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리스트 김민경의 색(色)다른 인생, 색(色)다른 직업













“처음 방송을 하는데, 컬러리스트라는 말을 못 쓰게 하는 거예요. 방송심의에 걸린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미용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방송을 했던 적이 있어요” 1991년, 컬러리스트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컬러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한 사람이 있었다. 김민경 한국KMK색채연구소 소장. 그녀는 우리나라 컬러리스트 1호이자, 개척자다. 국내 최초로 색채 전문 연구소를 만들어 컬러리스트 양성 프로그램을 확립했고, 현재는 각종 기업의 색채 컨설턴트, 대학교수로 활동 중이다. 지난 1997년에는 세계일보의 ‘세계 속의 한국인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컬러와 관련된 분야에서 이제 김민경이란 이름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컬러리스트는 과연 무엇인가? 예전과 다르게 컬러리스트를 아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컬러리스트는 낯선 직업이다. “컬러리스트는 인간이 다루는 모든 색을 컨설팅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색을 디자인하고, 연구 개발하지요. 요즘은 더 나아가 색을 마케팅과 연관시키는 일까지 합니다.” 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컬러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어떤 소질이 필요한지 궁금해 하자, “컬러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일단은 색을 선별하는 능력과 선별된 색을 응용하는 능력이지요. 더불어 색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라고 답한다. 또한 유아기부터 감성교육이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녀도 처음부터 컬러리스트가 된 것은 아니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프랑스 유학도중에 색깔의 다양성에 눈을 뜨게 된 것. “프랑스에서 텍스타일 공장을 시찰했는데 색깔이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거예요. 프랑스에서는 노란색을 8가지로 나누는데, 하얀색, 빨강, 검정, 청색이 섞이면서 노란색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색깔이 나오는 거예요. 나름대로 색깔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지금에 와서야, ‘1호’ 또는 ‘개척자’라는 빛 좋은 수식어가 붙지만 처음엔 이런 저런 고충도 많았단다. 색을 분류하고, 적용하는 일은 디자이너들의 잡무로만 여겨지던 시절이었기에, 그녀는 미용전문가라는 생뚱맞은 직함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괴롭혔던 건 사람들의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색채를 다루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가 색을 결정하면 그만이었죠. 색은 디자이너가 아닌 컬러리스트가 결정해야 효과적이란 걸 인식시키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런 ‘고정관념’과의 싸움을 자처한 것은 아니다. “처음 귀국해 보니 같이 일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르쳐서라도 함께 일할 동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그녀는 ‘연수’란 걸 시작한다. 컬러리스트에 대해 잘 모르는 교수들을 해외로 견학 보내고 그녀 자신이 각종 행사를 돌아다니며 컬러리스트 홍보대사를 자처한 것. 연수를 통해 컬러리스트를 알게 된 사람들만 해도 지금까지 100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척박한 토양에 1000개의 ‘종자씨’를 뿌린 셈이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 올해 들어 컬러리스트 학원이 두 개나 들어섰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 컬러리스트가 한창 뜨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는 대뜸 “속상하다”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컬러리스트란 게 단순히 자격증만 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매년 이천 명씩 컬러리스트 자격증 소지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현장에선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컬러리스트 지망생들에게 “색채는 외우는 게 아니라 익히는 것”이라며 “색채 공부는 단시간에 끝나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모두들 그녀를 컬러리스트 1호라 치켜세운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본 그녀는 황무지에 컬러라는 씨를 뿌리고, 밭을 갈아 온 우직한 농부였다. 열매는 지금 각 기업체와 연구소에서 활동중인 그녀의 제자들과, 컬러리스트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인식이다. 하지만 아직 그녀에겐 가야 할 길이 멀다. 아직도 색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위한 교재가 아닌, 일반인들이 스스로 색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을 준비 중입니다. 국민의 5%가 컬러를 인식하면 선진국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는 이제 시작인 거 같아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녀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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