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에 대한 고민이 열리고 닫힌다, <인형의 집 Part 2>

문은 여닫이의 물리적 기능 외 은유적 의미를 내포한다. 공연은 19세기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상징성 아래 진행되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21세기의 문을 열었다. 자, 그러면 사유의 문으로 입장하시겠습니다.

사진 제공_ LG아트센터


큰 문이 삐거덕 열린다. ‘인형의 집’으로 노라가 다시 돌아왔다.

19세기 vs 21세기, 여성과 남성
노라가 돌아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당히 같은 문을 박차고 나갔던 노라였다. 시계태엽은 19세기로 돌아간다. 노라는 남편이 이혼 신청을 하지 않아 사기죄로 고소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기혼 여성이 해서는 안 될 사업과 작가 활동, 연애 등을 해온 노라는 이 갖은 문제를 해결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녀는 유모인 앤 마리, 남편인 토르발트 헬머, 딸인 에미를 차례로 만나 논쟁한다. 이들의 대화는 관객들에게 ‘결혼’이 가지는 구속력, 이에서 비롯한 부당함에 의문을 던진다.
당시 여성이 이혼하려면 남편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당했다거나 하는 등 뭔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노라가 직접 이혼하고 떠날 수 없던 배경이었다. 집 안에서 ‘인형’이었다고 고백하는 노라. 그렇게 토르발트에게 이혼을 맡긴 채 ‘인형의 집’을 떠났으나 그와의 결혼 사실은 15년이 지난 후에도 노라의 삶을 여전히 ‘인형의 삶’으로 만들었다.

“책을 읽기 쉽지 않더군”
“그렇게 사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토르발트는 결혼에 대한 노라의 견해가 담긴 책을 보고 ‘읽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라는 그리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두 대사의 간극은 남성과 여성이 결혼으로 인한 제약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노라가 결혼을 통해 겪은 일은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성격을 띈다. 결혼으로 인한 제약은 노라 이외의 기혼 여성들 역시 충분히 겪고 있는 연유다. 사랑의 형태가 결혼으로 귀결될 필요가 없다는 논리 하에 결혼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던 노라. 시계 태엽은 현재로 맞춰진다. 공연 후 주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관객은 묻고 노라 역의 우미화 배우가 답한다.

“결혼 제도를 없애려는 노라의 노력이 가능할까요?”
“제도와 규범의 철회는 가능과 불가능이 아닌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방향성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해요.”


논쟁하는 토르발트와 노라. 제도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노라가 필명을 사용해 글을 써왔다는 사실을 듣고, 유모인 앤 마리는 “잘했다.”고 말하는 대목 역시 짚을 필요도 있다. 이때 노라의 표정 변화는 많은 것을 함축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여자아이의 성장 스토리로 여전히 사랑받는 소설 <빨강머리 앤>에는 “네가 만약 글을 쓰게 된다면, 필명이 필요 없기를 기도하마.”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19세기 여성에게 필명은 필연적이었다. ‘남성적인’ 이름은 신뢰의 상징이자 글에 대한 타당성을 의미했다. 알다시피 지금은 다르다. 여성 작가가 실명으로 글을 쓰고, ‘남성적’인 이름이 신뢰의 보증수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개선된 걸까? 그 형태가 이름이 아닐 뿐, 남성적인 것에 부여되는 여러 긍정적 대표성이 존재하진 않을까?

결국, <인형의 집 Part 2>는 단순히 결혼의 타당성만을 논하는 게 아니라는 결론에 닿게 된다. 노라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수많은 규범의 부조리는 궁극적으로 ‘인간적 권리’를 이야기한다. 사회 속 수많은 내면의 목소리에서 본인 목소리를 남겨두는 것,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주체성을 당연한 권리로 판단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노라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일 것이다. 아마도 극이 끝날 때까지 노라의 진짜 성이 언급되지 않은 까닭도, 부계 성을 따라 누군가의 딸로 살아가는 것만은 막기 위한 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의도적인 배려는 아니었을지 생각하게 한다.

19세기 vs 21세기, 여성 그리고 또 다른 여성
결혼제도라는 대주제로 진행되는 공연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단편적인 이분법적 사고 하에 진행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공연의 결은 생각보다 더 촘촘하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이를 넘어선 여성의 권리문제는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도 논쟁의 소재다. 집주인인 노라와 유모인 앤 마리의 대화로 그 일면을 훔쳐볼 수 있다.

“나에겐 노라 당신처럼 돈 많은 아빠가 없었어요. 내가 원해서 유모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노라(우)의 드레스 줄무늬가 세로다. 에미(좌)의 드레스와 벽지의 줄무늬가 가로인 점은 인물 간의 대비를 극명히 보여준다.

여성에게만 부모의 책임을 강요하는 앤 마리에게 노라는 ‘당신 자식을 보살피지 않고 내 자식들을 키운 당신도 나와 같다,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자 앤 마리는 자신은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답한다. 선택권은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쥔 자에게만 부여된다. 노라와 토르발트 사이의 이혼 결정권이 실질적으로 토르발트에게 있듯, 앤 마리가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 역시 권력의 방향을 따른 이치다. 부당한 권리인 줄 알면서도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들은 그 부당함을 더욱 견고히 하면서도 피해자라는 아이러니한 현실. 선택의 자유는 누군가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김민정 연출가는 이 노라와 앤 마리의 논쟁 장면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연출로 꼽았다.

“여성의 권리를 위한 행보는 단순히 여성과 남성 차원에서만 논해질 문제가 아니에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질 부분 외 사람들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까지 연출할 수 있어 공연이 더욱 맘에 들었습니다.”

토르발트가 끝내 가져온 이혼서류를 외면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라는 문을 박차고 나간다. 공연도 그렇게 끝이 난다. 그러나 닫힌 문으로부터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이는 또 다른 시작이란 희망이 묻어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우린 하나의 인간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세상은 아직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바뀔 걸 알아요. 그걸 볼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살아 있기를”

<인형의 집 Part 2>로 가는 길
연극, 무용,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며 관객들의 문화적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LG아트센터. 그들이 직접 기획해 선보이는 시즌 공연인 CoMPAS를 주목하라. 현재 <인형의 집 Part 2>를 진행 중이다. 4월 23일(화)과 24일(수)에는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가 객석에서 진행된다. 자, 선별된 미래 거장의 작품을 쉽게 만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TIME 2019년 4월 28일까지. 화~금요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와 7시
PRICE R석 6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TIPS 청년 할인 제도 : 96년 이후 출생자, 본인 1매(신분증 지참). R석, S석: 20% A석: 30%
문화가 있는 날 : 4월 24일, 1인 2매, 전 등급 20% 할인
INFOS http://www.lgart.com/uipage/compas/info.aspx
http://www.lgart.com/UIPage/perform/calender_view.aspx?seq=252484

LG Social Challenger 177363
LG Social Challenger 황윤선 일상 속 이상을 꿈꾸다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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