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 언어의 계급, 훌쩍 뛰어넘어

강의명 바벨탑 그늘에서
강사명 이문열
강의 일시8월 20일 금요일 16:00~17:30
강의 장소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대강당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온다면 가장 가까운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소개와 함께 ‘바벨탑 그늘에서’라는 제목의 강연이 여러 연령대와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 가운데 시작되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 이문열 작가의 연사이다.

세계문학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9회 세계비교문학회’. 영문학 등의 개별 학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학 보편성을’을 추구하는 비교문학회의 19번째 행사에는 지난해 노벨상을 받은 독일의 여성작가 ‘헤르타 뮐러’와 탈식민주의 이론가로 주목받는 미국 버클리대의 ‘압둘 잔모하메드’ 교수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유명 문학인과 이문열, 이어령, 황석영 작가와 함께해 풍성한 문학 축제가 되었다.

문학은 수신과 발신의 끊임없는 과정이다. 문학은 홀로 탄생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텍스트를 수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신을 한다. 한 언어권 안에서만 수신과 발신이 생기기도 하지만 언어의 담을 넘어 수신과 발신이 발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교문학의 중요한 부분은 ‘번역’. 비교문학의 기본적인 정의는 ‘두 나라 이상의 문학을 비교하여 서로의 문학 양식과 사상, 조류, 영향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수신과 발신의 과정에서 볼 때 발신이 번역의 도움을 받아 수신을 만들기 때문에 비교문학에서 번역은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다. 이문열 작가는 비교문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비교문학의 현장에서의 체험과 흥미로운 연구거리를 던지기 위해 강연을 이어나갔다.

그가 등단한 지, 약 10년 후에 그의 작품은 다른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였다. 그의 수신은 신선하다 못해 낯설지조차 못했고 저조한 반응에 실망하였다.

외국에 여행 중에 만난 외국인에게 번역된 저의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책을 읽은 외국인의 반응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 사람은 나에게 ‘한국에서는 이런 것을 소설이라고 합니까?’라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글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아닌 것을 쓰지는 않았기 때문에 무엇인가 다른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그는 발신과 수신 사이에 방해물이 생김을 깨달았다. 번역의 중요성을 발견한 계기였다. 또 발신이 잘못되는 문제에 대해 깊이 깨달은 러시아 여행 경험담을 소개했다.

여행이 길어져 한식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한식당을 찾아갔습니다. 그럴듯한 건물 외관과 서양식 식탁이 아닌 앉은뱅이 상에 심지어 한국화가 그려진 병풍까지 진한 한식을 기대하게 했죠. 하지만 주문 후 찬찬히 식당 내부를 관찰하니, 앉은뱅이 상은 서양식 식탁의 다리를 그냥 잘라서 자리를 짧게 만든 것이었고 병풍은 스티로폼에 그림을 붙여서 어설프게 만든데다가 한국화로 보였던 그림에는 어설픈 모양의 한복을 입고 있는 러시아인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돼지두루치기와 닭볶음탕을 주문해서 음식이 나왔는데, 똑같은 채소와 같은 양념의 고기만 다른 어설픈 음식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러시아 교포 3세가 운영하고 있었고 가끔 찾아오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어설픈 한식집이었습니다.

결국 번역도 마찬가지로 겉보기에는 한글로 되어 있는 글이지만 실제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무늬만 소설’인 경우처럼 심각한 번역의 오류가 발생한다. 이문열 작가는 이 문제의 이유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고 했다.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 발신과 수신의 장애가 되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대홍수 이후에 인간이 하나님을 대항하기 위해 바벨탑을 만든다. 이에 하나님은 사람의 언어를 다르게 만들고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 바벨탑 공사가 중단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 살게 된다. 그 결과 서로 간에 발신과 수신을 할 수 없어지고 번역과 통역이 필요하게 되었다. 현재 나뉜 언어 중에 누가 보아도 중심부 언어는 인구어족(인도, 유럽 어족)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문학이 인구어족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노벨 문학상은 5번을 제하고 모두 인구어족의 언어로 쓰인 작품이 수상했다. 한글이 점점 탈피중심 언어로 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 문학에서 번역은 중요하다. 이문열 작가는 발신과 수신을 원활하게 해줄 인재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강연을 갈음했다.

제가 공부를 할 때는 우리 세대까지는 세계문학에서 수신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리 세대에서도 세계에 발신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발신자가 생기고 우리 언어가 상층부의 언어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계속 해야 할 일입니다.

발신과 수신의 원활하게 하기 위한 번역과 중심부를 향한 언어계층의 문제, 열정을 품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의 몫이 아닐까?

강연은 질의 및 응답 후에 마무리되었다. 강연 후 이문열 작가의 사인을 받으며 “꼭 선생님의 작품을 번역해서 선생님께서 노벨상을 받게 할 거예요!” 외치고 싶은 학생이 있을 정도로 젊음이의 가슴에 열정을 심어준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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