이 두 마리. 방탄소년단의 팬인 이창주 실장 딸의 요구(?)로 뱅이와 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은 검은색 고양이 탄이.

TAKE 6.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또는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세요!

가장 안타까운 게 요즘의 20대인 것 같아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하는데 기회가 많이 안 주어지죠. 그래서 ‘안전한’ 길만 가려는 경향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안전한 길은 경쟁이 치열하고, 문이 좁아요. 저희가 처음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데이터가 없는 길이기에 친한 지인들이 “과연 그게 될까?”라며 말렸어요. 저는 매력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생분들이 하고자 하는 게 있지만 도전하기에는 두려운 것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요.

가장 중요한 게 자신만의 실력, 경쟁력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쉽지는 않죠, 일단 잘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후 그 분야에 대한 시장 조사를 하는 거죠. 지역이 될 수도 있고 온라인이 될 수도 있고… 끊임없이 매달리는 거죠. 그 속에서는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겠죠.

많이 간 길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블루오션을 찾아가는 게 확률이 더 높을 수 있어요.

‘일을 하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생을 ‘사용’의 관점으로 본다면, 개척하는 용기도 필요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희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인물 사진도 촬영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싶어요. 풍경 같은! 가령 DMZ를 습판 사진으로 찍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굉장히 큰 프로젝트죠.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목표입니다(웃음).

이전부터 한복과 같은 한국적 소스들을 촬영해오고 있는데, 사실 쉽지는 않아요. 사진 하나를 찍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니까… 그래도 앞으로도 이런 한국적 소스들을 꾸준히 촬영하고 싶어요.

복제 불가, 등대사진관에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습판 사진을 간직할 수 있다. 습판 사이즈에 따라 금액대가 다르며 4 x 5inch(10 x 12.5cm) 기준 8만 원부터다. 인터뷰를 통해 여러 번 강조했지만, 등대사진관은 예약이 필수! 방문 전 미리 상담을 하고 진행하자.
LOCATION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29길 29
INFO 02-3785-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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