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유토피아 설계도

중간고사 기간,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을 애써 외면한 채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번 시험만 끝나면 축제 때 제대로 놀아야지!” 그러나 시험도 축제도 끝난 지금, 뭔가 공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단순한 흥미 위주의 행사 속에 진부한 것을 새롭게 바꾸려는 노력 없이 매년 되풀이되는 행사들… 대학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인 축제의 진정성이 사라진 현실 앞에 그저 눈감을 순 없는 일이다. 자, 어디 가슴으로 답해보라. “이번 축제, 정말 즐거웠습니까?”

어느 학교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던 날, 어느 때나 똑같이 학과 주막에 들려 동기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돌아와 단잠을 잤다. 그때 꿈속에서 등장한 어느 아이디어가 넘치던 축제의 대학교. “와, 그 현장에 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김 기자의 꿈을 따라 럽젠의 바람으로 완성했다. 이상적인 축제가 있는 기상천외한 가상대학교 설계도.

Festival idea – 교복 day

김 기자는 친구와 함께 축제에 가기 위해 대학교 정문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은 이 기운은 뭘까. 저 멀리서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오는 게 아닌가. 혹시 단체로 ‘과티’라도 맞췄을까? 그때 같은 옷을 입은 친구, 석준이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어울리냐?”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학교에는 ‘교복 데이’가 있어서 학교 내 학부생, 석박사, 교직원 모두가 같은 반팔 티셔츠를 맞춰 입는다고 한다. 교복을 입고 하나가 되자는 공동체 의식을 담은 것. 좀 더 발품을 팔아 광장에 갔더니, 교복 패션쇼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같은 옷이지만,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가장 잘 소화한 사람을 뽑는 자리였다. 스키니진에 하이톱 슈즈를 매치한 남학생, 아이스 진에 킬힐을 신은 여학생 등 다양한 학생이 자신의 스타일을 멋스럽게 뽐내고 있다.

김 기자 says
복장 자율화가 된 대학생 시절, 대학 내의 모든 이들이 함께 같은 옷을 입으면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이 커지고 고교 시절의 향수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요? 심지어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패션쇼까지 함께 진행하면 하나가 되는 가운데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 같다.

Festival idea – 멘토와의 만남

광장을 지나 인문관으로 향하니, 축제기간 중에도 수업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북적대고 있다. 수업의 주제는 ‘멘토와의 만남’. 축제기간에 정규 수업은 대부분 휴강이 되고, 학생들이 미리 신청한 멘토를 총학생회와 학교본부에서 함께 기획하고 섭외하여 멘토 특강을 개설한 것이었다. 이번 특강에는 소설가 성석제, MBC 촬영감독 송인혁, 방송인 김제동, 벤처기업인 안철수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가 참여해 특강을 하고 있었다. 평소 존경하던 안철수 교수님의 수업을 듣기 위해 급하게 특강 강의실로 달려갔지만, 이미 모든 자리는 꽉 차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복도에서 구경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신기하게 졸거나 떠드는 학생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평소의 수업 시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김 기자 says
A급 스타도 좋지만, 평소 학생들이 꼭 만나고 싶던 멘토를 초청해 특강 자리를 만들면 학생의 호응도 뜨거울 것이다. 총학생회나 학교 본부 등은 학생이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갖고 꿈을 향해 달려가도록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Festival idea – 친환경 프로젝트

감동적인 강의를 듣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점심을 먹을 생각에 학교 식당을 갔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 메뉴가 모두 채식이다. 육류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이유인즉, 친환경 축제여서 이 기간만큼은 교내에서 채식 식단만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동물사육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 봄 향기 가득한 채소와 과일이 가득한 식단은 뜻밖에 맛이 괜찮았다.
이어서 소화시킬 겸 학교 뒷산 쪽으로 산책을 했다. 그때 우르르 몰려오는 무리, 아마도 공대 학생인 것 같다. 그들은 삽질하고 나무를 심거나 주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자연을 건강하게 하려는 공대생들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또, 밤이 되면 에너지 절약을 위한 30분 소등 행사가 있다고 한다. 꼭 필요한 전기제품만을 제외하고, 교내 모든 시설의 전기제품과 조명을 30분 동안 끄는 이벤트다. 이 30분을 위해 촛불을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 연인과의 키스 타임을 노리는 늑대(!) 등이 눈에 띄었다.

김 기자 says
축제 기간이 끝나면, 학교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엄청 늘어난다. 에코 트렌드에 맞게 학교 축제도 친환경을 주제로 채식 식단을 준비하거나 일회용품과 자동차가 없는 날로 정하면 어떨까.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로, 불편하지만 경각심을 일으키는 축제가 필요할 듯하다.

Festival idea – 보물찾기

뒷산을 지나 호수로 왔다. 어? 번지점프대다! 대학생의 도전의식과 담력을 기르기 위해서 총학생회에서 특별히 마련했다. 친구는 무료라고 함께 가자고 한다. 하지만, 지레 겁을 먹고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급하게 뛰어와 벤치에 앉았는데, 나무벤치의 결 사이에 쪽지가 있다. 열어보니, ‘iphone’이라고 적혀 있다. 친구가 따라와서 쪽지를 보더니, “대박!”이라고 외친다. 축제 중 학교 전체에서 보물찾기하고 있는데, 그 주인공으로 내가 당첨된 것이다. 이 쪽지를 들고 총학생회로 가면 진짜 아이폰으로 바꿔주는 것! 그리고 보니 이 부근은 미끄럼틀이나 퐁퐁 등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그 곁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편에선 스마트폰의 GPS를 통한 술래잡기도 벌어지고 있었다.

