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 남녀의 사랑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의 일본어 원제는 ‘冷靜と情熱のあいだ’. 이탈리아어로 파란 색을 의미하는 Blu와 빨간 색을 지칭하는 Rosso는 각각 냉정과 열정을 뜻한다. 김난주 번역가는 “내용을 살펴보면 Blu가 열정을 담았고, Rosso가 냉정으로 치우쳤다고 볼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소설의 제목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는 그녀는, 국내 제목은 냉정에 운을 맞추어 정열을 열정으로 바꾼 것이라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책은 저자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일본의 한 월간지에 교대로 연재한 소설이다. 때로는 편지를 통해, 때로는 상상을 통해 영감을 얻어 연재되었던 기간은 2년. 이들 부부 번역가는 어땠을까? “작업할 때는 부부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서로 작업을 진행하다가, 가끔씩 책에 대한 얘기를 하곤 하죠. ‘난 이 결말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데 넌 어때?’ 이런 식으로 묻기도 하고(웃음). 그게 전부예요.”

“작품 자체가 남녀 작가 공동 작업의 산물이니, 소담 출판사 측에서 더 이상의 번역가는 없다며 저희 부부에게 의뢰를 한거죠.”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니 어느 부분일까? 매우 궁금해졌다. 양억관 번역가가 설명한다. “Blu에서는 쥰세이가 발걸음을 돌려 다시 아오이를 쫓아가는 내용으로 마지막을 맺죠. 그런 식으로 결말을 맺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사흘 동안 재회한 후, 영원히 헤어지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확인하고 끝났어야죠.” 의외다. ‘냉정과 열정사이’가 큰 인기를 얻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독자 각각의 되돌리고 싶은 사랑 이야기를 ‘냉정과 열정사이’ 의 쥰세이와 아오이에 대입했음에서 기인했으리라. 그것을 부질없다 말하는 이들이다.

김난주 번역가는 한 술 더 떠 “하지만 Rosso의 결말은 참 마음에 들어요. 아오이와 쥰세이가 같이 지내다가 다시 돌아오는 곳에서 끝나잖아요. 다시 만나는지, 만나지 않는지 알지 못하는 결말이 참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다.

“사랑이란 ‘냉정과 열정사이’를 오고 가다가, 처음에는 열정에 기울어 지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냉정에 기울어 지기도 하지요.” 그녀가 이야기하는 사랑의 정의를 들어보자. “냉정이 기승을 하면 헤어질 것이요, 열정이 기승을 하면 결혼을 하겠죠. 결혼을 한 후에도 결혼 생활이라는 것 또한 결국 두 사람 사이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일이죠. 살다 보면 열정은 식고, 냉정은 고개를 쳐들고….”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 번역 과정에서 옛 추억을 떠올려 본 적이 있냐는 우문(愚問)에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서요. (웃음) 사람들이 가끔 저희 나이를 착각하는데 첫째 딸은 중학교 2학년, 둘째 딸은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라며 현답(賢答)으로 답한다.

‘대학생은 어떻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사랑에 정답이 어디 있습니까? 저희는 정말 지독한 연애를 하고 결혼한 사람들인데, 이왕 사랑을 하려면 정말 지독한 연애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그러다 보면 상처도 많이 입게 되죠.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 안에 상처가 많이 남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에 대해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어영부영 연애하다가 조금만 질리면 돌아서는 것보다는, 정말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지독한 사랑을 해봐야죠. 정말 ‘죽었다 깨어나는 것 같은 연애’를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김난주 번역가의 손을 거쳐 갔던 작품 중에서 92년도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가 첫 작품이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하드 보일드 하드 럭’ ‘N. P’,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 반짝 빛나는’ 이 있다. 하지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하여 더 번역에 정성을 기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고. 왜? 그들은 프로이기에.

“그것은 과거의 나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 남녀의 사랑이다. 연애하다가 죽는 사람은 제대로 길을 간 것이다. 그럴 각오로 하는 것이 연애니까. (중략) 우리의 마음속에는 늘 청(靑 – 아오이)가 살아 숨쉬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 남녀의 사랑이다.’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하라!
-소설 속 역자 후기 내용 중에서-

글,사진_이정수 / 9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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