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현실적인, 그래서 알싸한 <양덕원 이야기>

김이 펄펄 나는 라면을 후루룩 불어 먹는 장면에서도, 배우끼리 피를 나눈 형제인 양 거침없이 다투는 모습 가운데에서도, 이토록 잔인하게 현실적이어도 되는가를 의문했다. 이런 공감 가운데 아닌 척 눈물의 직격타를 날리던 가슴의 미동은 무엇일까.

사진 제공 _ 극단 차이무
공감 속에서 뿜어 나오는 풍자

양덕원이라는 시골 어느 집. 이곳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공감가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특수한 상황과 어울러져 재미를 더한다. 아버지의 임종을 위해서 평소에 잘 보지 못 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러나 3시간이면 세상을 떠난다는 아버지는 눈을 감지 않고 3일, 3주, 심지어 3달이 지나도 돌아가시지 않으면서 본의 아니게 자주 모이게 되는 가족상이 그려진다. 죽음이라는 인생사에 이 같은 특수한 상황을 대치하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흥미를 일으키는 유머 코드를 담아 풀어낸다.

단순히 이런 공감이 전부가 아니다. 연극 속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를 절묘하게 숨겨 두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내려오는 자식들, 시골에 사는 부모님, 그들과 함께 살 생각은 없는 아들, 그런 오빠들에게 불만이 많은 딸. 이건 연극 안에만 있는 캐릭터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더 과장되지도 않았고 축소되지도 않은.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비계덩어리> 등의 풍자 연극이 그러하듯 양덕원 이야기의 웃음 속에 비수 같은 메시지가 녹아 있다.

주인공 없는 연극의 비밀 주인공

양덕원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없다. 6명의 등장 인물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야기의 축은 하나지만, Deep Focus라는 형식으로 주인공의 다각적인 입장과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하지만 이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연극을 유쾌하게 웃음의 경지에 올려주는 장의사 지씨다. 극 초반에 이어지던 아버지의 임종이 다가온 것에 의한 우울한 분위기는 이 할아버지의 등장으로 날아가 버린다. 후반부에서 할머니와 술을 마시며 취하는 장면 중 6.25 전쟁을 재연하는 모습은 공연장을 단숨에 개그콘서트로 180도 변신시킨다. 아, 무대 인사를 마친 뒤 보너스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시건방 춤’으로 마무리하던 땅딸한 할아버지를 떠올려보라.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인물은 2명의 비밀 주인공이다. 이 연극의 출연진을 정확히 말하자면 8명인 셈. 두 배역은 단 한 번도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지만, <양덕원 이야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는 끝까지 숨을 거두지 않으면서 그저 ‘앓아 누워 있는’ 상상 속의 인물로 다가오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원인을 제공한다. 또 하나의 배역은 ‘덕구’라는 강아지다. 라면 먹기를 강요받는(!) 덕구는 관객 가운데 지목되어 박장대소와 더불어 공연장과 관객석의 경계를 일시에 무너뜨린다.

<양덕원 이야기>는 사느라 바빠서 잃어버린 일상을, 행복에 대한 망각을 경각시키는 연극이다. 우리에겐 소중한 가족이 있고, 치고 박고 싸우지만 애틋한 형제가 있다는 든든한 삶의 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죽음을 화두에 둔 이야기라 눈물을 흘릴 줄만 알았더니 도리어 입가엔 미소를, 가슴엔 웃음을 담고 왔다. 아버지의 임종을 훈훈하게 그려낸, 그리고 너무나 리얼해서 잔인하게 느껴지는 <양덕원 이야기>. 연극은 끝났지만 아마도 그들의 삶은 그렇게 지속될 것이다.

L:리더의 빽투더 20s에서 <양덕원 이야기> 연출가 박원상 님의 ‘행복한 일상’으로 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고, E:럽젠 이벤트에서 댓글 이벤트로 이 연극의 티켓을 잡는 절호의 기회를 모두 당신에게 아낌없이 선물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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