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키 알파게 | 천진난만함으로 세상을 움직이다

올해 여름, 유럽을 중심으로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다. 까만 눈과 머리를 가진 한국인이 아니라, 곱슬 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낯선 이가 한국의 문자로 쓰인 종이를 들고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었던 것. 궁금해 하던 행인이 “Are you Korean?” 하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No, I’m not Korean!”이었다. 그 낯선 이는 트루키 알파게(25), 사우디 아라비에어서 온 천진난만한 청년이었다.

유럽의 중심에서 G20을 외치다

트루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서울산업대)에서 유학 중이다. 전자공학 전공이고 자동차를 좋아한다. 특이할 것 없는 보통의 유학생으로 넘기지 말길. 트루키는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을 알렸다. G20의 홍보대사로서 한국인보다 더욱 열심히 G20 정상회의를 알린 것이다. 사실 시작은 미약했다. 동아리 친구의 소개로 G20 앰배서더(Ambassador)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단히 블로깅을 하거나 홍보활동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G20을 알면 알수록, 활동을 하면 할수록 일이 점점 커졌고 G20을 알릴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떠났다. 유럽으로!
G20 앰배서더 슬로건은 “젊음이여 세상에 G20을 소리쳐라”. 이 슬로건을 한 글자 한 글자 출력을 했다. 그리고 핀란드, 체코, 독일, 프랑스를 다니면서 명소에서 글자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혼자 떠난 여행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촬영을 부탁했다.

유럽인 : “이게 어느 나라 말입니까?”
트루키 : “한글입니다.”
유럽인 : “한국 사람입니까?”
트루키 : “아니요, 사우디아라비아인입니다.”
유럽인 : “!#$%^&”

사람들이 신기해했어요. 그래서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다 보니 G20을 많이 알리게 되어요. 그냥 G20을 설명하면 잘 안 듣거든요.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궁금해 했어요. 꼭 말을 걸고 가요. 그래서 G20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어요.

G20을 모르는 외국인뿐 아니라, 관심 없던 한국인에게도 G20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트루키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유럽의 중심에서 G20을 외친 셈이 되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 바로 호기심

공학을 공부하려면 독일, 일본 등 기술강국이 있는데 그는 왜 하필 한국을 택한 걸까? 그의 답변은 거창하지 않다. 궁금했단다. 그는 문화충격(Culture Shock)을 많이 느끼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컬쳐 쇼크, 많이 많이 느꼈어요. 특히 한국 가족, 정말 신기해요. 가족끼리 사는 것 보면 사우디 아라비아나 미국보다 훨씬 관계가 좋아요. 그게 가장 신선했고 장점인 것 같아요.

사실 그가 한국을 처음 접한 것도 단순한 호기심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KBS, Arirang TV을 보았을 때 느꼈던 흥미가 한국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처음 보고 한국 방송프로그램을 즐겨보았죠. 한국사람, 참 재미있어 보였어요. 그리고 한국말이 신기하고 쉬웠죠. 복잡한 중국어나 한자가 많이 있는 일본어가 훨씬 어려워 보였죠. 이것도 한국을 선택한 이유예요.

그는 호기심은 가득하나, 그저 키작은 어린이는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비 장학생으로 국가에 선발되어 한국을 선택하여 공부하는 것. 호기심이라는 창의적인 한 쪽 날개와 노력이라는 또 한 쪽의 날개를 통해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한국 교육수준이 높을 지 몰랐는데, 학위도 없는 대학생이 심장 박동기를 만드는 등 신기한 기술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천진난만 눈빛이었지만 어느새 그의 눈은 진지하게 변해있었다.

트루키는 장난꾸러기

트루키의 친구는 트루키는 장난꾸러기라고 소개했다. 자연히 그의 천진난만함은 생활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주말에는 공부 금지예요. 홍대에서 클러빙을 하거나 날씨가 좋으면 여행을 다녀요.

실망하지 마시길. 그의 여행은 장난끼가 가득하다.

지도를 펴놓고 눈을 가린 다음, 손가락으로 아무 곳이나 찍어요. 그리고 그곳으로 떠나죠.

때로는 렌터카를 빌려서 떠나고, 때로는 고속버스를 타고 떠난다는 그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양양을 찍고 여행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아무것도 없던 그곳에서 하릴없이 걸었던 여행을 최고로 뽑았다.

이런 트루키가 느끼는 한국의 가장 큰 단점은 늘 바쁜 삶이다. 친구가 되고 싶으면 자주 만나야 하는데, 우리의 ‘빨리빨리’ 근성이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친절은 트루키를 더욱 미소 짓게 했다.

한국 사람들 진짜 진짜(그는 늘 단어를 반복했다) 친절해요. 외국인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친해지고, 참 친절하게 도와줘요.

천진난만한 그의 이야기에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배어 있었다. 처음 그는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에 익숙해지면서, 학업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한국에서 취업해보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다만 G20 홍보대사뿐 아니다. 점점 그는 곱슬머리에, 갈색눈동자를 가진 ‘낯선 이’가 아니라 ‘익숙한 이’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조만간 블로깅으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알리고 싶다는 트루키. 그의 천진난만한 도전 속에 우리의 눈이 또 한번 휘둥그래 질 것 같은 즐거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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