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차사

커피와 와인, 칵테일 등의 해외에서 날아온 문화가 각광을 받는 지금, 우리의 차(茶)는 애호가끼리의 비밀처럼 조용하게만 번져나가고 있다. 그런 현상이 억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차를 대접하는 사람인 포차사는 그저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포차사는 이런 트렌드 따위엔 욕심이 없는 사람인 건지, 오소소 궁금증이 샘솟았다.

차를 대접한다는 것의 의미

차를 이르러 대지의 여신의 젖, 지유라 한다. 물이 맑기로 유명했던 우리 땅에서도 선조가 굳이 차를 즐겨 마셨던 연유가 이에 있다. ‘대지 깊은 곳의 근원적 힘을 지닌 잎을 우려, 정과 성을 담아 상대에게 대접한다.’라는 건 단순히 음료를 섭취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언제나, 그 차에 정과 성을 담는 사람들이 있었다.
차를 우리는 것에 무슨 큰 요건이 필요해 ‘포차사’라는 직업으로까지 생기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그 ‘차’란 우리가 흔히 마시는 녹차나 홍차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포차사는, 지유라는 이름에 걸맞은 차, 화학적이거나 인위적인 무엇도 개입되지 않은 채 최소 10년 이상을 유익균에 의해 발효된 보이차만을 다룬다. 아무리 세월이 바뀌어 편리한 것이 각광받는 세상이래도 ‘차 대접’이 갖는 본질적 가치는 잊지 않는다는 이러한 고집에서, 포차사라는 직업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인다.

포차사, 세월을 전하는 사람

포차사라는 직업의 의의에 대해 포차사 김미형은 “세월을 기다리는 차라고 하는 보이차를 대접하며, 그 세월까지 고스란히 함께 전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포차사는 먼저 찻잎을 선별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제대로 된 경로를 거치지 않고 수입된 보이차는 사람의 인체에 해로울 정도로 질이 나쁜 것도 있어, 포차사는 ‘제대로 된 세월을 보냈는지’를 감별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어림잡아도 1천5백~2천 종류의 보이차가 있다고 하니, 각 사람에게 맞는 보이차를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그다음은 올곧은 마음으로 정과 성을 담아 차를 우리고, 상대방이 차를 천천히 마시는 동안 마주 앉아 함께 차를 마신다. 차를 우리고 함께 마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마주 앉아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전하는 일은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포차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갈한 마음이라고, 포차사 모두는 입을 모아 말한다.

포차사가 되기 위해 미리 알아야 할 것들

포차사가 차이관을 차리기 위해서는 포차사 3급 자격증이 필요하다. 필기는 보이차의 의의와 유래, 종류와 보관법, 음용법과 효험 등에 대한 전반적 지식을 묻고, 실기는 차를 우리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본다. 올해 봄부터 두 차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도 시험을 치를 수 있게 개방했으나, 현재는 차이관을 개관하려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생계적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포차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포차사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공유하는 데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차사 김준형은 “차를 정말로 좋아한다면 지식이나 감정 능력을 넓히는 것은 시간문제기 때문에, 무언가를 외우고 취득하려는 마음은 버리고 좀 더 차를 많이 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Mini interview ‘차이관 지유명차 종로점’ 김준형의 포차사 탐구

럽젠Q 포차사를 하며 가장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손님들과 함께 차를 많이 마시다 보니 하루에 2~3L 정도의 보이차를 마십니다. 2~3L라니 놀랍지 않나요? 아마 보이차가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이었다면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을 거예요. 성격도 많이 온화해지는 걸 느끼죠. 많은 양의 보이차를 마신다는 게 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너무 좋은 일이죠. 누군가에게는 힘든 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럽젠Q 포차사의 마음가짐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요?

장사를 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물질적인 마음은 조금 버렸으면 해요. 좋은 것을 남과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임하지 않으면, 이렇게 오래도록 앉아 타인과 안정적으로 얘기를 나눌 때 다 드러나겠죠?

럽젠Q 포차사라는 직업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요?

가끔 포차사로서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너무 많이 생계수단의 방법으로 직업을 택하는 것 같아요. 차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차를 많이 알게 되고, 좋은 차를 상대방에게 대접할 때의 감동을 알아가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된다면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포차사에 관심이 있다면 바로 종류를 달달 외우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려 하기보다는, 차를 많이 접하고 더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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