김 기자 says
축제기간 동안 학교가 놀이터가 되는 것은 어떨까? 번지점프대를 설치해 젊음의 도전과 극기훈련도 해보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미끄럼틀, 퐁퐁 등 놀이기구 가운데에서 보물찾기도 하면서. 그리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신기술 놀이도 함께 곁들인다면 트렌디한 축제로 인기를 얻을 듯.

Festival idea – 세계요리 경연대회와 한국어 대결

이번에는 언어교류원(국제언어교육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정신없이 놀아서 허기가 느껴졌는데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한다. 냄새의 근원으로 가봤더니 여러 외국인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각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세계요리 경연대회라고 한다. 그곳에서는 한국인 학생의 투표로 우승자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여러 학생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음식은 평소 접할 수 있었던 서양식보다는 멕시코의 치킨 브리또, 중국의 마라탕, 나이지리아의 에구시 등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것 천지였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하고 떠나려는 그때, 한쪽을 보니 ‘5 vs 1 대결’이라는 제목으로, 외국인 유학생 5명과 한국인 학생 1명이 한국어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한국인 학생이 체계적으로 문법을 배운 5명의 유학생에 맞서 고전하는 모습이 즐거웠다.

김 기자 says
우리 세대가 글로벌 세대인 만큼, 한국 학생들만의 축제가 아닌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어울리는 축제를 기획하는 게 좋을 듯하다. 모국의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 먹고, 한국어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란!

Festival idea – 거리 예술전

이번에는 예술대학이다. 축제기간이 되면 예술대학 근처는 음악과 미술의 거리가 된다. 학생들이 길거리 미술 작품전을 열어 놓고 한쪽에서는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마치 독일의 음악 도시 라이프치히에 온 것 같다. 거리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등의 현악이 울리고 있다. 아, 이 아름다운 클래식의 선율이란! 좀 더 길을 걸으니, 이번에는 국악과에서 국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선 시대로 돌아가 궁중연주를 듣는 것 같다. 각 전공의 여러 학생이 시간을 정해서 축제기간 동안 연주를 하고 있었다. 가수 공연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어내는 음악을 들으니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

김 기자 says
가수 초청공연 대신 예술대의 학생이 직접 연주를 하거나 전시를 해 학교를 열린 갤러리로 기획하는 것이 어떨까.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클래식이나 국악도 접하고 미술도 감상하면서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축제가 그립다.

Festival idea – 축제 인턴십

우와, 놀다 보니 시간이 빨리 흘렀다. 이제 축제 구경을 마치고 학교를 나가려는데, 정문 옆에 축제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보인다. 보통 축제를 진행하면 홍보와 아이디어, 그리고 일꾼까지 모두 부족해 세운 정책이란다. 이런 축제 인턴십 제도를 통해서 학생 참여를 유도하고 재미있는 행사를 기획하려는 것. 참여한 학생은 학교로부터 봉사활동 시간과 학교 인턴십 인증서, 그리고 소정의 활동비까지 받는다니 여러모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활동이다.

김 기자 says
학교 축제는 총학생회와 학교본부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인턴십 제도를 활용해서 주최 측에서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참여율을 올리고, 학생으로서는 봉사하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으헣

    @이주현 기자
    그러게요~ 우리가 진짜 이런 말도 안되는 축제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ㅎㅎ
  • 이주현

    안되는게 어딨겠어요,
    하지만 이런축제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겠지요?
    조금씩 조금씩 대학축제가
    주어진 축제가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축제가 되길^^
  • 으헣

    @cindy
    사실 제가 아이폰을 뽑고 싶어서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해봤어요. ☞.☜
    정말 이런 축제가 있다면 좋겠어요 ㅎㅎ
  • 야구박사신박사

    축제문화가 많이 바뀌었네요... 졸업한지가 좀 되어서인지 잘 이해는 안갑니다... ㅎㅎ
    그나저나 멘토와의 만남은 저도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우리 럽젠도 한 번 기획해 볼까요? ^0^
  • 고져스! 정말 상상치도못했던 많은 일들이 가능하군요!
    축제인턴 독특하면서 좋네요~ 자신이 직접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축제도 즐기고!
    호수근처에서 보물찾기하는데 아이폰이 적힌 쪽지를 발견한다면!! 꺅!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게다가 전기를 아끼는 차원에서 30분동안이나 모두 불을 다 끄다니>.<
    교복을 입고 이런 기상천외한 축제를 즐긴다면.. 와 정말 네이트 메인에 학교가 뜨겠는걸요?ㅋㅋ
    그림이 특히나 정말 귀여워요! 톡톡튀는 상상력이 가해진 축제들! 실현을 기대해봅니다 ㅎ.ㅎ

소챌 스토리 더보기

나의 라임 단골집 2탄 (feat. 동네 맛집 털기)

나의 라임 단골집 1탄 (feat. 동네 맛집 털기)

<카일루아> 윤정욱 작가ㅣ디지털 노마드로 산다는 것

가성비 좋은 푸드트럭 삼만리

서울의 심야식당 3

졸업전시 – 전시 / 공연 / 쇼

집밥 “서선생” – 남은 추석 음식 활용편 –

가을이니까, 소채리가 추천하는 10월 나들이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