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미치 앨봄┃당신의 인간성은 어떠합니까

‘문명이 발달한다’고 말한다. 사회와 단체가 중요해져 가고 야만성과 이기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동의한다. 하지만 그 사회성과 함께 사람들의 ‘인간성’도 그렇게 계속 발전해 나가느냐에 대해서는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경쟁 속에서 ‘감정’이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는 휴머니즘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을까? ‘인간성’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쳐 줄 스승이 우리 사회에 과연 몇이나 남았던가? 이번 9월 내한해 강연회를 열었던 세계 최고의 휴머니스트 미치 앨봄, 그는 분명 ‘휴머니즘’에 대해 가르치는 얼마 남지 않은 선생(先生)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9월 7일 저녁 7시, 고려대 강당이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지자 어둠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그가 등장했다.

그가 배운 것, 그리고 전해주고 싶은 것

그는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설명하기에 앞서, 청중들이 자신의 실제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길 바랬다. 그래서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의 옛날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가 되기 전 성공한 스포츠 기자였던 그가, 갑작스런 병환 소식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의 은사를 찾아갔던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에 모리 교수님을 찾아갔던 저는, 그가 저의 성공을 물어봐 주길 바랬습니다.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는 내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얼마나 행복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많이 베풀고 있느냐고, 인생을 나눌 사람들을 많이 찾았냐고, 삶의 의미를 찾았냐고 물었습니다. 제 성공에 도취되어있던 저는, 그 질문들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 받았죠. 매주 화요일마다 제가 그를 찾아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매주 화요일 둘은 돈, 사랑, 가정, 인간 관계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종을 앞둔 스승은 제자에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겸허히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미치 앨봄에게 주는 모리 교수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리고 스승이 세상을 떠나자, 앨봄은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스스로 스승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스승이 그랬듯이,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인간성’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승 말이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고, 모리 교수님과 나누었던 모든 이야기를 글로 정리했습니다.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출판사가 전혀 흥미 없어 했지만 전 포기하지 않았죠. 모리 교수님은 이 책을 단 한 줄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죽음을 받아들인 그의 ‘인생’에 대한 고찰을 모든 페이지에 넣어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져도 ‘좋은 사람’은 죽지 않는다

미치 앨봄은 ‘인간성’을 가진 삶을 위해, 젊은이에게 ‘표면적인 것’과 ‘가치 있는 것’에 대해 자문할 것을 강조했다. 돈과 명예, 그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것인가에 관한 질문 말이다. 언젠가 사라져버릴 것들에 너무 많은 것들을 쏟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자는 뜻이었다. 그의 말들이 훌륭하긴 하나 도덕 시간에나 나올 법한, 꽤 진부한 말이라고 청중들이 느끼려는 찰나, 그는 말을 이었다.

아니라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저 말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다면, 당신들이 여기에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대체 모리 슈와츠가 누구이기에 당신은 여기에 와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까? 그는 부자도 아니었고, 유명하지도 않았습니다. 유튜브에 나온 적도 물론 없었겠죠. (웃음)그냥 그는 꽤 성격 좋은 노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의 삶에서 무언가 감명을 받았기에 이 자리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가 남아있습니다. 그 어느 누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몸을 가꾸고 잘생겨져도, 당신이 죽었을 때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당신이 남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영원히’ 죽는 것입니다.

그는 어떤 한 사람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을 잘하는가, 얼마나 가졌는가’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그 사람이 배우고, 생각하고,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은 매우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버린다면, 언젠가 너무나도 외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죠. 행복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게 된 자신을요.

너의 감정이 정답이다, ‘Follow your heart’

스포츠 기자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표면적인 것들에 도취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종을 앞둔 스승과 대화를 하며, 그때서야 그는 자신의 감정에 다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세울 때 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너무 꽉 짜여진’ 계획을 세운다는 것입니다. 하루 몇 시간은 여기에, 그 후 몇 시간은 저기에, 그 후 몇 십 분은 또 다른 곳에, 그런 식으로 하루를 채우고 그런 하루가 모여 한 주, 한 달, 평생이 되지요.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면, 일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무것도 듣지 않고, 전화도 꺼두고 마음 내킬 때까지 그렇게 하지요. 누군가 저에게 행복하느냐고 묻는다면, 정말 그렇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내다보는 데에 중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계획에 언젠가부터 쫓기게 된 것은 아닌지, 우리의 인생이 ‘계획’에 담보 잡혀 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간 또한 분명 필요하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는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다반사라고 들었죠. 저는 분명히 여러분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분명히 생각하게 되겠죠. 이게 다 무엇을 위한 것일까? 내 인생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저는 사람들이 좀 더 자신의 마음을 따르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는 관계자의 말에, 미치 앨봄이 ‘난 한가하니 전혀 개의치 말라’고 가로채듯 말했다. 쏟아진 많은 질문들에 이미 강의 시간은 지체될 대로 되어 있던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때때로 우리 사회에서 ‘인간성’이나 ‘따뜻함’이 구닥다리나 클리셰 취급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가치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를까마는, 연일 뉴스를 뒤덮는 각박한 소식들에 마냥 예쁘기만 한 가치들은 어쩐지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때로는 당장의 삶 앞에 급급해져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치 앨봄이 ‘인간성’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의심할 수가 없다. 그가 좋은 스승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런 것이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휴머니즘’적이었고, 그리고 매우 행복해 보였다. 우리 스스로가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갖지 못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휴머니즘’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없다. 이제 좀 더, 자신의 마음을 따르자. 그리고 좀 더 인간적이어지고, 좀 더 행복해지자. 그런 다음에, 또 다른 누군가의 좋은 스승이 되자.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N

    @주전자안의녹차 ㅎㅎㅎ저도 강의 듣고 나서야 책 읽어보려고 빌렸어요ㅎㅎㅎ근데 왠지 다 못읽고 또 반납할것같은 느낌...
  • 주전자안의녹차

    배우고 생각한대로 느낀대로 이야기 하는 사람,,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강의였을 것 같습니다. 기사로 내용 전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소챌 스토리 더보기

네 방에 누가 찾아온다. 공포게임 Top 5

더위 먹은 얼굴 살리는 뷰티템

알면 알수록 자랑스러운 역사 TMI

MT 공감유형

지친 마음 여기서 쉬어 가세요, 경남 하동 힐링 포인트 5

방콕러를 위한 가심비 아이템

쉿, 페이크 바캉스 핫플6

LG글로벌챌린저 얼빡자소서 #03 슬기로운 대학생활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