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파티기획 마인드]제3강 파티-이벤트와 축제의 기묘한 관계

   
 
 
     
 
 
  축제의 이미지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는 것으로, 사회의 완성태였다. 물론 원시 공동체의 이상을 간직하고 있던 축제는 고대시대를
거치면서 위정과 통치의 도구가 되었다. 정치, 종교,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기능적이고 목적지향적

제작행위였던 것이다. 결국 인류는 축제의 이상과 현실적이고 의도적인 정치사회적 기능 사
이의 거리를 끊임없이 느껴왔을 것이다. 그 거리는 위정자와 피지배자, 지배계급과 비판적 지식인 간의
이데올로기적 차이를 반영하기도 한다. 인류는 지금의 대학인이 겪는 것과 같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의식하지 않는 놀이 상태가 불가능한, 제작상의 한계를 느껴왔다.
소통적이면서도 순수한 축제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격 때문에 번뇌해왔다. 그것은 의식적
으로 만들 때 벌어지는 축제에 고유한 문제다.

축제가 자연발생적이고 다소 자의적이라면, 기획은 철저하게 근대적 사유방식이다. 목적에
따라 시간의 역순으로 인력과 재원과 가용시간을 투입하고, 산출할 목표(기대효과)에 따라
전략을 세우는 행위는 이성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다. 공정과정에 대한 합리적 연구라는 점에서, 기획은
도구적 합리성을 지닌 지식기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기획은 개인의 주체적
사유에 기초를 둔다. 우발적인 인간 활동과 감성적인 축제 역시 예측가능한 과학으로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물론 자주 강조하는 바와 같이, 건강한 주체적 사유가 공동체를 포함
한 자신의 삶을 기획하는 일환으로 스스로 제작하고 참여하는 축제를 바라보도록 확대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축제를 기획한다는 말은 본질적인 질문을 쉬지 않고 내민다. 그러나 기획과 축제 사이를 극복할
수 없는 거리로만 인식하는 시각 자체가 반축제적인 것일 수 있다. 근대적 사유 중에 지나치게 기계적인
이분법적 사유를 취하는 것은 자유롭고 유동적인 축제의 태도를 억지할 것이다. 인간에게, 우리 모두에게
관심있는 부분은 양자가 어떻게 만나는가 하는 점이다. 합리적인 기획이 어떻게 제한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축제 만들기 를 돕는가. 축제의 이상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기획을 통해 더 소통의 힘이 큰 축제를
만들 수 있다면 생각이 매력을 주지 않는가! 공동체와 놀이의 이상도 버리지 않고 효율성이나 예측된
효과도 얻으려는 축제만들기야말로 도전하지 않을 수 없는 마력이다. 자유 속에 합리성을 넣으려는 생각,
놀이를 훼손하지 않고 기획하려는 시도 역시 현대적 사고를 드러낸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를 좁히려는 도전들이고, 이것이 오늘날의 기획자에게 필
요한 정신이다. 사람들은 자연의 상태를 재단하는 꽃꽂이나 분재예술을 인공적인 억압으로
본다. 그러나 정원수 가꾸기나 예술조경처럼 이들 역시, 자연과 대치하는 인위의 문명이 아
니라, 어떻게 자연미와 생명의 힘을 죽이지 않고 그것에 더욱 숨을 불어넣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의 에너지 넘치는 적극적인 관점이 축제에도 적용된다.

축제와 기획 사이의 절묘한 균형맞추기처럼 매력적인 것이 있을까. 우리는 본질적으로 축제의 현실태가
지닌 불완전함에 끌린다. 그래서 경사각을 떨어지는 시지프스의 돌을 끊임없이 다시 산위로 올리듯,
다시 이상에 접근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어한다. 독수리가 쪼아먹어도 다음날 어김없이 재생하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처럼 합리적인 기획의 욕망이 새로 돋는다.
끊임없이 밀랍날개를 달고 이카루스처럼 축제의 이상에 접근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만이 매
번 똑같은 공정을 되풀이하는 통조림공장 같은 기획업자들을 넘어서고, 자신이 만든 축제로
부터 소외되지 않고 즐겁게 소비하는 꾼 이 될 수 있다.

이상으로서의 축제와 근대적 도구적 이성이 낳은 제작기술(상품)으로서의 이벤트는 분명히 다르다. 또
좋은 축제가 합리적 기획을 끌어안으려는 힘처럼, 야심찬 이벤트는 효율성 속에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생성을 담고자 한다. 오히려 이상적인 개념으로서 축제와 구분해야 할 것은 축제이벤트다. 오늘날 우리가
축제라고 부르는 대부분은 축제이벤트다. 그것은 축제의 이상보다는 표준화된 기계적 공정에 매달리면서
이벤트의 현실만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연과 인위의 밧줄타기는 힘든 것이다. 그런 불안한 밧줄타기, 감성과 이성 사이의
넘나듬을 우리는 예술이라고 불렀다. 결국 이벤트를 거스르는 힘, 그러면서 그 합리적 공정
을 남기는 것이 오늘날 축제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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