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다문화, 생각해보셨습니까

불과 3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단일민족’이라는 타이틀은 한국의 대단한 자랑거리처럼 비춰졌다. 이제 그 신화가 사라지고 ‘다문화’가 자리잡은 지금, 역량을 갖춘 다문화 캠페인의 전도사들이 긍정적인 사회 움직임을 선도하고 있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이 캠페인의 숨은 문제점과 가능성, 어떤 것이 있을까.

아름다운 움직임, LG 사랑의 다문화학교

최근 여러 기업을 비롯해 시민단체, 정부부처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에서 앞다투어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특히 기업의 움직임이 가장 민첩하게 움직였는데, 2009년 겨울부터 LG가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랑의 다문화 학교>가 바로 그중 하나다. 저소득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교육적 기회가 부족하여 학습에 뒤쳐지는 일이 잦다. 또한 사회적인 편견과 한국 사회와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소외되기도 한다. <사랑의 다문화학교>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오히려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그들의 다양성을 장점으로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프로젝트다.

<사랑의 다문화학교>는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다문화가정의 아동 70명을 선정하여, 한국외대와 카이스트 교수진 하에서 각각 언어(중국어, 베트남어)와 과학을 2년 동안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차세대 인재로서의 필수 능력인 언어와 과학을 온/오프라인을 모두 이용해 학습하면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자기 장점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이끈다. 또한 한국외대, 카이스트 대학생들이 직접 한 달에 시시각각 아동들과 접촉해 효율적인 공부와 과제 체크를 돕는 멘토링 제도를 통해 다각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아이들의 ‘멘토’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성보람(21,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은 사랑의 다문화학교에서의 멘토링 활동이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아직 저학년 생이고, 다문화 가정이라는 것은 약간 우리 사회에서 특수한 것이니까 그간 딱히 접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 활동을 하면서 많이 알게 되었죠. 학생들의 어머니들은 거의 외국에서 한국에 혼자 와계신 분들인데, 외로운데 대화상대가 없으시니까 저한테 상담을 하시는 경우도 많이 있었어요.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해 이해가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꼈죠.

다문화가정에게 ‘한국적’인 것을 강요하지 말라

그간 줄곧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던 다문화가정에 대해서, 사회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는 현상 그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다. 다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문제의 핵심은 제대로 붙잡고 있어야 한다. 몇몇 다문화 캠페인은, 다문화사회로의 도약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다문화적이지 않은 사고방식을 드러내어 보는 이에게 은근한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최근 TV를 틀면 심심찮게 나오던 모 기업 CF의 카피가 그러했다. ‘베트남 엄마를 두었지만 이 아이는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고, 세종대왕을 존경하고, 축구를 보며 대한민국을 외칩니다. 당신처럼.’’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저렇게 ‘한국 사람’ 사이에서도 불호가 갈릴 법한 온갖 ‘한국적인’ 것들을 섭렵해야만 하는 것일까. 다문화사회는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가 한데 섞여 공존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다문화를 향한 발걸음은 상대와 나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한국인과 비슷하니까, 혹은 그들이 한국인과 비슷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니까 받아들여주자는 태도는 단일민족 신화에서 더 발전한 것이 없는 사고이다. 다문화 사회는 편협한 관용 대신 타인에 대한 존중을 필요로 하고, 다문화 캠페인들은 이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다문화, 다른 이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

근래에 실시되는 다문화 캠페인이나 정책들은 대다수가 아직까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 방향적인 지원이나 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다문화가정의 일원에게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2009년 IMD의 ‘세계경쟁력보고서’를 보면, 한국 사회의 ‘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도’가 57개 조사 대상국 중 56위로 거의 최하위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 다수를 대상으로 한 직 •간접적 교육을 통해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인에 대한 교육으로는 문화적 콘텐츠를 통한 효과를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다. 2009년 미국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형식 시트콤 <모던 패밀리>는, 다문화 가정, 입양, 게이 부부, 일반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이’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면서도 가족들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살린 이 작품은, 마니아들로부터 ‘재미와 교훈을 두루 갖춘 작품’, ‘편견이 사라지게 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이 흥미를 끌면서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국내에서도 순조로운 기획과 방영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더 이상 이것은 ‘다른 이’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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