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양심을 입다


글,사진

생각 없는 자들의 사치품처럼 여겨졌던 패션이, 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동물학대를 이유로 모피를 반대하는 운동은 있어왔지만, 본격적인 친환경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친환경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은 ‘가방’이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에, 가방의 변신은 유난히
빨랐다. 근래에 흔해진 ‘에코 백’은 사람들이 ‘패션’에도 친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줬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가죽대신 천으로 만들어진 이 ‘에코 백’은
파파라치가 찍은 헐리웃 스타들의 사진에서도 흔하게 발견될
정도였다. 이는 ‘에코 백’이 환경에 대한 의식을 넘어선 ‘핫 아이템(Hot Item)’으로 자리잡았
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유명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은 수송용 트럭 등에서
내용물을 가리기 위해 흔히 사용되던 방수
천으로 만든 가방으로 유명해졌다. 견고하긴
하지만, 온갖 광고 문구들과 재료가 고급
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격은? 20만원에서 40만원 정도라고 생각해
보면, 가격도 결코 일반 가방에 비해-더구나
재료를 생각하면 더욱-싸지 않다. 그렇다면
이 가방을 구입해 쓰는 사람들은 ‘환경 운동가’
라도 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하지만 ‘프라
이탁’이 선보이는 가방은, 10년을 써도 멀쩡한
견고함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이라는

매력이 있다. 남과 다른 특별함을 추구하는 세대의
변화와 맞물려,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렇게 친환경 패션의 성공사례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패션이 패션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지구를 향한 양심 또한 지키게 된 것이다. 그렇게 패션은 환경과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친환경 패션은 이렇게 시작되었지만, 처음부터 하나의 흐름으로만 시작된 것이라면 짧은 유행으로 ‘반짝’하고 말았을 아이템들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몇 년 이상 지속되어온 관심의 바탕에는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부는 ‘친환경’ 바람이 있다. 편리함이 곧 유익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불편하더라도 좀 더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 친환경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가장 기본적인 음식부터 시작해서, 환경과는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자동차나 전자제품 조차도 친환경을 강조한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시작된 생활 전반의 ‘친환경’ 흐름은 패션에도 예외가 아니었고, 시작된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되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전부는 아니다. 단순히 제품의 실용성을 너머 제품에 부여된 이미지나 더 나아가 기업에 부여된 사회적 이미지는 사람들이 물건을 선택하는 데에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되면서, ‘친환경’의 이미지는 더욱 강조되었다. 더구나 실용성 이상으로 아름다움이나, 이미지가 중요한 패션 분야이니 이러한 변화는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이나 제품이 주는 친환경의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함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내 몸에 유해하지 않고, 환경까지 생각한다는 이미지가 제품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이미지까지 함께 선택하게 하는 효과를 주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필요한 것을 구입하면서, 환경까지 생각한다는 양심까지 챙길 수 있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나쁠 리가 없다.

단순해 보이는 친환경 패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하나는 환경에 피해를 줄이는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천을 사용하는 ‘유기농 패션’과, 남은 하나는 이미 있는 재료들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재활용 패션’이다. 하지만 요즘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간다. 지구 환경뿐 아니라, 작업을 하는 이들까지 생각하여 사람과 환경 모두를 아우르며 서로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원료 생산자들에게까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소위 ‘공정무역’까지 끌어안은 포괄적인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이 ‘서스테이너블 패션’에 관심을 갖는 디자이너들이 이미 많다. 영국의 디자이너 캐더린햄넷이나, 일본의 디자이너 오카마사코 등은 이미 친환경 패션으로 유명한 이들이다. 디자이너들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일본 브랜드인 ‘무인양품’이나, ‘H&M’, ‘베네통’, ‘막스&스펜서’ 같은 유명 브랜드 이름은 어떤가. 이들도 저마다 유기농 코튼을 이용한 옷을 판매하거나, 수익금을 환경 재단에 기부하는 등 친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휠라코리아’나 ‘효성’ 등이 본격적으로 재활용 섬유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친환경 패션을 위한 움직임들이 시작되고 있다. 친환경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적일 수 밖에 없는 한, 이러한 변화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루 하루가 바쁜 사람들에게, 환경은 참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는 점점 더 급박한 문제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앞에서,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작은 것이라도 변화해 나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수 많은 ‘친환경’의 손길들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불편하지 않다. 친환경 패션도, 생각했던 것만큼 거부감이 들지 않고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균형점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접하지 않은 것에 대한 편견만 버린다면, 앞으로도 양심을 입은 패션은 우리에게 상상 이상의 많은 것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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